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바닷가 모래알처럼
헤아릴 수 없어도
한 계절 서성이다 떠날 수 있어
누군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슬프지 않다
비와 바람
점점이 떠가는 구름이면 족한 삶
나는 이름 모를 산야에 피어나
가는 몸 곧추 세우고 여남은 날의 일기를 쓴다
청록 나무잎에 냉큼 올라앉은 초여름
손등을 간지리던 곰살맞은 햇살마저
슬그머니 낯빛을 바꾸어 옆구리를 찌른다
꽃잎 이제 떠날 시간이야
짧은 해후 긴 기다림
바람이 부쳐준 고원 우체통에
들꽃의 연서가 가득하다.
화담숲
그곳에 희야가 산다
내가 왔다고
꽤 요란하게 치장을 하고 나왔다
깊게 패인 섣달 주름을 가려
아리송 긴가민가
아차 ᆢ
홀랑 속았어
뽀얀 얼굴 넋 놓고 보다가
배시시 웃는 얼굴에
아ᆢ
홀딱 반했어
그곳엔 희야가 산다
늙어 져 눈이 흐려도
너를 보면 가슴이 울렁울렁
동지섣달 꽃 본 듯이 콩닥콩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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