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습작

시월

by *열무김치 2022. 10. 20.

 

 

 

 

 

 

 

 

 

 

 

 

시월

 

 

여름 내 가꾸었던 얼굴을

갈바람에 감출 수 없어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는 시월

그대가 그렇고 나 또한 할 말이 없어서 

수액 끊어진 나무처럼  가슴앓이를 하다가

마침내 서러워 붉은 피를 토한다

 

눈물 가리워 아스라이 산 안개 가득한 날

미처 지지 않는 꽃잎이 花代를 요구하면

나는 이미 그대를 떠나와 먼 발치에 앉아 잊었노라

몇 번의 무서리로 자신을 떨구는 나무에게 애원하는

사랑했다는 말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무시로 부는 바람 같은 말

시월은 나를 끌어안고 농염한 입맞춤을 하다가

오르가즘에 이르지도 못하고 마침내 오열한다

 

사랑해

사랑해

숨 가쁘게 잡아도

시한이 다해버린 시월의 연인

색 바랜  빨간 우산을 쓴 가냘픈 여인

 

 

 

 

 

'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설악의 만추  (7) 2022.10.28
  (12) 2022.10.22
5월 하늘  (1) 2022.05.15
봄이 지다  (0) 2022.04.29
4월의 빛  (0) 2022.04.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