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식탁에서 대하는 기초적 양념인 고추가 해를 바꿔가며 주부들의 속을 뒤집어 놓는 일이 잦아졌다.
중국산 가짜 고추가루 이야기가 단골 메뉴로 등장 하는건 우리 식생활에 고추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어느 고추 축제에선 단 한시간만에 준비했던 고추가 동이 나는 바람에 난리 법석을 떨었다고 한다.
올해 잦은 비로 고추 주산지 역시 작황이 영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꽤 널찍한 밭을 일구어 김장에 보태 쓰겠다고 심은 고추가 잦은 비와 탄저병으로 모두 못쓰게 되었으니 저렇게 벌겋게 말라가는 고추를 보면 입맛이 다셔 질만도 하다.
빛깔 좋은 고추로 잘 버무린 김장 김치를 손가락으로 쭉쭉 찢어서 흰 쌀밥에 얹어먹는 즐거움이 녹녹잖은 고추 가격에 가위눌린다.
아버지 사업 실패로 강원도 깊은 산골짝으로 이사를 간 그 이듬해 어머니는 많은 식구들 때문에 남의 집 품팔이를 많이 하셨다.
이사를 가던 해 고추가루를 구하지 못해 소금에 절인 백김치로 겨울을 났다.
밭이 없어 농사를 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어느 산자락에 작은 밭떼기를 일구어 고추씨를 뿌렸다.
당시엔 비닐도 없고 그냥 밭에다 씨를 뿌려서 일년에 고작 두어번 붉은 고추를 수확하는 정도였다.
고추가 달릴무렵 우리들을 고추밭에 데리고 가셨는데 가서 보니 고추가 듬성하니 제법 달려 있었다.
"김치에 고추 넣는거야?"
하지만 우리 남매들은 그해 겨울에도 백김치를 먹었다.
이를 안 산주가 허락도 없이 땅을 일구어 고추를 심었다고 낫을 들고 가 고추를 모조리 잘라 버렸기 때문이었다.
벌겋게 버무린 김장김치를 먹게된 건 아버지가 벌채업으로 돈을 좀 만지게 된 몇 해 뒤였다.
백김치가 더 감칠맛이 있다고 아내는 김장때마다 많이 담근다.
백김치를 뭘 그렇게 많이 하느냐고 투덜거리는 내 속마음을 알리가 없을테니...
- Captain Lee
- 2011.10.25 11:29 신고
- 수정/삭제 답글
누구나 한번쯤 가질 아픈 사연들
한발 들여다 보면 모두 서글픈 추억이 있지요
그추억이 있기에 어금니에 피가 나도록 앙다문적도 있고
님의 글 잘보고 갑니다
고은 하루 되세요
고생하시는 올해 초가을에는 고추값이 비사다고 하더니
좀 가격이 내렷다고 아쉬워 하시던일 이 몇일 전입니다
그런 어린 시절 추억이 있으시군요.
그런데 백김치,,,저도 무척 좋아하는데 외려 고춧가루 넣어 버무린 배추보다 맛내기가 어렵더라구요.(ㅎㅎ)
아직 미숙한 솜씨가 한몫하겠지만....
왠지 열무김치님 아내분은 요리를 잘 하실 것 같아요.
백김치를 만들어서 만족한 적이 없는데 솜씨좋은 아내 분이 부럽습니다.
올해 고춧가루가 비싸서 거금 들여 샀어요.(ㅎㅎ)(ㅎ)
해마다 대놓고 먹는 친구 친정집 고추 작황이 좋지 않아서
올케 친정쪽 아는 댁에서 샀네요.
애기아빠 관사 손바닥만한 텃밭에 배추랑 무우를 심었는데 잘 크고 있답니다.
올해는 직접 가꾼 배추 무우로 김장을 하려하는데
배추통이 잘 찼으면 좋겠습니다.(ㅎㅎ)(ㅎ)
안그래도 오늘 시골을 다녀 왔는데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처가도 대량으로 배추를 심었는데 마음이 편치않아 보였습니다.
아내는 요리를 잘 하는 편입니다.
손끝이 맵다고 하나요.(ㅎㅎ)
팔불출이 아내 자랑하는 사람이라는데 전 손바닥을 일찌감치 비비기로 작정을 했으니 상관 없습니다.
전 어린날의 기억 때문인지는 몰라도 백김치를 그리 좋아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잘 익은 백김치와 동치미 국물을 곁들이면 좋긴 하지요.
고추 때문에 전쟁을 치른 가정이 많습니다.
배추를 심으셨군요.
원래 안하던 시람이 배추를 심으면 배추값이 비싸지 않답니다.(ㅎㅎ)
그것을 다 겪었기에 오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고추가 너무 비싸서 식구가 많은 집은 걱정입니다.
열무김치님댁 고추가 아니었군요 ㅎㅎ
올해처럼 이렇게 고추가 비쌀때는 저렇게 잘 생긴고추 말리는것을 보면
그 어떤것보다 부럽습니다
가만 놔두는 땅에 그것좀 심었기로 서니 ..
참 그사람도 몰인정 하군요 심은것이나 거두고 다음부터는 못짓게 하여도 될터인데 ..
요즘에야 맛으로 백김치을 먹지만
고추가 없어 백김치를 먹이는 어머니 마음이 어떠셨을까요
마음이 짠 합니다
모두 탄저병에 걸려 단 한근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내로라 하는 농가에서도 하우스 재배가 이닌경우 피해기 컸습니다.
워낙에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도리가 없었지요.
당시엔 텃세가 심해서 외지인들이 터를 잡고 살기에 힘이 들었던 떄였지요.
저의집도 경상도에서 그곳으로 갔는데 어린 마음에도 그런걸 느꼈습니다.
올해는 작년처럼 고추를 말리는 모습을 보기 힘드네요.
김장고추는 마련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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