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여름 내 가꾸었던 얼굴을
갈바람에 감출 수 없어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는 시월
그대가 그렇고 나 또한 할 말이 없어서
수액 끊어진 나무처럼 가슴앓이를 하다가
마침내 서러워 붉은 피를 토한다
눈물 가리워 아스라이 산 안개 가득한 날
미처 지지 않는 꽃잎이 花代를 요구하면
나는 이미 그대를 떠나와 먼 발치에 앉아 잊었노라
몇 번의 무서리로 자신을 떨구는 나무에게 애원하는
사랑했다는 말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무시로 부는 바람 같은 말
시월은 나를 끌어안고 농염한 입맞춤을 하다가
오르가즘에 이르지도 못하고 마침내 오열한다
사랑해
사랑해
숨 가쁘게 잡아도
시한이 다해버린 시월의 연인
색 바랜 빨간 우산을 쓴 가냘픈 여인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