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집 나간 날
멸치조림 된장찌개 김구이
고추지를 꺼내 말아
어제 먹다가 남긴 라면 국물은 버려야 하나?
무슨 그릇이 이렇게 나 많아
가스는 꼭 주말에 떨어지더라
가끔 말이지
컴퓨터 마우스로 클릭만 하면 프린터가 인쇄를 하듯
뚝딱 반찬이 튀어나오면 얼마나 좋겠냐구
삶이 아주 지겨워지는 날
손가락 한 번 까닥으로 시건방을 떨어 보는 거야
간단하게 아주 간단하게 김치 하나만 놓고
5분 대기조로 밥그릇 한 개 숟가락이면 끝
설거지는 처 삼촌 벌초로 날리고
헐렁한 시간 꼬드겨
이불 뒤집어쓰고 뒹구는 거야
꿈에 떡 맛보기로 그렇게 했기로 뭐가 탈이 나겠어
새 털 같이 그 많은 날에
가끔 헛짓거리도 해야 숨이 트이지
눈 부릅뜨고 보시게나
수박 겉핥기도 이력이고
설거지도 큰 사업이오
김치찌개 된장찌개 벼슬이니
세계 2차 대전만 전쟁이 아니야
도둑처럼 가버린 장미의 날
하루 두 끼도 감지 덕지네
봄 날이 지고 여름 날 베짱이도 아니오
삼복 염천에 모든 게 늘어지고
저녁 해거름 조차 등날을 훅훅 볶거든 앞치마를 두루 오
이마에 땀 솟으면 사 십 년 부엌 데기 호령이라 여기고
오뉴월 하루가 섣달이면 열흘
耳順이면 알아차려야지
끊었다던 곁 눈 담배 질에
툭하면 골목 이바구던데
앞집 옆집 영감들 겉과 속이 다르단 걸 눈치 채오
이미 오래라
그 양반들 헛소리 골목 길냥이가 다 알지
새끼를 열 배는 더 낳았을 테니
담구멍 아래서 이미 다 들었어
특히 뭐시기 국장까지 해 먹었다는 허 영감 뻥 말이야
약발이 다해 갈 텐 데
십전대보탕 끗발도 다했고
먹고살려니 길냥이도 지겨웠을 거야
걔들 눈알 굴리는 걸 보라 구
아니 계란은 동그랗게 안 되고 왜 이렇게 달라붙지?
들기름은 왜 이렇게 찾기가 힘든 거야
맛나니는 어디다 감췄어?
지난번에 분명 봤는데
얼마 전 사다 준 굴비는 그 새 다 먹었나?
에미는 어데 갔냐?
예 급한 볼일이 있어서 친정에요
에라 이놈아
앞집 멍멍이를 속여라
멍석을 깔고도 남을 눈치 99단 어머니
냄비를 닦다가
멍하게 올려다본 봄 하늘엔
길게 머리 땋은 그 옛날 어여쁜 소녀가
너울너울 날아가고 있었다
부엌데기가 된
마누라 집 나간 날
아
읽는 사람 전혀 지루하지 않으며
다음 글이 미리 눈에 들어옵니다
역시 작가이십니다
때로 혼자 있을 때 저 역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저 멍멍이가 지키는 저 집에서만 들려오는 소리는 아니겠지요.
"그냥 먹자, 그냥 먹자."
그렇게 하며 흘러가는 게 삶이겠지요.
그제 저녁엔 저녁을 하려니 갑자기 너무 귀찮아 지는거예요
어께는 아퍼서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데 자꾸 일을 하니 낳지를 않고
그렇게 자신이 한심스러울수가 ㅎㅎ
순전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보야~나 다 귀찮아.. 나 밥하기도 싫고 반찬하기도 싫어
그리 말햇더니 이사람. 그럼 라면 끓여먹자네요 ㅎ
전 라면 먹이는거 싫어하거든요 어쩌다나 한번 먹어야지 ..웬지 싫어요 건강 해칠것 같아서요.
저 혼자면 걍 배고플땐 아무거나 먹어도 맛있으니 김치나 김이나 연근 조림이라든지. 그것만이라도 꿀떡같은데
차려줘야 하는 밥상은 웬지 미흡해요..
아들넘은 지 아빠도 잘 안찾는 국물이 꼭 있어야 하고요 물론 해달라진 않는데 해 놓으면 굉장한 찬사를 늘어놔요
그러니~~~~에효~
이렇게 귀찮아지면 금방 할매되는데 말이죠 ㅎ
열무님이 연세 많으신 엄니 진짓상 차리면서 고민되는 마음을 이런저런 비유를 들어 재밋게 올려주셨어요 ㅎ
늘 애많이 쓰셔요 열무님 꼽,,꼽,,꼽배기 아내분이요 ㅎㅎㅎㅎ
백번 동감하는 구절이 딱 제 맘 입니다
특히 클릭 한번에 밥상이 뚝 딱 ~ 차려지는 도깨비 허접산이라도 좋으니
우리집으로 콜 ~ 하고 싶어집니다 ㅎㅎㅎ
주부들도 가끔 오늘 저녁은 뭐해 먹지 그런 스트레스가 좀 있지요
주말에 오향장육에, 닭볶음탕, 표고버섯 어묵볶음등등 이런저런 밑반찬을 해놨더니
일주일이 편안해서 좋더라고요
들어와 님께서 정성으로 올려주신 작품을 접하며
아쉬움의 하루를 정리 하려 한 답니다.
감기조심 하시길 바랍니다.
부엌구퉁이에서 숨죽이고 살아갈 요정이라도 찾게 됩니다
책읽기 싫어하는 두째에게 주느라 사주었던 요정 동화
마루에서 과자를 먹다가 흘리면
아주 작은 요정이 나와서 마루밑 자기짚으로 끌고 들어간다나요
그 책을 본 후론
줄창 방구석이나 거실구석을 찬찬히 보는 습관이 생겼답니다
어떤날엔
도수장간에 끌려가듯 귀찮은 끄니준비를
고 요정들이 나와서 도와줄수도 있을텐데
평생 내가 흘린 부스러기들을 먹고 살았으니 ....
그런데
후헤헤헤
요정은 다름아닌 영감님으로 정하렵니다 ...^^
영감님을 요정으로 임명하고 내가 한 일들은
훤히 보이는 선반에
가느스름하게 눈뜨고도 보일만큼 커다랗게 내용물을 써 붙이는거
열무님처럼
여기 저기 들 들 뒤지지 않아도 단박에 해결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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