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가 아파 약국에 들렀다.
약사가 두통약 네 캡슐 내밀며
하루에 두 번 드세요.
급한 김에 한 알을 먼저 먹었다.
주머니를 뒤지니 지갑이 없다.
어떡하지요? 돈이 없네요.
안경 너머로 멀 그레미 보더니
삼켰어요?
네.
왜 이래요, 정말
빨리 나가세요.
약국 문을 나서자
머리가 더 세게 아팠다.
약이 올라 약국으로 들어가 아까 먹던 거 외상으로 달라고 했다.
누구신데 초면에..
저 모르세요?
네.
여러 번 왔었는데..
언제요?
그리구, 그 약 제가 먹었다고요.
댁 같은 사람들 때문에.
♣♣
왜 그러고 살아?
늙을수록 큰소리치고 살아야지.
마누라 눈치가 보여서..
그렇게 기고 살 거면 죽어 버리라고
위풍당당 박 씨 골프채 메고 나왔네.
멀어지는 박 씨를 보고
우편함을 쥐어박다가 본 초대시장
웃음으로 치료하는 곳으로 오세요.
웃으러 갔는데 엉겁결에 손에 든 건강식품
지하 창고에 쑤셔 박았다가 살그머니 꺼내오는 야심한 시간
재활용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온갖 술병들
잠바 때기 걸치고 슬금슬금 봉투를 묶는 박 씨
이 밤에 웬일이요.
날 보고 죽으라더니..
골프 치러 안 갔소?
아.. 그게, 마누라가 아파서.
빌어 먹을 놈
재지나 말지
난, 낮에 치운다 이놈아.
빨리 치워. 나간 지가 언젠데
굼벵이 같이 뭘 그렇게 꾸물거려
눈썹 문신한 옆집 아주머니 눈꼬리가 어떨거나
남 걱정은..
이놈아, 너도 빨리 숨겨라.
급하다.
♣♣♣
중국집엘 갔다.
당신 뭘 먹을래?
젤로 싼 게 뭐예요?
아이, 이 사람이..
저기, 깐풍기 주세요.
깐풍기를 시키고 부채질을 한다.
얼마야?
안 비싸.
모처럼 왔는데 그냥 먹어.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짜장면이 두 그릇 놓여 있었다.
저기요, 깐풍기 시켰는데요.
아니에요. 짜장면 맞아요.
아닌데..
아내가 말리는데도 조리실에 가서 따졌다.
왜 엉뚱한 걸 주세요. 이상한 집이네 정말.
국자를 든 조리사 목소리가 소프라노다.
허, 이 아저씨가..
아줌마가 짜장면 보통 시킨 거 맞거든요.
식탁으로 와보니 아내는 벌써 그릇을 반 은 비웠다.
얼른 먹어, 불어.
깐풍기면 닭이 세 마리,
그거면 식구들 포식하겠다.
엄한데 돈 쓰지 말고
대신
짜장면 값은 내가 낼께
우편함을 지켜야 한다.
지난번 요릿집에서 긁은 카드대금 명세서를.
윤사장님 같이 사시는 분이 우체통 지키는 사연을 아시다니 . . .
학생 때 집에 일찍 가서 성적표 배달 지키는 것 같은 . . .
키득키득
꽁트라고 해야 하나요 재미 있네요
돈 안주고 약을 먹을 수도 있는 수단이 생기네요 ㅎ
헐~~ 빌어먹을 ㅋㅋ
첫 번째 이야기. 인심 좋을 줄 알았던 원주에 이런 약사도 있군요.
언젠가 택시를 타고 기사와 즐겁게 이야기하다 내릴 때 보니 지갑을 집에 두고 온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안절부절해 하니 즐겁게 해주셨으니 그냥 내리라고 하더군요.
두 번째 이야기, 워낙 자주 목격하는 장면이라 ㅎㅎ
하도 자주 싸웠던 문제라 합의를 봤습니다. 재활용 쓰레기는 제가, 음식 쓰레기는 아내가 전담하기로.
세 번째 이야기. 아예 외식하러 같이 가질 않습니다.ㅎㅎ
이 나이에 이혼 당하면 어쩝니까. ㅎㅎ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그럽니다.
"마누라 말 잘 듣는 게 장수의 지름길입니다!"
인간이 별것 아니고, 조금씩 다르다 해봤자 그야말로 "오십보백보"입니다.
구차하고 누추하지만 안 그런 척하는 거죠, 별 수 없는 거죠.
그러니까 솔직한 사람을 보면 외려 깨끗해 보이고 동정심을 갖게 될 수밖에요.
그럴 때 그를 업신여기는 사람이 참 한심한 거죠.
잘하시는거네...ㅎ
남이 뭐라면 어떻겠어요
내 형편대로 우리 가풍대로 사는거죠 뭐...
이웃집 풍경 같은 삶의 애환이 묻어있어 좋은 시를 읽어보았습니다.
하늘이 참 눈부시네요.
조금 들뜬 기분으로 월요일을 걷는 중입니다.
저 파란 하늘 때문이지요.
요즘 사람 같지 않네요.어련히 알아서 갖다 줄까봐...
몇년 전에 다른 지역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보니 지갑이 없어요.
이걸 어쩌나 밥 맛이 싹 달아났는데 주인이 흔쾌히 "그러세요~"
다음 날 일찍 계좌로 넣어 줬지요.
그 아주머니께 한 수 배웠습니다.ㅎ
오랜만에 깐풍기 한번 드시지 않구서리...
그렇게 아껴서 다른 사람이 다 갖다 쓰게 됩니다.
돈은 모으는 사람 쓰는 사람 따로 있다지요.ㅎㅎ
글도 글이지만 대문사진 멍멍이가 압권입니다.
오랫만에 찾아뵙고 흔적 남기고 갑니다.~~
희노애락의 즐다리기 시합같아요..
그 가운데 무엇도 우리를 그냥 비껴가지는 않더라구요...
어차피 다 엮이어 지나가는거 허허 웃으며 지나가기를요...
- ★ 미다스 kan7ry
- 2014.11.12 17:50 신고
- 수정/삭제 답글
이렇게 인생이란..
슬프기도 하지만 현실은
카드로 긁은 불안한 한달여 시간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사는 것, 정말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이
정답같아보입니다.
불어 ..언능 머거...는 좀 슬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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