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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봄 이야기 7

by *열무김치 2025. 3. 7.

 

 

 

딸 두리

낳으면 딸
또 낳아도 딸
딸 딸 딸
집 나간 아비는
서너 달에 한 번
처삼촌 벌초하듯 다녀갔다

첫째는 일순이
둘째는 이순이
셋째는 삼순이
넷째는 사순이
다섯째는 오순이

이름이 싫다며
둘째 이순이는 객객 울었다
옛다 오늘부터 니 이름은
보기 좋고 듣기 좋은 두리다

일곱째 딸을 낳고 점 보러 갔다
이름을 바꿔
일곱째 딸 이름 끝순이
끝순이 효력이 없어
또 딸을 낳았다
이번엔 말순이
또 낳았다

익은 봄날
염문이 끝없는 딸 부잣 집
떠꺼머리총각들 넘보느라
무너져 내린 흙담장 위로
둥그런 보름달만 한심하고
일순이는 문구멍으로
삼순이는 구정물 버리다가
끝순이는 똥뚜깐 돌 틈으로
해 달 별은 심심할 틈이 없었다

아비 지게작대기가 바쁘다
물푸레 도리깨가 돌아가고
늦은 밤 구정물 바가지도 한몫이다
호롱불 호야불 달빛 같으랴
켜도 그만 꺼도 그만

돌담장 구석마다
열 십자 연애편지가 나부끼는 봄
총각들 한숨 깊어가는
앵두나무 우물가는 막순이 만 다녀갔다.

봄 초라해져 꽃잎 날리더니
한숨 쉬던 가슴 봉긋한 두리는
한양으로 내뺐다
그날 밤 야반도주
달님이 열심히 도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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