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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집으로 가는길

by *열무김치 2009. 9. 26.

 

 

 

 

횡성을 지나 청일 쪽으로 들어섰다. (청일: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작은 면 소재지)

도로도 한가롭고  코끝을 스치는 바람도 향기롭고...

도로 옆으로 코스모스도 지천으로 피어있고..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누군가  차를 세워 달라고 손을 흔들었다.

그냥 지나치려다 연세가 드신 분 같아서 차를 세웠다.

"좀 태워 주시요.저 윗동네에 가는데.."

비교적 큰 가방을 든 어르신이 구부정한 허리를 펴며 윗쪽 마을을 가르켰다.

가방을 화물칸에 싣고 옆자리를 내어 드렸다.

"당췌 버스가 안와..다리도 아프고..고맙소"

"어치피 그쪽으로 가는데요 뭐."

 

"어디서 오세요?"

"서울서.."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여의고 자식들이 있는 서울로 올 봄 에 가셨는데 시골집이 그리워 다시 오신다고 했다.

"서울이 싫으세요?"

"싫기는..애들이 참 잘해줘."

"혼자 계시기 적적 하시잖아요"

"그래도...여가 맘이 편해"

 

그냥..

그렇게 말씀 하시는 할아버지가 쓸쓸해 보였다.

묵었던 밭농사도 다시 해야 하고 집도 손봐야 하고..

혼자서 무언가를 게속 말씀 하셨다.

농가가 몇채 보이는곳에 내려 드렸다.

고맙다며 연신 손을 흔드셨다.

백미러로 비친 할아버지가 멀어졌다.

올 겨울도 마음 편하게 보내시기를...

 

 

 

 

쓸쓸한 가을 들판에 서서 계신
대한민국의 아버지가 눈에 선합니다

아름다운 가을인가 했더니
이미 겨울이 오고 있네요 ㅜ.ㅜ
쓸쓸한 가을 들판에 선 아버지...
표현이 가슴에 남습니다.
번잡한 서울.. 마음편한 시골..

공감가네요..
...........
어쩐지 쨔안하군요.

어머니 말년에 전 안산을 통근하느라 매일 늦었고 술 마시는 날은 안산에서 잠을 자니까 집을 비우는 날도 많았지요.
그래서 누나가 어머니를 모시려 했지만 어머니는 끝내 거절하시고 결국 낮 동안은 빈집이나 마찬가지인 본가에서 맥을 놓으셨습니다.

그 할아버지도 안식구과 함게 살던 시골 집을 못 더나시는 모양입니다.
그러셨구나..
오랜간 살아온곳을 떠난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가을비가 감질나게 내립니다.
가뭄 해갈에 별 도움이 될것같지 않아서 걱정이네요.
추석이 있는 9월 마지막주를 맞습니다.
즐거운 한주 여십시요.
고향이라고 들국화가 올라왔군요..
내 맘같은 부모생각을 둘이서 같이 해야하지만,
누구는 더 애닳고, 누구는 남이 가족이 되었기에..
구질구질한 촌사람이 마음둘 곳이 어디 있으리오만은
사람 마음을 헤아려야
의지할 곳을 찾겠지만, 각자 따로따로 노니,
내 정붙일곳을 찾는 건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우리 모두가 안고있는 숙제 입니다.
잘 풀어야 하는데 쉽게만 풀려고해서 ....
내 머물던 곳을 떠나면...
어디든 이방인이 되어버리나 봅니다...
비록 자식의 집이래도...형제의 집이래도 말이지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 역시도 그리할 듯 싶습니다...^^
열무님의 눈빛이 느껴지는 듯 하네요...^^
살아온 날들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아마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지리라고 여겨 집니다.
그냥 ..마음편하게 사는게 제일인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오는 세대와 현 세대가 현명하게 풀어야겠지요.
아버지를 두고온듯 열무김치님 마음이 짠하셨을것같아요
우리네 부모들은 모두 그렇게 애들이 잘해줘 하지요
그러면서도 가슴한켠에 언제나 그리웠을 할멈과 살던집 아니었을까요
그런 부모를 둔 우리세대는 조금은 달리 살아야지 하지만
아직은 글쎄~ 입니다
제가 보건대 그냥 마음 편하게만 지낼 수 있다면 사시던곳이 제일 낫지 않을까 합니다.
살 날 많지 않은데 마음고생까지 할 필요가 없어 보이네요.
아시다시피 억지로 되는것도 아니고..
또 현 세대에게 무작정 강요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삶의 방식이 달라졌으니까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이니 물이 아래로 흐르듯 자기의 몫은 자기에게 오겠지요.
할아버지의 진심을 눈치 채었어요.
그래서 마음이 쨘합니다.
빈 가을 들판만큼 할아버지의 마음이 그러셨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할아버지...잘 태워 주셨습니다.
복 많이 받으실 열무김치님..
그 작은 선행이 모여 큰 복을 만들어 줄거라고 믿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추석이 되세요
아무래도 잘 내려 오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시는거야 고달프시겠지만 마음이 편하다는 말씀에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마음편히 사시기를 ..
열무김치님 고향이 횡성인가요?
신랑 큰댁이 횡성이라 예전에 자주갔었는데..
시동생이 젖소농장도 하고 제법 잼났었거던요..
그러던중에 자꾸만 명절에 큰댁만 간다고 신랑누나가 뭐라고 해서 자주 못가고..
늘 방겨주던 그 시동생이 우유값 폭락으로 부도가 나고 어디론가 떠났다고 하더군요.
옛시절이 그리워요..참으로 잘해주던 시동생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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