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날 느긋하게 잠이나 좀 자렸더니 시커먼 자루를 두자루나 내어 놓는다.
"뭐여?"
"뭐긴..오늘이 장날이니 이거나 좀 튀겨와요."
자루를 열어보니 강냉이 말린거다.
"에이..이걸 누가 먹는다고 이렇게나 많이.."
"다 줄데가 있으니 빨랑 다녀 오기나 해요."
전에는 명령조의 말투가 거의 없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라는 식이다.
끙..늙어서 설움 안받으려면 눈치를 잘 봐야지..
보나마나 두어시간은 족히 걸릴텐데..투덜투덜..
역시나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많이 밀렸어요. 여기다 두고 볼 일 보고 오세요."
뻥튀기 아저씨는 옆도 돌아다 보지 않은채 자루에다 표시를 하고는 다른일 보기에 바빴다.
헛...두어 시간을 어디서 보내다 온담.
오랫만에 장구경이나 하자는 속셈으로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돌아 다녔는데도 30분도 흐르지 않았다.
할수없이 메추라기 구워 파는집에 들어갔다.
메추라기 구이가 1,000원이란다.
5,000원어치와 막걸리 한사발을 시켰다.
막걸리에 메추리 다리를 뜯고 있는데 안면이 있는분이 들어왔다.
"어이고..웬일이여? 이런데서 술 을 다 먹고.."
주거니 받거니 꽤 여러잔의 막걸리를 마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떠들다 강냉이 생각이 났다.
"제꺼 다 됐지요?"
"뭐였드라..옥시기였나요?"
"아까 시커먼 자루에 담긴거 아저씨가 표시 했잖아요."
"아..그거, 아주머니가 찾아 갔는데요."
그럴리가 없는데..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뛴다.
"집사람은 여기 오지도 않았다는데요?"
뻥튀기 아저씨는 분명 어떤 아주머니가 자기꺼 맞다며 돈 내고 찾아 갔단다.
아저씨가 맡긴거라면서.
"아니..아저씨. 주인은 저인데 누구를 주었다는거예요?"
실랑이가 오갔지만 이미 물건은 없었다.
시커먼 자루도 없고.
"어떡하실거예요?"
"허..참.. 난 또 이런일은 첨이네 .그럼 그여자는 도데체 누구요?"
..............
주춤거리고 서있던 뻥튀기 아저씨는 자기가 실수를 한거 같다며 다른 물건으로 뻥튀기를 해 줄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황당했지만 일도 많은거 같고 사람도 많은데다 더이상 다투기도 그러해서 기다리다 아저씨가 만들어준 뻥튀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물건은 찾았냐며 급하게 물어보는 아내에게 뻥튀기를 내밀었다.
상황 설명을 하고 대신 가지고 왔으니 그만 잊어 버리라고 했다.
욕실에서 머리를 감고 나오는데 아내가 불렀다.
"여보..당신은 물건도 확인해보지않고 왔어요?"
"왜?"
"왜긴..우리껀 찰강냉이인데 이건 메옥수수잖아.
이걸 무슨 맛으로 먹어요."
"아니 그럴리가 있나. 난 당연히 같은걸로 해 주는줄 알았지."
아내에게 핀잔을 들은 메옥수수 뻥튀기는 몇번 그릇으로 퍼 나르더니 이내 주둥이가 꼭 묶여서 한쪽 구석으로 밀려났다.
"저런 양반이 어떻게 영업은 하는지 참 미스테리한 일이야."
잡다한 물건을 넣어놓는 곳에서 찬밥 신세가 된지 오래 되었다.
어째요 속상해서...
사모님께 혼나셔도 할 말이 없으셨겠습니다.
그런데 옥수수 튀밥 다 같은거 아닌가요?
찰 옥수수랑 메옥수수 차이가 뭐예요?
그냥 육안으로 구별되나요?
아무튼 속상한데 옥수수도 저리 찬밥신세니 안타까운 글 이었어요.
그 아저씨가 실수를 했어도 속상하지도 않았어요.
까이꺼..주면 주는대로..
찰옥수수는 맛이 연하고 식감이 좋지요.
메옥수수는 크기가 크고 금방 뻥튀기를 했을때는 먹을만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가면 질기고 씹는맛이 아주 달라집니다.
육안으로의 구분은 찰옥수수 뻥튀기는 알이 좀 잘고 모양이 동그란 편이고 메옥수수 뻥튀기는 알이 커서 금방 알아봅니다.
시험에 안나는 것이니 적기장에 적지 않아도 됩니다 .ㅎㅎ
- pathfinder
- 2012.10.20 22:32 신고
- 수정/삭제 답글
온 마을 사람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아이들은 귀를 막으며 신나해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아내의 부탁에 두말없이 임무를 수행하시는 열무김치님은 참 좋은 남편이십니다
행복하세요
구석에 쳐박아 놓은 메옥수수 뻥튀기 절 주시면 잘 먹을 텐데요 ㅎ ㅎ ㅎ.감사합니다.
찰옥수수 뻥뒤기가 맛이있군요.
저는 먹어보지 못해서요.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일을 사모님이 시키셨으니 관심이 없으셨네요.
그런경우 여자들은 속이 상하답니다.
거기에 찰강냉이와 메옥수수의 차이가 있을 줄이야 . . .
결국 또 주인공이 손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전 글 읽고 나서야 구별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쉽군요. 사모님이 다 쓸 데가 있으셨을텐데요 . . . ㅎㅎ
우리 어릴적의 간식이었는데요..
아내에게 타박을 제법 들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장터에서의 좋은 사람고 막걸리 한 잔~~
캬~~~
기분 굿~이었겠습니다..
그 장터 풍경이 떠올려집니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가끔 가다 보면 황망한 일이 일어나곤 하는 곳이
뻥튀기 하는 곳이지요
저도 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ㅎㅎㅎ
그래도 사람사는 냄새가 있어서 오일장은 아름답지요
그래도 막걸리에 메추라기 안주 삼았던 낭만 가득한 오일장이셨으니
다행이십니다~~ㅎㅎㅎ
사람 사는 이야기에 훈훈한 정감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가끔 그렇게 섞이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글을보니 아예 작심하고 가져간듯합니다 ^^*
옛적에 학교에 갔다 오다가 뻥튀기에서 터지려고 할때 소쿠리 대는것을 보면 곁에서서 기다렸습니다
혹시나 옆으로 튀는것이 있으면 얻어먹으려고요 ㅋ
재미있는 글에 옛 기억 한자락 들추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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