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지병으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매형님도 만나뵙고 연세 많으신 어머니께 고향 모습도 보여드리려고 형제들이 어려운 시간을 내었다.
장거리 여행인데다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운전을 해야하는 나는 심적으로 부담이 됐지만 모처럼 가족들이 떠나는 길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나섰다.
날씨는 밝게 빛났고 푸르른 산과 들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주말이라 팬션예약이 어려울줄 알았는데 이번 세월호 여파로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인지 원하는 시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가족 모두 병문안을 끝내고 내가 살았던 고향마을을 둘러 본 뒤 예약을 했던 팬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먹을 음식과 반찬거리를 미리 준비한탓에 시장에 들러 간단하게 삼겹살과 마실 음료수와 소주 몇 병을 샀다.
읍내에서 상당거리에 떨어져 있는 팬션은 아주 깔끔하고 주변 경관이 수려했다.
종일 차에 시달렸지만 짐을 풀어놓기 바쁘게 어린아이들처럼 주변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멀리 떨어져 살다 모처럼 야외 모임으로 만난데다 어머니도 함께 가셨으니 나와 가족들은 모두 들뜬 기분이었다.
나와 누님들은 근처 개울가로 내려가 발을 담그고 동생 둘은 산으로 올라가 나물을 뜯고 오가피 순을 꺾어왔다.
오물조물 나물을 무치고 구수한 된장찌게에 집에서 준비해 온 반찬들을 곁들여 저녁만찬을 즐겼다.오는도중 식당에 들러 식사를 했지만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았던지 모두들 밥 한 그릇씩을 깨끗이 비웠다.
여행을 떠나온 가족들 모임이라 웃고 떠드는 행복감에 없던 밥맛도 자연히 생겼으리라.
옛날 형제들 많았던 집에 반찬 없는 거친 음식이었어도 모두들 게 눈 감추듯 밥그릇을 비웠던 게 우연은 아니었던게다.
가족 대부분이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지라 삼겹살을 구워 간단하게 소줏잔을 나누었다.
그 중 술량이 좀 센 세째누나가 흥이나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이를 바라보던 내 동생이 스마트폰을 어머니께 가까이 대며
"엄마, 우리 모두 모이니 기분 좋으시지요? 노래 한 곡 해 보세요. 엄마 노래 부르시는 거 보고싶다."
누님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자 예상치않던 일이 벌어졌다.
올해 아흔 일곱이 되시는 어머니께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시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옛날 노래가 아닌 80년대 가요를.
"이리가면 고향이요, 저리가면 타향인데~~"
가끔 TV를 마주하고 당신 혼자 흥얼거리시는 걸 본적은 있지만 사실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시는 건 실로 오랫만이었다.
뚜렷한 음정과 노래가사, 그리고 춤사위가 아흔일곱 노인이라기엔 믿겨지지 않았다.
어머니의 노래를 들으며 부끄러워지는 자신을 보았다.
진작에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했어야 하는데...
바쁜 삶을 핑계로 어머니를 세월 저만치에 앉아있게 해 드렸고, 한 지붕아래 함께 지내는것만으로 내 할 도리를 다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이다.
먼 옛날 푸르렀던 시절은 여전했고, 매정하게 흘러가 버린 세월도 아련하게 남아있는 소녀의 마음을 다 앗아가진 못했다.
어머니의 노래가 끝나자 우리 형제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뜨거운 박수를 쳤다.
누가 노인들을 흘러가 버리면 돌아올 수 없는 강물이라고 하는가.
세월이 무정하게 던지고 가버린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친구가 가볍다고 했는데 상당히 진행된 상태더라구요. 집을 잘 못 찾아오시고, 옛날 일과 지금 일을 섞어서 생각하시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은데 오늘 친구와 어머니를 뵙고 오니 걱정이 많이 앞서네요
그래도 차라도 타실 기력 있을 때 잘 갔다 오셨습니다
저희도 친정부모님 모시고 이젠 언제나 가려나 하셔서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묘소에 마지막으로 모시고 갔다 왔거든요
심정이 착잡하더라구요 [비밀댓글]
치매를 앓고 계시거나 그런 분을 모시는 가족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외의 힘이 들겠지요.
저는 직접적으로 겪진 않았지만 친척과 이웃에 그런 분들이 더러 있어서 그분들의 고통을 보았습니다.
앞으로 치매나 암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텐데 이런 노인들의 문제는 가족들의 삶에 커다란 짐으로 남을 가능성이 많아졌습니다.
본인 역시 나이들어 앞으로의 일을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저의 어머니는 100세가 멀지 않았지만 아직도 장거리 여행을 하실만큼 건강 하시니 전 복받은 사람입니다. [비밀댓글]
치매는 정말 오랬동안 옆에 있는 가족들도 고통을 같이 받습니다
보기엔 멀쩡해보이는데 그러니 더 화가 난다고 그러더라구요
언성도 가끔 높아지고 심정적으로는 아는데 말이 곱게 안나간다 하니
그 심정 이해가 갑니다
어머님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비밀댓글]
제게 시집온 20대 이후로 근 40여년간 부모님을 모셨으니 저 모르는 눈물도 많이 흘렸을겁니다.
아내도 자기 인생이 있는데 사람 마음이 누구라고 다를리 있겟습니까.
건강한 부모님을 둔 저는 행복하지만 막상 오랜세월 뒷바라지 한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비밀댓글]
그곳에 반기는 이가 있어 좋아 보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멈춰버린 추억이 자릴잡고 있는...
