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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시간을 날아서

by *열무김치 2018. 12. 18.

 

 

 

1963년.

저런 시절이 있었나?

기억 저편으로 가버린 꼬마들의 얼굴을 아무리 떠올리려 해도 그려지지 않는다.

딱 하나, 그때 소풍가서 찍었던 사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다.

담임이셨던 선생님은 지금도 살아계실까?

키가 나지막하고 눈이 유난하게 크셨던.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 찾아오셨는데 대접할 게 마땅치 않았던 어머니는 늙은 오이를 따서 오이냉국을 만들고 꽃대가 올라오는 상추를 따서 버무려 드렸는데 내가 보는 앞에서 그 걸 훌훌 마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때 학교가 남아 있을까 싶어 50년 만에 일부러 그곳을 찾았다.

학생 수 감소로 없어진 줄 알았더니 학교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 서서 바라보는 그때의 느낌이란...

세상의 모든 물질이 시간을 따라 변한다지만 가장 빨리, 그것도 되돌릴 수 없도록 마침표를 찍는 게 사람 말고 얼마나 있겠는가.

정지되어 있는 그때의 기록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얼마나 더 날아갈지.

 

 

 

 

흠..

버리지 않고 놔둔 걸 보니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았군.

속 보인다.

가나다, 수우미양가의 기준을 설명하는 글이 재미있다.

 

 

 

 

 

긴 겨울

지금의 아이들이 게임기나 스마트폰을 들고 시간 가는 줄 모르 듯, 헐쯤한 단 벌 겨울바지에 손등이 까맣게 부르트고 무릎팍과 팔 굽에 때가 반질반질하게 끼었어도 철사줄 덧 댄 썰매 타느라고 하루해가 짧았던 때가 있었다.

연말과 연시, 그리고 정월에서 이월이면 숟가락께나 닦는집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말떼기로 가래떡을 뺐다.

요즘말로 가히 환상적인 레시피가 있었는데 숯불, 그것도 안방이나 사랑방에 놓인 화롯불에 구운 가래떡이었다.

허연 잿가루가 적당하게 묻은 누렇게 구운 가래떡은 아주 오묘한 맛이 났다.

딱딱하게 굳었거나 엄동설한에 버쩍 언 가래떡은 춘삼월 앞집 처녀 볼처럼 발갛게 단 숯불에 올리면 이내 나긋나긋해졌다.

겉이 누르스름하게 변하고 가끔씩 피식거리며 김이 날 때 잽싸게 나꿔채면 맛의 절정을 볼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던 화로가의 꼬맹이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딱딱하게 굳은 떡을 구우면서 뭐든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사실상 썰매타기나 연 날리기 등을 빼고나면 겨울먹거리의 왕자였던 가래떡의 변신은 겨울왕국에 오랜 간 등극하면서 장수를 누렸지만 달달한 먹거리들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나면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다.

 

떡을 썰다가 생각이 나서 몇 줄 남겨두었다가 숯불에 올려 굽는다.

툭툭 거리며 누렇게 익어가는 가래떡의 화장술은 여전한데 하나라도 더 먹겠다고 씩씩거리던 아이들은 입맛 간사한 초로의 변덕쟁이로 변했다.

 

 

 

 

긴 겨울밤의 허전함을 달래주던 무

허옇게 얼어버린 섣달의 푸르스름한 달빛을 등불삼아 무 구덩이를 뒤져 싸리 꼬챙이로 찍어낸 가을무는 한껏 당분을 품었다.

미련퉁이 단지 같은 무도 이때쯤이면 때 빼고 광을 낸다.

햇볕을 피해 유배를 갔던 까닭에 피부가 백옥 같아서  굳이 나 무청을 놓고 싸우지 않아도 위 아래 비슷한 맛을 냈기에 썩썩 깎아서 한 입 베어물면 시원찮게 먹은 저녁요기도 채웠거니와 묵은 체증과도 슬그머니 타협을 보았다.

넙적하게 깎은 무 한 조각으로 행복했던 겨울 밤

통닭과 피자에 넘어간 소년 소녀들에게 저 무를 깎아서 들려주고 싶다.

 

 

 

 

 

 

세상에나 아직도 성적표를 가보처럼 보관하셨단 말씀이시와요? ㅎㅎ
아마도 맏이인 아들의 성적이 비교적 맘에 드셔서 잘 보관해두신듯 합니다 ㆍ
저는 제 막내가 얼마나 귀엽던지 썻던 일기장을 고이 책장에 꽃아두고 있지요
글도 재밋게 썻기도 하고요
제 경험에 비추어 볼때 엄니께서도 그런맘이지 싶습니다 ㆍ
그래도 수가 많으셨던것 보면 역시~~~
여러글을 읽어볼때 느꼈던 생각이 맞아 떨어집니다 ㅎㅎ 어려서부터 똑똑 하셨구나. 하는 ㅎㅎ

가래떡 보다 뭍어둔 달고 시원한 무가 탐납니다
저녁을 잘 안먹는고로 운동 다녀오면 배가고파지는데 그때 무처럼 좋은게 없더라구요
그런데 엊그제 사온 무는 맛이 없지몹니까 에이~~~~동태찌게에 팍팍 썰어나 넣어야겠어요 ㅎㅎ
밤이 깊었습니다
좋은밤 되세요
무 맛 제대로 설명 하셨습니다.
그 시절 양식 아낀다고 아침이면 무 밥을 했습니다.
무 가득 내어 씻어 놓고, 엄니 무를 썰으시다 별나게 맛나는 무를 주시면 정말로 지금의 어떤 과일이
그 맛을 낼까요?

