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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전원생활

by *열무김치 2014. 5. 26.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노라면 이곳에 사람이 사는 곳이 맞을까 싶을만큼  적막하기까지 한 동네를 만난다.

분명 보이는 저집엔 아침밥을 지어먹고 어느 아이는 학교를 갔을테고  집주인은 들판으로 농삿일을 나갔을게다.

덩그러니 남겨진 강아지 한마리가 짖는 것도 잊어 버렸는지 객적게 집안을 힐끔거리는 나그네를  멀그레미 바라다 본다.

생긴 걸 보니 뭐 훔치러 온거 같진 않고, 그렇다고 호감 가는 얼굴도 아니구먼..

가던 길이나 가시지...

 

어느해 봄

길을 지나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집이 보이길레 무심결에 그곳을 찾아 들었다.

분명 전에는 없던 집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몇장의 사진을 촬영 하다 인기척에 깜짝 놀랐다.

"뭐를 그렇게 찍으세요?"
찻잔을 든 희끗한 머리의 여인이 나를 바라다 보고 있었다.

"뉘신데..그걸 찍어서 뭐 하시려구요?"

"아..예, 그냥 풍경이 좋아서 찍은겁니다. 놀라게 해 드렸다면 죄송 하구요."

유심히 나를 바라보던 그 여인은 보아하니 별 볼일 없는 실없는 사람쯤으로 여겼는지

"별로 아름다울것도 없는데 좋다고 하시니 기분이 나쁘진 않네요. 당췌 여기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놔서..."

"전에 보이지 않았는데 이곳에 이사를 오셨나 봐요"

"네..좋다고 내려오긴 했는데.."

말끝을 흐리는 그녀의 모습은 나보다 몇살은 더 들어 보였다.
"커피나 한 잔 하시고 가시지요."
" 그래도 되겠습니까?"

뜻밖의 호의에 난 기다렸다는 듯 작은 정원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았다.

아담하게 꾸며진 잔듸 정원엔 이름모를 꽃들이 소담스레 피어 있고  나무그늘 아래엔 흔들의자도 놓여 있었다.

통나무로 지은 자그마한 집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었고 여기저기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집을 참 예쁘게 꾸며 놓으셨네요."

그녀가 건네준 커피를 홀짝이며 집 주변을 찬찬하게 훑어 보았다.

"여기 근처에 사시나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예요.전에는 살았었지만 시내로 나간지 오래 됐지요."

그녀는 커피를 마시며 내모습을 넌즈시 건너다 보았다.

"사진작가는 아니신 것 같고 ..이런델 뭐하러 오셨어요?"

"하하..작가는요. 잘 보셨습니다.

그냥 여기저기 다니다 우연하게 온거지요.멀리서 보니 집이 참 아름답더라구요."

"아름답기는요. 저도 첨에는 그랬는데 이제는 도무지 그런걸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요?"

 

그녀의 이야기는 이랬다.

은행에 다니던 남편이 퇴사를 하고  여행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다가 마냥 그럴 수 없어 작은 사업을 시작 했는데  사회경험이 별로 없던 남편은

하는 일마다 실패를 하면서 퇴직금조로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날렸다고 했다.

몇번의 실패를 겪자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 남편을 설득해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이곳으로 내려오게 되었단다.

사업 실패후 병까지 얻은 남편이 술을 가까이 하게되자 그 결심을 빨리 하게 되었다고.

 

"아무나 이런곳에 사는게 아니구나 하는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요.

할짓이 못되요. 누가 그런다고 한다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어요."
"재미나게 사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요?"

"어쩌다 있겠지요. 처음부터 살았던지, 터줏대감들이었는데 나가 살다가 다시 돌아 왔던지 하면 몰라도 도시생활에 인이 박힌 사람들은

이짓거리 하지 않는게 좋아요."

"그정도예요?"

"앞을 보아도 산이고 뒤를 보아도 산이고..내가 귀신에게 홀린거지.

처음엔 그게 왜 눈에 보이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근방에 사는 사람들하고 좀 알고 지내야 하는데 그것도 너무 어렵고,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없고..

 

돌아오면서 특별한 경우구나 생각했다.

말대로만 한다면 누가 이런곳에 와서 살까.

말들은 그렇게 하면서 좀 괜찮다 하는 골짜기마다 집들이 다 들어 섰는데 그럼 그사람들이 다 그렇다는거야?

산골에서 적잖은 시간을 보냈던 나는 그래도 여유있는 사람들의 투정이 아닐까 하는 정도로 흘려 보았다.

 

"아이고 오빠, 나이들면 병원 가까운데 살아야 한다니깐.