고향이란 영원한 것이니까요... ^^*
매일..모든 식구를 보고 같이 살 수 잇다면
좋겠단 생각이 먼저 듭니다.
분가하고 다른 살림을 시작하면 누구나
마찬가지의 일상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합니다.
제 어머님은 이제 89이신데 기력이 점점 약해지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신경이 쓰입니다. 정말 숫자에 불과하기를 빌어봅니다.
가족들이 다 모이신게 너무 좋으신것을 그리 표현을 하셧네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하다지만 ...전 82세 친정엄니가 정신줄이 흐려 지는것 같아 고심하고 있습니다.
가족 모임 참 부럽고 고향을 함께 찾아 지난간 추억을 공유하시는 모습에 정감이 스밉니다.
나날이 건강하세요
아직 생존하시게 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 게다가 모시고 살고, 가족여행까지......
한마디로 부럽습니다. 저는 오래 전에 모두 돌아가시게 했습니다. 그래서 더 부럽습니다.
속으로는 '요양원은 무슨 요양원, 요양해서 다시 돌아나올 수 있어야 요양이지, 죽을 날을 기다리도록 하면서 요양원? 말 좋지.' 하고 중얼기리지만, 그 부모님께서 벌써 돌아가시게 했으니 그들보다 못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참으로 대단해서 한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자당님의 건승을 기원드립니다.
그리고 우리집 풍경이 그려집니다..
젊은시절부터 휴가때면 모시고 다녔더니..해마다 휴가철만되면 미리 우리집에 와 계셨던 시모님..
그리곤 구남매들을 모두부르셔서 해마다 함께 다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도 남은 형제들이 가끔 다니긴합니다만 요즘은 제가 몸이 안좋다보니 그일도 뜸합니다..
그래도 올봄에 벗꽃구경도 모시고 다녔는데 연휴때만되면 혹시 부르지않을까? 기다리시니...
암튼 열무님도,사모님도 요즘 보기드믄 효자,효부 이십니다..칭찬받아 마땅하십니다..
나이는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슴에 저도 동감입니다..
제 친정어머니도 올해 구십이신데..5분거리 노인정 가시는데 모자에,손에 장갑까지 끼시기에..
가까운데 뭐 그렇게까지 하시냐고 했더니..햇빛에 피부가 탄다고 그렇게하신답니다..
그래서 햇빛도 좀 쏘이셔야 건강에도 좋다고했더니..당신보다 두살위이신 할머니도 꼭! 그리하고 다니신다며
지팡이 짚으시고도 뽀얀 피부를 원하시는 노모를보며...나이는숫자에 불과하다는걸 느꼈습니다..
열무님 어머님과 가족들모두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가만 지켜보면 어르신들은 당신의 생신날이나 무슨 기념일등을 구실로 누군가를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그냥 보자고 하면 오지 않을가능성이 많으니까요.
솔솔님이 활동을 줄이시니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뒤따르는군요,.
노인들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가정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말씀처럼 살아 움직이는 그날까지 아무리 나이 많아도 남에게 추한모습 보이기 싫고 깨끗한 모습으로 남길 원합니다.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이지요.
이번 여행을 떠날때 저의 어머니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솔솔님의 건강 하심을 빌어 봅니다.
어머님이 다복 하신 분이시네요.
어머님이 차를 타시고 자식들과 나들이를 하실수 있으시니
모든 가족분들이 행복하셨겠습니다.
윤선생님내외분이 효자 효부시라 가능한 일이지요
부럽습니다..
사람이 오래 살으려면 건강해야 하는데 저는 벌써부터 비실비실하니 걱정입니다.
둘이 감기 걸려서 아직도 기침을 하고 있습니다.
배와 대추 파뿌리도 끓여 먹었는데도 낳지를 않습니다.
- ★ 미다스 kan7ry
- 2014.05.27 18:01 신고
- 수정/삭제 답글
이런 면에서는 많이 부럽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은 늙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노인 인플란트가 75세로 되어 있는 데, 2016까지 65세까지 하겠다고 하는 데, (ㅎㅎ)(ㅎ). 치아는 좀 건강하실때, 해드려야
부끄럽지 않을까요(?)
세 갈래길 삼거리에 비가 내린다~~
돌아가신 선친 께서 무척 즐겨부르던 노래입니다.
김상진이라는 가수가 불렀는데 하도 자주 부르셔서
가사를 죄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노래방에 가서 이 노래를 부를 때도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울컥해지는 느낌이 올 때도 있습니다.
제가 살던 고향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변신해서 흔적 조차 찾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화목하고 다복하신 선생님 댁의 나들이가 부럽습니다.
그렇군요. ㅜㅜ
노래를 하실 자리가 없으셨던 모양입니다.
어머님 생각이 나는군요.
참 보기가 좋습니다.
그르고 보니, 두 해전 여름에 함께 부모님 모시고 가족이 휴가를 다녀 온 후로 가족모임을 못 했네요.
아이들이 어렷을 적엔 더 자주 모였던거 같은데...
가족은 삶의 비타민 같은 존재지요. ^^
어머님 모시고 고향을 다녀 오셨군요.
매형분 께서도 얼른 쾌차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모처럼만에 형제 가족나들이가 보람있으셨겠네요.
저는 아버님 산소에 다녀온다 온다 하면서도
다녀오지 못하고 있네요.
조만간 찾아 뵈려고 합니다.
어머님도 오래도록 건강 잘 관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쌉쌀한 야생 산나물과 된장찌게 군침이 막 고이는군요
어머님이 더 연로해지신거 같아요..ㅠ.ㅠ
미소가 마치 어린아이처럼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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