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두어번 들리는 구멍가게에 갔다.
"아니..왜 그렇게 안오셨어. 한참을 바랬는데.."
서너평 남짓한 구멍가게에 쭈구리고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가 반겼다.
"대리점으로 전화를 하시지 그랬어요."
"많이 팔아 주지도 못하는데 전화는 뭐.."
몇가지 물건을 가게 안으로 들였다.
"얼마요?"
외상을 절대로 하지 않으시는 분이라 미처 물건 정리도 되지 않았는데 돈부터 내미신다.
"저기...尹씨..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뭔데요"
"저기있는 폐지랑 고물 좀 팔아다 줘. 테레비도 두개나 있고.."
"예?"
가게도 시원찮고 두사람이 앉아있기 뭐해서 틈틈이 신문지랑 폐지, 빈병등 이런저런 고물을 모았다고 하셨다.
근처에 고물상도 없고 다른곳에 오라고 했더니 얼마를 지나도 오지 않아서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고 계셨단다.
그렇다고 그걸 싣고 갈 엄두도 안나고.
좀 난감한 생각도 들었지만 부탁을 거절 할 수도 없었다.
"예..그러지요 뭐."
큰 거래처 몇군데를 방문하고 차를 좀 비워서 오후에 다시 들렀다.
얼마 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막상 싣고보니 간단한 양이 아니었다.
신문지와 폐지 말고도 텔레비젼,헌 밥솥,이런저런 쇠붙이에다 헌 옷도 몇자루나 되었다.
화물차 수북하게 짐을 싣고나니 웃음이 나왔다.
"기름값은 잘 쳐 줄께. 수고 좀 해 주셔"
내가 사는 근처의 고물상에 들어갔다.
평소 안면이 있던곳이라 차가 들어가자 힐끔거리며 쳐다보더니
"에이고..한가지나 하시지...이제는 고물도 모으는거요?
어려운 사람들이나 벌어먹게 놔 두지..허허~욕심도 많으셔라"
핑계를 대자니 말이 길어질 것 같고 그냥 웃었다.
" 잘 쳐 주시기나 하세요"
54,000원이요...
"아니 그렇게 많은데 겨우..설마 속이는건 아니지요?"
"아니, 이양반이 속고만 살았나.
고물값을 모르니 암까마귀인지 숫까마귀인지 알 수가 있나.
기어이 끝전 600원까지 빼앗다시피 하고는 고물상을 나왔다.
차를 빼주기 위해 뒤에서 수신호를 하던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장사가 안되는가벼유? 고물을 모아 오시는걸 보니.."
저놈의 오지랖....
할아버지도 열무김치님 마음씨를 익히 파악하고 계셨던 터라 서슴없이 부탁하신것 같아요.
거절하지 못할걸 알고서...(ㅎㅎ)
열무김치님 몸은 피곤하고 수고스러웠을테지만 글을 읽는 제 마음은 행복으로 물들어 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열무김치님 (쵝오) (짱)
리어카에 박스나 종이를 가득싣고 돌아다니시는 할머님 할아버님들 보면 참 몇 푼 안되어도
그 몇푼에 매일, 혹은 그 평생까지의 날들까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고 저를 반성하게 되요..
노인들 고생없이 편하게 일하면서 혹은 일하지 않고서라도
편하게 인생을 보낼 수 있는 날들이 하루빨리 와야할텐데요..
위의 댓글에서 말씀하신대로 열무김치님 이시니까 할아버지가 부탁 하셨겠지요.
멋지십니다.ㅎㅎ
쉬운것같으면서도 실은 쉽지않은일이죠..
이웃을 내몸같이 사랑하라신 말씀의 실천.. 참(!) 좋은일 하셨습니다..
그분의 다른 소설하나가 여기 들어왔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
글도 재미있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묻어나서 가슴 뭉클해집니다...
님의 글들을 모아서 책한권 내심이 ^^*
600 원은 오해의 값인듯 .. ㅎㅎ
열무김치님 다우십니다
거절하시지 않을것이란걸 아시고 오시기만을 얼마나 기다리셨을까요
말로 하니 그렇지 그 짐을 싣고 꾸리고 내리고 하기가 예삿일은 아니었을것인데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정말 기뻐하실것 같네요 ^^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소에서 (0) | 2012.04.15 |
---|---|
둘째 누나 (0) | 2012.03.31 |
동안(童顔) 권하는 사회 (0) | 2012.03.12 |
3월** (0) | 2012.03.08 |
두번이나 같은꿈을.... (0) | 2012.03.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