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조림
웃기네
태평양을 누볐는데
넙데데한 프라이팬에
팔자에 없는 꽈리고추라니
몸뚱이 하나에 말도 많아
아줌마 국물 멸치
철수 영이 조림 멸치
좋을 시고 안주 멸치
눈 멀어버린 내 동포야
말년에 등 휘지 말고
시퍼런 동해에서 요절을 하지
이국만리 객사가 好喪 (호상)이냐
몸매 푸짐한 아지매가 그래
개살구 갈치 따위 폼 잡지 말고
멸치 만큼만 살면
그 인생 보증 수표
그래도
바다가 그립다
마트 진열장에 등 구부리고 듣는
쏴아
차디찬 파도 소리
하루 종일 쏟아지는 냉장고 파도 소리
감자 부침개
어물전 망신 꼴뚜기
과일전 망신 모과라지만
못 생겨도 개성 만점
모과 같은 감자 성형 하는 날
목욕 재개하고 하얗게 분 바르면
왕년의 끝순이가 아니지
번드르르한 제비가 잡아준
네 개의 다리 하나의 심장
뒤집개 탱고에 사르르 눈 감으면
별처럼 부서지는 두 옥타브
아..
알싸한 청양고추의 뒷끝이라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