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날 저꽃이 좋다고 입이 붉도록 진달래 꽃잎을 따먹곤 했다.
진달래에 대한 우리들 기억은 어머니를 떠올리는 일이다.
가녀린 나뭇가지에 피워 올리는 저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생명을 보면서.
긴 겨울의 끝을 알리는 앞산의 연분홍 눈짓은 어린 마음에도 평안을 주었다.
이제 손등 터지지 않고 시오리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된 걸 확인하는 일이었다.
세월은 여전히 흘렀고 진달래도 여전히 피었지만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옛사람이 아니다.
진달래를 따먹을 아이도 없고 진달래 핀 동산에 올라갈 까닭도 없다.
그저 제혼자 슬그머니 피었다 봄이 시키는대로 꽃잎을 떨구면 그만이다.
그래도 그녀를 만날 수 있음이 다행이다.
적막한 산속에 저만한 색깔조차 없다면 봄이 체면이 서겠는가.
저 아름다운 봄이 중국발 희뿌연 황사나 미세먼지에 휩싸여 고초를 당하면 우리들 마음도 그만큼 닫히리라.
푸른 하늘과 만나는 4월이 살아가기 벅벅한 우리들 가슴에 위로를 준다.
살만한 세상이다.
사람도 묵직한 버팀목이 있을때 바람을 타지 않는다.
이름모를 산야에 장구한 세월 비와 바람을 마다하지않고 잘 버티어 준 고목을 만나면 까닭모를 경외심이 든다.
나역시 저렇게 살다 가리란 소망으로.
사시사철 말없이 산허리를 바라 보았을 거목의 적송이 또 한해의 봄을 보낸다.
또다른 자연 지킴이다.
시차를 두고 피어나야 할 봄꽃들이 한꺼번에 욕심을 부렸다.
하니 이꼴 저꼴 보지 말고 자신만 뽐내야 할 모든 얼굴들이 한꺼번에 상면한다.
홀로 붉어야 할 산벚꽃이 우루르 피어난 녹음에 당황스럽다.
그래도 바라보는이 좋으니 가끔은 봄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일도 盲龜遇木이 아닐까.
사람의 마음이란게 이리도 변화무쌍하다.
산속에 피어난 개복숭아꽃
매실만한 복숭아가 익으면 이미 여름은 중턱으로 달린다.
약으로 쓰기위해 가끔 열매를 따지만 어쩌다 만나는 개복숭아는 따는이 없이 가을을 맞는다.
개살구, 개복숭아...서서히 잊혀져 가는 이름이다.
주차장의 벚나무는 바람에 꽃잎이 눈 날리듯 떨어지던데
봄은 벌써 저만큼이나 지나간 것 같습니다.
- 청청수 -
지나고 나니까 모든 것이 아름다움과 그리움에 묻힙니다.
올봄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비교적 덜해서 다행이라는 말씀을 자꾸 들여다봤습니다.
이곳에서 지내며 "이렇게 해서 어떻게 살겠나...' 싶은 게 올봄의 솔직한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래도 별 생각없이 지냈는데, 올해는 정말로 어렵습니다.
오늘만 해도 서울 근교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며 이러다가 병원으로 직행하는 것 아닌가 싶을 지경으로 괴로웠습니다.
중국에서는 공기를 병에 넣어 판매한다는 뉴스가 새삼스럽게 들렸습니다.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아내가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이곳에서 또 조금 더 나가서 살아야 할까....."
- ★ 미다스 kan7ry
- 2014.04.19 21: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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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다스 kan7ry
- 2014.04.24 16: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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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
벚꽃이 예전보다 보름이나 일찍펴
당황하게 만들더니
세월호가 결정타를 날리네요!!
건강 조심하시고요!!
다 피아서 차례로 보는 즐거움이 감해 진듯 하네요
꽃은 피고 지지만 그 꽃 바라보는 사람은 옛사람이 아니네요...
4눨은 잔인한 달이 아니라고 나름 생각을 했는데
진정 잔인한 달로 남겨지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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