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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어느해 가을

by *열무김치 2011. 8. 25.

 

 

2005년 늦가을..

그양반이 강릉 근방에 산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찾아 나선것은 11월 초순이었다.이미 높은산에는 초설이 내리고 머뭇거리던 늦가을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진부 진고개를 넘으면서 진눈깨비가 흩날렸다.

산 중턱은  짙게깔린 산안개로 인해 어디가 어딘지 분간 할 수가 없었다.

눈을 크게 뜨고 조심 조심 운전을 했지만 안개 속에서 무언가 불쑥 튀어 나올것만 같아서  괜한 조바심이 몰려 왔다.

산 아래 평지로 내려서자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듯 표정을 바꾸었다.

 마을 여기 저기 듬성듬성 서있는 감나무엔 이미 짙은 갈색이 운을 다하고 있었다.

수확을 포기 했는지 가지마다 성글게 달린 감들이 짙은 하늘에 매달려 지나는 이들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도무지 인기척이라곤 없는 마을 어귀로 들어섰다.

네비가 가르쳐 준대로 왔으니 이 근방이 분명했다.

하지만 물어 볼 사람이 없었다.

분분한 갈바람 틈에서 멍하니 강 건너 붉은산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턱없이 모자라는 병원비로 아내는 동분서주 뛰어 다녔지만 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퇴원을 강요했다.

이미 6개월을 드러누어 있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당시 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1984년..그해 12월.

더이상  해줄게 없다는 담당 의사의 말을 뒤로하고 들것에 들려 집으로 왔지만 병원비 독촉은 감당할 수 없었다.

그양반이 병원비를 지불 했다는 말을 들은건 해를 넘긴 2월이었다.

어쩐지 조용 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천천히 나누어 갚아도 좋다는 말을 아내에게 들었기에 그 말을 곧이 듣고 있었다.

 

그가 사업에 실패하고 길거리에 나 앉았다는 말을 듣고 수소문하여 찾아 갔지만 그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얼마간 쥐고 간 돈을 전하지 못한 나는 미안함과 죄책감에 시달렸다.

*********************************************************************************************

 

동네 사람에게 물어 그양반이 살고 있다는 골짜기에 들어셨다.

가봐도 사람은 없을거라고 했다.

얼마나 묵었는지 시커먼 입을 벌린듯한 고목의 감나무가 입구에 서 있었다.

큰 소리로 사람을 불렀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문이 잠겨 있어 안으로 들어 갈 수도 없었다.

밖으로 나와 멍하니 서 있는데 머리에 커다란 바구니를 인 아주머니가 흘끔 바라보며 지나갔다.

" 저...밀씀 좀 여쭙겠는데요. 이 집에 아무도 없습니까?"

그 아주머니는 대답대신 위 아래로 나를 훑어 보았다.

............

"누굴 찾으시는데?"

"00 씨가 여기에 산다기에..."

"어떻게 되는 사이여?"

"그냥요.."

아주머니가 머리에 인 바구니를 내려 놓았다.

"초가을께 죽었어. 동네를 열심히 다니더니만.."

 

............

"얼마동안 사셨나요?"
"살기는 ..얼추 한  댓달 됐나. 이 집 사가지고 온지가 5월이니.. 이사 올때 혼자 왔으이..."

 

당혹감과 미안함에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 모르겠다.

짙은 가을이 오면 난 죄인이 된다.

 

 

 

그런일이 있으셨군요.
사람은 그렇게 주고 받고하며 살다 가나봅니다.

열무김치님은 항상 다른 사람을 도우시며 사시니까
그것이 그 사람에게 갚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한 마음을 가지세요.
사진이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거의 7 여년이 흘렀군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 이라는데..
가을의 초입에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게 옷깃을 여미게합니다..
잘(~)지내시죠(?) 자도 별일없이 잘(~)지내고있습니다..

