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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방귀이야기

by *열무김치 2009. 6. 9.

한국사람들에겐 방귀는 아주 특별하다.

방귀에 얽힌 사연도 많고 오래전부터 전해져오는 이야기도 수두룩 하다.

방귀를 잘 뀌는 사람은 썩 환영을 받지 못한다.

품위도 떨어져 보이고 어딘가 모르게 추접스러운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뀌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뭐..뀌더라도 고상하게, 소리 안나게,눈치껏 뀌라는 얘기다.

하지만 소리없는 방귀가 위력(?)은 강하다는걸 모든 사람들은 경험으로 알고있다.

 

잦은 방귀는 건강의 적신호 일 수도 있고 그렇다고 너무 참으면 만병의 근원이 될 수도 있으니 몰래라도 뀌고 볼 일이다.

 방귀가 너무 잦아서 고민이 된다는 사람도 있다.

해서 하루에 몇방을 뀌어야 정상인가 라고 문의를 하는 경우를 보았다.

답변을 보니 방귀를 뀌는 횟수보다는 냄새의 농도나 종류가 더 문제란다.

많이 뀐다고 나쁜게 아니라 그 내용이 더 중요한데 스컹크처럼 지독한 냄새는 건강상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한번 검진을 받아 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거..곤란 하구먼.

그렇다고 코 대고 일부러 맡아 볼수도 없고..ㅋㅋ~

의사 앞에서 피리를 분다는것도 거시기하고..ㅎㅎ

 

병원에서 수술을 끝내면 학수고대 기다리는게 방귀다.

기다리던 방귀가 나오면 그 얼마나 반가운가.

아마 이때처럼 방귀가 대접을 받는일이 또 있으랴.

그야말로 복방귀다.

 

유독 우리는 방귀에 민감하다.

젊은날 그리도 박력있고 멋있게 보이던 남자가 결혼하여 나이를 좀 먹더니 이제는 무슨 벼슬을 한것처럼 대놓고 아무데서나 뿡뿡 거린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여자분들이 주변엔 많다.

 아무데서나 방귀를 뀌어대는 일이 자랑할것도 못되지만 그렇다고 무슨 중죄를 짓는일도 아니니 너무 주눅들지 말 일이다.

로마시대의  야화에 보면 황제 앞에서 함부로 방귀를 뀔수없어 얼굴이 노랗게 되는것을 보다못한 황제가  방귀를 마구 뀌어도 나무라지 않는다는 특별 윤허를 내렸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고 인정사정 없이 막무가내로 뀌어 댔는지는 상상에 맡길 일이다. 

우리는 식사중이나 식후에 방귀를 뀌면 거북하게 여기면서도 막상 트림을 하는건 대수롭잖게 넘어간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그 반대란다.

가스를 발사하는 일은 대충 넘어가도 트림을 하면 정색을 한다나.

우리?

꺼이~ 밥 잘 먹었다는 신호다.

**************************************************************************************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때 일이다.

가을걷이를 하느라 바쁜때였다.

당시엔 지금과 달리 벼타작을 하려면 경운기를 이용하여 탈곡기를 돌리고 묶은 볏단을 일일이 풀어서 탈곡기에 넣어야했다.

그러려니 손도 많이 필요하고 새벽부터 밤이 늦도록 하는경우가 많았다.

마침 그날은 우리집의 타작날이어서 동네분들이 모여 새벽부터 탈곡기를 돌렸다.

하지만 그날따라 기계가 자꾸만 말썽을 일으켜서 일의 속도가 나지 않았다.

서로 순서를 정해서 품앗이를 하기때문에 일이 자꾸만 늦어지자 조바심이 났다.

참 을먹고 기계를 돌렸지만 이내 또 말썽을 부렸다.

할수없이 탈곡기를 세우고 기술자를 불러 기계를 수리하기로 했는데 그 막간에 막걸리를 받아온게 화근이었다.

막걸리 마시는 일이야 농촌 들녁에 흔한 풍경이니 그게 무슨 대수랴.

아내가 받아온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하는데 마침 아랫동네 아저씨 한분이 그곳을 지나가셨다.

난 아무생각도 없이 그분을 불렀다.

"이리 오셔서 막걸리 한잔 하시고 가세요."

그런데 옆에서 아저씨 한분이 이를 말렸다.

"에이..왜 불러.고주망태 양반을..일도 안돼서 신경질 나는데.."