그 때 무는 요즘처럼 무식하게 크지도 않았고, 약간의 보라색도 무 위속에 띄였지요.
열무김치님께서 농사 지으신 저 무도 아주 맛나지 싶습니다.
일단 크기가 크지 않고, 햇빛을 피해 유배를 갔다 와서 녹색 부분도 색이 연해지고,씻어 놓으면 백옥 같겠습니다.

예전 어린 시절 생각이 나서 말이 많아 지고 댓글 적다가 잠시 제 어린 시절 겨울 밤 무 생각으로 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그 초등학교가 아직도 건재 해 있었다니 반갑기도 하셨을테고, 그리우셨겠습니다.
추억의 보물을 찾았군요. ㅎㅎ
저의 통지표는 낙엽이 그냥 떨어졌거든요. 우수수수수~ ㅎㅎ
체육에 미...네요. ㅎㅎㅎ
국어는 잘 할 줄 알았어요.

까무륵 그시절의 추억이 하나씩 떠오르네요.
열무님의 그 시절에는 그랬군요. 얼추 연세도 계산이 되고. 저랑 거의 띠동갑 정도. ㅎㅎ

가랫떡은 정말로 먹음직스러워요.
무가 간식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무반찬이 참 맛있더라구요. 무가 달아요.

더불어~ 감사하게
제 추억도 소환시키는군요.
어너 세상에 보물이네요
보물
수우미양가로 했었죠
예전 생각이 솔솔 납니다
저는 초등 3학년때 선생님 홍신덕 여자 선생님
제가 글씨를 참 잘 썼거든요
칭찬을 얼마나 잘해주셨는지
지금 생각해보니 그 선생님의 칭찬에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나?
머리도 그리 좋지 않고 저는 노력형이거든요
김치님
풍수원 성당 가려면 우리가 횡성읍에서 내릴까요
원주까지 가지 않구요 [비밀댓글]
보물을 갖고 계시네요!
저 보물 한 가지만 봐도 얼마든지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다 그립고 그립습니다.
남의 통지표인데도 그렇고 저런 통지표를 지겹도록 만들었는데도 또 만들고 싶어집니다.
지금 보는 이들 중에는 그저 재미있다고만 할 저 기록들이 그때 그 교사에게는 아주 아주 심각했을 것을 생각하면 눈씨울이 뜨거워질 것 같습니다.
전직 교사여서 이럴 것입니다.
그때 통지표가 아직 보관 하신걸 보면 참 섬세하신듯합니다
시간이 참 많이 흘렸습니다

가례떡
우리집에서는 어머니께서 구워 주시면
조청에 찍어 먹던 추억이 생각 나는군요
저도 전학년(초등1-고3)통지표를 가지고 있지요.
집에서 가지고 계시다가 저를 준것인지 아니면 제가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순수하고 귀엽다는 초등학교 1학년때 담임선생님의 글이 생각납니다.
그런 모습으로 잘 자라도록 부모님께 부탁하셨지요.
이사오면서 어디다 두었는지 생각이 안납니다.

열무김치님께서도 통지표를 보관하셨군요.
그시절 선생님들의 글씨체는 참 멋있었지요.
지금 처럼 컴퓨터시대가 아니라서 그렇겠지만
다들 멋진 글씨체를 가지고 계셨지요.

떡국떡을 벌써 썰고 계시네요?
하기사 2019년 새해도 이젠 얼마 안남았네요.
지금은 2018년 12월18일 아침입니다.
저야 떡국떡은 사다 먹습니다.냉동고에 넣어 두었지요.

두 어머님 건강하신지요?
몸과 마음이 고운 비단같으신 부인께서도 건강하신지요?
그동안 이젠 2018년을 잘 마무리하시고,
하늘로 부터 내려오는 복이 2019년에는
열무김치님과 온가족분들에게 내려지기를 바랍니다.

1964년에 초등학교 1학년이셨으면, 제가 초등학교 졸업한 해인데 제 큰남동생쯤 되시는 연세십니다.^^
구운 가래떡이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통지표를 여지껏 가지고 계시다니 대단하십니다.
아마도 어머니의 손길로 간직하고 계셨다가 주신건 아닌지요...ㅎ
얼마남지 않은 올해 마무리 잘 하시고 복많이 받는 새해 맞이하세요~!
상장으로 벽을 도배한 우리 친구... 지금은 어찌 살고 있는지
요즘 말로 공공의 적이었는데 엄친아가 아닌 우리 친구였는데
난 일찍 훗날을 위해 증거 인멸을 하였습니다 ㅎㅎㅎㅎㅎ
가,나,다...수우미양가..... 격세지감입니다.
그시절의 추억이 향수로 번져나네요^^
통지표를 용케 잘 보관하시고 계시네요 ㅎㅎㅎㅎ
재밌습니다^^ ㅎㅎㅎㅎ
밤에 무 한토막 얻어 먹으면 밤새 방귀가 붕붕 ㅎㅎ
이 지방은 지금 저 무를 잘고 곱게 썰어서 붉은빛 식혜를 만들어요. 출출한 밤시간에 얼음슬쩍 섞인 식혜 한그릇
땅콩 꾸미 섞어 먹으면 짭 ~~~^♡^
추운날씨속에 건강에 유의하시고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방명록 흔적 따라 놀러왔는데
'체육을 싫어하고 운동을 피함' 여기서 웃었습니다^^
저라면 미도 아닌 양이었을, 매애애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매끝이 흘린 코를 닦아서 반질반질하고 한 겨울에는 그것이 얼어서 딱딱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저런 성적표가 지난번 엄마집을 치울 때 나오더라고요
전부 불태워버렸더랍니다
이젠 그저 모든 것이 짐이려니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리했는데
아쉽긴 하네요
문필력이
대단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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