가을단풍이 열무님과 그분의마음처럼 곱고 아름답습니다..
오늘도열무님 블럭에서 세월을 느끼고 사람사는세상을 봅니다.
일교차심한요즘 평안한 일상들만 이어지시기를(~)(~)(~)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연로하신 부모님 건강은 어떠 하신지요.
요즘 일교차가 제법 심하군요.
가정내 두루 건강 하시길 빌겠습니다.
가을날만 되면 이 감나무를 넘 조아하기에..
마구 탄성을 지르며 행복한맘에 뻐금거렸는데...그리고, 저 탐스런 감을 왜 아무런 손길이 가 닿질 않을까 안타까웠는데..
이런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군요..
조금만 더 일찍 가 뵈었으면 ...

살아가다보면,
알게 또 모르게 빚을지고 살게 되기도 하지요..
누군가 내게 힘이 되었던 분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누구나 마음 한켠에 숨겨놓은 이야기는 있다고 봅니다.
제가 더 열심히 찾아 보았어야 하는건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저에게도 작은 숙제가 생긴 셈이지요.
이제 숙제의 몫은 제게 있다고 봅니다.
아픈 기억이 있으시군요..
저도 부실한 몸이라 다른 사람들의 은혜를 많이 입고 사는 사람이랍니다..
늘 마음 한켠에 마음의 빚을 지고 살고 있지요..
무언가 은혜를 입으면 꼭 그 사람에게 나도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램하지만
그게 또 때와 형편이 맞지 않을 때가 많아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옆에서 그러더군요..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은 꼭 1:1 로만 고마움을 갚는다고 생각하지 말라고요..
물론 은혜를 입은 그 사람에게 갚으면 마음이 한결 가볍겠지요.
그러나..세상살이는 돌고 도는게 아니던가요?
내가 입은 고마운 마음을 또다른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베풀면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렇게 마음을 먹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어딘가에 살아계셔서 언젠가는 열무님의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이야기를 전해듣는 저의 마음도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누군가에게 열무님도 그러한 마음을 열어주시면 비록 돌아가셨지만
그분도 하늘에서 보고계시지 않을까요?

세상은 아직도 따스한 곳입니다..

제가 심하게 다친게 한창 바람인 84년도 일이니 오래된 이야깁니다.
끝에 하신 말씀에 저도 동감 합니다.
좋은 말씀 마음에 담겠습니다.
차분하게 글을 읽어 내려오면서 눈물이 주루룩.....
열무김치님께 이런 아픈 사연이 있었다니...
짙은 가을이 오면 가슴 한켠이 아려올 님을 생각하니 제마음까지 젖어오는 것 같아요.
그분 오래 전 세상을 떠나셨지만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라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이 밤이 가을밤이네요.짙은 가을밤....
마음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으려 했는데 결국 제가 사람 노릇을 제대로 못한거지요.

괘 오랜 시간 윤사장님과 교분을 나눴지만 첨 듣는 이야기군요.
사연 없는 삶이 없습니다.
그래도 윤사장님은 거길 찾아가셨군요.

1992년에 제게 부도 때리고 베트남으로 달아난 인간은
친동생이 2007년경 정선으로 저를 찾아와서
자기 형이 현지에서 불법입국으로 입창 되었는데
피해금액의 10%를 제시하면서 귀국이 가능하도록 제게 합의 무마서류를 서달라고 하더군요.

요지는 불쌍한 자기 형을 도와달라는 얘기였지만
저는 그럼 내 망가진 인생은 누가 보상해주느냐며 거절했습니다.

그 일의 잘잘못이 분간이 안되서 아직도 망연하지만
제가 당한 피해는 15년이 지나도록 잊혀지지 않았거든요.
그때 망가지지 않앗으면 지금보다는 훨신 나았을텐데 하는 생각이지요.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비밀댓글]
그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저도 92년도에 게임기 사업을 하면서 상당한 금액을 사기 당했는데 그 후유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사실 당시 사업에 무지했던 탓도 있었지만 파트너를 잘못 만난거지요.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같은 심정입니다.

남에게 신세를 진다는게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겐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그때의 일 떄문에 늘 마음 한구석이 무겁습니다.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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