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횡성 둔내 청태산에서
산에 올랐다가 길거리에서 잠시 쉬려고 앉았는데 푸드득 하고 새가 한마리 날라간다.
무심코 발 아래를 내려다 보았는데 경사가 조금진 후미진곳에 새 둥지가 보였다.
정교하게 지어진 깔끔한 둥지엔 여섯 형제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동물들의 둥지가 다 그러하지만 작은 새 한마리가 오로지 부리로 저렇게 완벽한 둥지를 틀었다는게 그저 놀랍고 신비하다.
그 중 한 녀석은 이제 껍질을 깨고 슬슬 기지개를 켜는 순간이었다.
이크...
순식간에 내가 방해꾼이 되어 있었다.
반대방향 나무위에선 날카로운 지저귐이 들려왔다.
얼른 일어 나려다가 여섯 형제가 너무 아름다워서 얼른 카메라를 꺼내들고 잽싸게 셔터를 눌렀다.
좀 더 나은 사진을 얻기위해 이리저리 위치를 잡아보고 싶었지만 어미새의 날카로운 울음에 마음이 다급해져서 그럴 수 없었다.
검불과 풀잎을 뜯어다 둥지 주변에 가리워주고 얼른 자리를 뜨자 얼마 가지못해 어미새가 푸르륵 둥지로 날라가는게 보였다.
망할 놈..그 걸 찍어다 뭐 할려고. 에라 이놈아 가다가 개똥이나 돌부리에 걸려 퍽 엎어져라.
새가 나에게 모진 욕을 하는 듯 느껴졌다.
사진 한장만 찍었거등. 그리고 둥지도 가려줬어. 나, 착한 사람이야.
이제 조금만 지나면 재잘재잘 아기새들이 태어 날거고 어미새는 벌레를 잡아다 먹이느라 몹시도 고단할 게다.
우리는 가끔 푸른 창공을 날아 다니는 새처럼 자유롭고 싶다고 넋두리를 한다.
내가 자유롭다고?
봄되면 알 낳고 먹여 살리느라 노심초사요, 겨울이면 굶어죽지 못해 사는데두?
그러면 당신이 새가 한번 되어 보던지.
어미새가 죽자사자 벌레를 물어다 먹이노라면 앙증맞던 새끼들은 제 먼저 먹겠다고 입을 벌려대고 몸집이 커지면서 둥지는 어느새 만원이 된다.
이제 쫓아내야 할 시간이다.
어미새는 혼자 살아갈 기초 훈련을 시킨뒤 가차없이 냉혹한 산야로 쫓아낸다.
쫓겨나는 새끼역시 뒤도 돌아다 보지않고 제 살길 찾아 날아간다.
어미나 새끼나 조금의 미련도 없다.
결국 어미새는 다시 혼자 남는다.
자연이 만들어 준 냉정한 룰이다.
가끔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새만큼도 룰을 지키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흐르는 물처럼 순리대로 산다면 세상이 이처럼 시끄럽지는 않을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상상속의 세계일 뿐 세상은 늘 시끄럽고 늘 복잡하다.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있다.
앨버트 슈바이처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엉켜서 복잡하게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고독으로 죽어간다고 했다.
결국 혼자 남겨 진다는 말이다.
그말이 듣기엔 거북하고 껄끄러워도 신이 우리에게 준 어쩔 수없는 宿命이다.
만일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후대는 피곤해 질게다.
그러나 홀로 남겨진다는 건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하려 해도 서글픈 일이다.
우리들은 본능에 따라 제 갈길을 떠나는 한마리의 새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립세대가 홍수처럼 늘어나고 점점 閉鎖 로 내달리는 개인의 삶이 본인의 선택이 아닌 시류에 의해 억지로 떠밀리는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렵게 살았더라도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던 가족 공동체 삶은 이제 전설이 되어간다.
5월 봄날, 앞으로의 험난한 홀로의 삶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하고 앙증맞은 여섯 형제의 모습만 들여다 보았다.
애지중지 자식들 키우다 어느날 홀로 남겨지는 현대인들의 愛憎 의 그림자는 먼 후일로 돌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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