다리에 힘 빠지고 눈 침침해 져서 산골에 들어박혀 있으면  그게 뭐야. 애들 생고생 시키는거지.

"그럼 늙을수록 시내 근처에서 어슬렁 거려야 된다는거냐?"

"그래, 그말이 진리라니까. 아프면 잽싸게 병원가고  여기저기 심심찮게 사람들 하고 어울려 살아야지, 무슨 도를 닦을것도 아니고 뭐하러 산골로 들어가?  내가 그런 사람들을 한 두번 보는줄 알아? 병원에도 많이 와 .그런 얘기 하는 사람들.

아니, 오빠는 산골에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도 그렇게 몰라?

부모 귀찮아 하는 애들이나 얼씨구나 하지."

병원에 오래 근무한 여동생의 말이다.

헛..

 

처갓집 근처에 멋진 집들이 하도 많이 들어서기에 처남에게 농담을 건넸다.

"아니, 돈벌어 뭐하남?  산밑에 근사하게 집도 짓고, 주변 단장도 좀 하시지. 사또덕에 나발이라도 좀 불어보게."

처남은 빙그레 웃으며 같잖다는 듯 말했다.

" 사는 집도 좋구만 그걸 뭐하러 해 .그럴만한 돈도 없고.

저거..모두 좋아 보이지? 여름 한 철 용으로 변한 집들이 많아.

어쩌다 주말에 놀러오고 겨울엔 텅 비어있지. 처음엔 와서 좀 사는데 그게 얼마 못가더라구"

"그럼 귀농 인구가 많이 늘었다는 얘긴 뭐야? "

"농삿거리 많은 곳 얘기지 이런 산골에 무슨 귀농은.. 이곳에 다시 올 생각 말고 시내서 살다 죽으라구."

"개울건너 장단지 많이 가져다 놓은집은 와서 계속 살았잖아.집도  예전보다 더 멋지게 가꾸어 놓았던데?"

"예전에 서울로 다시 갔다네.

좀 살았는데 자꾸 아프다고 시내로 다니더니 이젠 안내려 오네.

동네 사람들이 저양반이 내놓은 돼지도 몇마리 얻어 먹었는데."

 

 

 

깊은 산골임에도 멀리로 상당히 넓은 개인 정원이 보인다.

처음보는 사람들에겐 이 광경이 동경심을 일으킬만도 하다.

일장춘몽으로 끝날지라도 누구나 한 번 쯤은 후일 새소리 바람소리 들리는 전원생활의 한자락 꿈을 꾸어본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라는게 종잇장처럼 얇아서 묵묵한 자연이 주는 언어를 받아 들이기엔 수많은 시간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귀농을 하거나 산골로 터전을 옮겼으면 꾹 참고 살아야 정이 붙는다.

3년만 버티면 나름의 철학이 생겨 다시 도시로 나오고픈 마음이 없어지리란  생각이다.

그런 각오가 없다면 미리 연습을 해 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사는일이 어느것 하나 만만한 게 없지만 노후의 평안한 쉼도 결코 간단하지 않다.

사람처럼 복잡한 동물이 지구상 어디에 있을까.

 

 

 

 

 

그럼요.
시골이 뭔지도 모르고 시골에서 살겠다는 건 그림 보고 그림 속에 들어간 것과 같겠지요.
'사람' 좋아하고(?) '모임' 같은 것 많다고,
사람들이 하도 많이 자주 찾아서 하루도 한가한 날이 없다고 은연중에 자랑하는 그런 사람은 아예 생각도 말아야 하겠지요?
주제넘는 말씀이 되겠지만,
아무 말 않고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외로운 게 힘들지 않은 사람 없겠지만 외로움 속에서도 그 힘듦을 차라리 즐길 수도 있어야겠지요.
그러면서도 그렇게 일시적으로라도 한적한 걸 찾았던 사람들을 구태여 꼴같지 않다고 나무랄 순 없겠지요? 오죽하면그런 생각을 했을까 싶어서......
저 풍경 속을 드나들며 이 생각 저 생각하시며 지내시는 게 부러운 건 사실입니다.
그렇게 사는 분들은 사람도 그 풍경의 하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산골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5~60대가 나이를 더 먹으면 그럴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때가면 환경도 많이 바뀌니 지금의 잣대로 예단 할수는 없겠지만 귀농을 하거나 전원 생활을 해 보겠다고 결심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건 같습니다.
앞으로 노인인구가 급증하니 농촌에 내려가 사는일을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장려 할 필요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 많은 실버세대가 도시에서 모여 살수는 없으니까요.
공기좋고 산좋고 물좋고 정자 좋은 곳이 어디있겠어요?
다 좋은 곳 그게 인간의 욕심이겠지요..

