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염천(三伏炎天)이
뺑덕어멈 고뿔에 줄행랑이더니
미련이 남아
동구밖 뒤안길을 서성이다 가을에게 틀켰다
여름내 익혀 놓았더니
뽀시시하게 화장을 한
바람에 날리는 긴 머리 가을 그년이
눈 웃음 한 번으로 혼자 다 차지했네
오호라
분하고 원통한 여름이 빨갛게 익었다.
가을 그것은
우리
모두
한 날 청순한 꽃으로 피어
하늬바람 갈바람 희롱에 웃고 울다가
가 없는 우주의 먼지로 흩어진다
가을
그것은
신에게 진 여름날의 채무 이행
가을편지
하늘빛 곱던 날
단지 하늘이 푸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되돌아올까 봐
보낸 이 이름은 쓰지 않겠습니다
대신
깨알 같은 그리움들이 쏟아질까 봐
봉투는 단단히 봉할게요.
호박
나는야 윤기나는 9월 풋호박
이력을 붙이자면
호박볶음
호박전
호박 된장찌개
호박 쌈
호박 완자
호박 탕
호박 말랭이
호박떡
호박 즙
호박죽
요리조리 실컷 먹어 놓고
넙데데 한게
얼굴이 호박이네
무슨 살림이 논두렁 호박같아
호박같이 생겨서 시집이나 가겠어?
어물전 망신 꼴뚜기
과일전 망신 모과
거기에 왜 나를 끼어 넣나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개똥참외
나는 이제 오천만 팔로우가 따라다니는 K팝스타
호박이 넝쿨채로 굴러다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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