말리는 아저씨는 성격이 꼬장꼬장 하기로 소문이 난 아주 꼼꼼하신 분이었는데  술도 잘 하지 않아서 상대하기가 좀 거시기 했지만 일 하나는 똑부러지게 해서 모두를 서로 데려가려고 했다.

자나가던 아저씨는 내가 부르자 기다렸다는듯  달려왔다.

"타작 하는구만,오늘 날씨 좋네..많이 털었어?"

눈치가 보였지만 오신분을 모른척 할 수는없고 얼른 일어나 큰 사발에 막걸리 한사발을 가득 따라 드렸다.

말리던 아저씨는 흘끔 한번 보더니 시선을 돌렸다.

평소에 술 때문에 사이가 좋지않은건 알고 있었지만 괜한짓을 한거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어뗘? 많이 나나?"

"아..예..그저 그렇네요."

단숨에 한사발을 들이킨 아저씨가 막걸리 사발을 내려놓자 옆에서 보던 아내가 또 한잔을 권했다.

"한잔 더 하세유"

"허허,,고맙수. 거,,술맛 좋다."

희뿌연 막걸리 두사발을 게눈 감추듯 마신 그 아저씨는 웬일인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벌써 가시게요?"

"얼른가야지..콩 털다 왔어. 남 일하는데.."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며 돌아서던 그 아저씨가 앉아있는 우리들을 향해 대포알같은 방귀를 냅다 쏘았다.

뿌아앙~

.................

우리는 모두 그 아저씨를 쳐다 보았다.

 

"아니..이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순간 아까 나를 말리던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더니 말릴 사이도없이 방귀를 뀐 아저씨힌테 달겨 들었다.

"뭐여 시방..막걸리 잘 처먹고 가면서 우리는 방구나 먹어라 이거여?"

내가 달려들어 뜯어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결국엔 논바닥에 나뒹굴고 옷과 얼굴이 진흙 투성이가 되었다.

"그만 하세요.별것도 아닌데.."

아내가 몹시 당황스러워하며 빨리 말리라고 내 등을 떠다 밀었다.

양쪽을 말렸지만 격앙된 싸움은 얼른 끝이나지 않았다.

결국엔 그 아저씨 자녀분들이 쫓아왔다.

그리곤 서로가 흥분되어서 또 난리가 났다.

"아니, 방귀 뀐게 무슨 죽을죄여? 넌 안뀌냐? 무슨 똥을 싼것도 아니고.."

싸움을 말리던 아내가 갑자기 웃음을 떠트렸다.

나도 헛웃음이 나와서 참을수가 없었다.

어머님이 나오시고서야 싸움이 끝났다.

진흙 투성이가 된 그 아저씨가 돌아가고 난 뒤에야 다시 벼타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니..그렇게 싸울일도 아닌데..박씨..왜 그랬어?"

함께 일하던 동네분이 웃으며 물었다.

"저 인간이 하는짓을 보라고.. 우리를 개 방구만큼만도 안 여기쟎여.그러지 않고서야 방구를 우리한테 돌려대고 뀔수가 있냐고.."

..........

좌우간 액땜을 해서인지  오후부터는 기계도 잘 돌아가고 생각보다 일을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다.

ㅎㅎ~

그 아저씨 방귀를 한방 먹더니 기계가 성질났나?

     

 

 

잼납니다.
그림 솜씨도 죽여줍니다..
신경질 났을 때, 미운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잘됐다 싶어, 그사람한테, 모두 화를 돌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요..
오가며 막걸리 인심 다 아는 사실인 데..
그것또한 마을의 인심이 아닐까합니다..
유독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는 서로가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지요..
무사히 일 잘 마치셨다니, 다행입니다..
막걸리 인심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그때 그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납니다.
어른들이 방귀문제로 싸운다..
ㅋㅋ~
진찌 방귀가 나올 일입니다.ㅎㅎ
....
참 재밌게 읽었어요.
사실 방귀 뀌는거 생리적인 현상인건데 우린 너무 민감하게 구는게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저 자신도 때와 장소에 따라 방기는 뀌어야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서도....

별거 아닌일로 어른들께서 싸움을 하신 이야기가 마치 개구장이 소년들 같아서 웃음이 났습니다.
이런 모습이 우리들 살아가는 이야기 같아 전 외려 정답게 들려지네요.