그래도 전 시골이 좋아 보이네요..
사람의 욕심...맞는 말씀입니다.
일정부분 버릴 건 버려야겠지요.
아마 지금이 과도기가 아닐까 합니다.
내몸을 누일 생활의 터전을 옮기는 일이 평생을 통해 한 두번 있는 일이니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찾아 주셔서 감사 합니다.
저도 전원생활 꿈꾸는 사람중에 한사람입니다만
그리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듣긴합니다..
제가 전원생활꿈꾸는 이유중하나는 아마도 제가살던 이곳이
예전에 씨뿌리고 수확하던 시골이나 다름없던곳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돈많은사람들이 주말에만사용하는 전원주택을
쎄컨드 하우스라고 한다죠?열무님말씀대로 사람이 복잡한 동물인것같아요..
저도 개인적으론 시골에 살고싶습니다..
솔솔님은 서울서 오래 사시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분과 달리 적응 하시기에 훨씬 빠르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군요.
더구나 전에는 농촌과 다름 없었다면 좋은 경험이지요.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은 시골에 집 한 채 장만해 두고 왔다갔다 하면 좋지요.
다만 투기성을 염두에 두면 곤란 합니다.
그런 경우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데 이제는 웬만한 시골도 땅값이 많이 올라있고 건축비도 도시와 큰 차이가 없어서 사실 시골에 들어와 사는일도 경제적으로 큰 결심을 해야 합니다.
다만 연고가 있거나 조상에게 물려받은 터전이 있다면 사정은 더 수월해 지겠지요.
목가적인 생활도 요구하는게 너무 많습니다.
주변의 지인들 중에서 귀촌에 실패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 동네 사람들의 텃세를 이겨내지 못한 것입니다.
특히 4~50대 남자들 중에서 귀촌인에 대한 반감이 강한 분들이 많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결국은 적응을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더군요.
저도 귀촌을 꿈꾸고 있는데 연고가 있는 곳이 없어서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경우를 하도 많이 봐 놔서...
그러나 성공하는 사례가 전보다는 많이 늘었습니다.
윗분께도 말씀 드렸지만 지금이 과도기 같습니다.
그나마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르지요.
제가 살았던곳도 제가 그곳을 떠나올때만 해도 깜깜 절벽이었는데 제가 도시에서 20년 살동안 너무도 많이 변했습니다.
아마 산골짝 골골마다 들어선 집을 세어 보라면 다 셀수도 없을만큼 많은 집들이 들어서고 길도 확 바뀌었지요.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 정책도 한 몫 했겠지만 그만큼 관심도가 높아 졌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다만 요즘들어 글에서도 썼 듯 빈집이 많이 늘어 난다는게 문제인데 시간이 흘러 실버세대들이 많아지면 이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 같습니다.
병원 문제도 교통이 좋아지면서 도시로 나오는 시간이 절반 가까이 줄어 들었습니다.
생각이 계시다면 앞으로 5~6년 안쪽이 기회일것 같네요.
강원도는 아직도 땅값이 싼곳이 많은데 계신곳은 사정이 다르겠지만요.
저도 언젠가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 전원생활을 하리라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에 글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실천에 옮기고 싶지만
동생분의 말씀처럼 딸아이가 어쩜 이리도 똑 같은 말을 하는지
극구 만류를 하고 있어 아직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격 탓도 있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도심을 벗어나
한적하고 너른 마당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희망은 버릴 수가 없네요.
마음을 내려놓고 어디든 머물면 그 자리가 낙원이요
편안한 보금자리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애고~~
생각이 많아져서 돌아갑니다.
반갑습니다.
생각 많이 하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의지만 있으면 시간을 갖고 실천에 옮기면 되는거지요.
생각엔 예람님은 전원생활을 잘 하실거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인터넷이 안되는곳에서도 잘 계셨다 하니
좋은 계획 세우셔서 꿈 이루시길 바랍니다.
ㅎㅎ
도시의 누구나 꿈꾼다는 전원생활!
아주 좋은 교훈이 될 것 같습니다.
복사해가고 싶습니다. ㅎㅎ

그런데 . . . 다시 문 여신 걸 오늘에사 알았습니다. ㅜㅜ
슬슬 준비를 해 보시지요.
정선쪽도 괜찮은곳이 워낙 많으니 그곳도 좋을듯 싶습니다.
아마 지금은 답보 상태지만 곧 봇불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전원생활은 꿈을 꾸고 가면 안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상상처럼, 드라마처럼 아름다운 건 아니기에...물론 사람이 하기 나름이겠지만요.

저도 후일에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는데 은근히 겁도 납니다.
늙을수록 도시에 살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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