마우스로 그림을 재밌게 잘 그렸습니다.
사실 방귀는 많이 뀔수록 몸에 좋다는데 실제는 그 반대잖아요.
어딘가 모르게 지저분해 보이고..
그거 누구 얘기유

원래 도둑이 제발 저린법입니다.
재밌네요.
우리네 시골 야그라 그런지...

머 그런 게 사람 사는 재미가 아닌지요.^^
그때 싸우시던 두분중 한분은 돌아 가시고 한분은 지금도 농사짓고 계십니다.
그 이야기 두고두고 울궈 먹습니다.ㅎㅎ
ㅎㅎ 구수한 방귀이야기 흠
흑~
구수하다고라...
흠..
지 방귀는 스컹크도 도망 가는뎅..
ㅎㅎㅎ 재미있는 글 오랫만이네요
그림까정 그리시고 시간이 좀 나셨었나 봅니다

같은 방귀라도 평소에 좋은감정을 가진사람이 뀌는건 아무문제도 안될걸요
아마도 두분사이에 있던 평소의 앙금에 방귀가 불을붙혔군요

저도 방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면전에 트림하는사람은
아주 몰상식해보이던걸요 ㅎㅎ
아항~
오로라님은 트림을 싫어 하시는구나.
사실 그 소리가 듣기 좋은건 아니지요.
제가 아는 선생님중엔 상당히 점잖고 무게도 있어보이는데 그놈의 방귀 때문에 점수를 깎아먹는 분이 있지요.
교회의 예배시간에 옆에 앉아서 눈도 깜박하지않고 실례를 합니다.
전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앉습니다.
그럼 당신은 깨끗하단 말이요?
ㅎㅎ~
지도요....아내가 얼른 딴방으로 가서 그게 탈입니다.

 

잼납니다.
그림 솜씨도 죽여줍니다..
신경질 났을 때, 미운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잘됐다 싶어, 그사람한테, 모두 화를 돌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요..
오가며 막걸리 인심 다 아는 사실인 데..
그것또한 마을의 인심이 아닐까합니다..
유독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는 서로가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지요..
무사히 일 잘 마치셨다니, 다행입니다..
막걸리 인심의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그때 그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납니다.
어른들이 방귀문제로 싸운다..
ㅋㅋ~
진찌 방귀가 나올 일입니다.ㅎㅎ
....
참 재밌게 읽었어요.
사실 방귀 뀌는거 생리적인 현상인건데 우린 너무 민감하게 구는게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저 자신도 때와 장소에 따라 방기는 뀌어야 된다고 생각은 하지만서도....

별거 아닌일로 어른들께서 싸움을 하신 이야기가 마치 개구장이 소년들 같아서 웃음이 났습니다.
이런 모습이 우리들 살아가는 이야기 같아 전 외려 정답게 들려지네요.

마우스로 그림을 재밌게 잘 그렸습니다.
사실 방귀는 많이 뀔수록 몸에 좋다는데 실제는 그 반대잖아요.
어딘가 모르게 지저분해 보이고..
그거 누구 얘기유

원래 도둑이 제발 저린법입니다.
재밌네요.
우리네 시골 야그라 그런지...

머 그런 게 사람 사는 재미가 아닌지요.^^
그때 싸우시던 두분중 한분은 돌아 가시고 한분은 지금도 농사짓고 계십니다.
그 이야기 두고두고 울궈 먹습니다.ㅎㅎ
ㅎㅎ 구수한 방귀이야기 흠
흑~
구수하다고라...
흠..
지 방귀는 스컹크도 도망 가는뎅..
ㅎㅎㅎ 재미있는 글 오랫만이네요
그림까정 그리시고 시간이 좀 나셨었나 봅니다

같은 방귀라도 평소에 좋은감정을 가진사람이 뀌는건 아무문제도 안될걸요
아마도 두분사이에 있던 평소의 앙금에 방귀가 불을붙혔군요

저도 방귀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면전에 트림하는사람은
아주 몰상식해보이던걸요 ㅎㅎ
아항~
오로라님은 트림을 싫어 하시는구나.
사실 그 소리가 듣기 좋은건 아니지요.
제가 아는 선생님중엔 상당히 점잖고 무게도 있어보이는데 그놈의 방귀 때문에 점수를 깎아먹는 분이 있지요.
교회의 예배시간에 옆에 앉아서 눈도 깜박하지않고 실례를 합니다.
전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앉습니다.
그럼 당신은 깨끗하단 말이요?
ㅎㅎ~
지도요....아내가 얼른 딴방으로 가서 그게 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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