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zardas by Monti
*연말
사절지 가득 결심을 썼다.
며칠 뒤 책상 서랍 깊은데 슬그머니 넣어 두었다.
매화꽃 벚꽃이 피는 바람에 잊어 먹었다.
불타는 가을
만산홍엽에 웃다가 울다가
12월은 강산같이 내려앉아 있었다.
찬 겨울비 내리던 날
잡동사니 영수증 쪼가리에 섞여 무심히 얼굴을 내 민 새해 결심서
이게 왜 여기 있었지?
물건을 훔치다 들킨 사람처럼
얼른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아주 예쁘게 종이 비행기로 접었다.
슬그머니 옥상에 올라 힘껏 허공으로 날렸다.
일 년 결심은 아무 미련도 없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내
홈쇼핑에서 좋다고 광고를 하기에
주름개선제를 슬그머니 주문했다.
이거 아주 좋다고 하거든
10년은 뒤로 간대
그런 게 어딨어.
아니야, 나도 다 알아봤어.
어이구, 저렇게 어리석은 양반이
그 돈 나 나 주지 호떡이나 사 먹게
연속극을 보다가
선잠이 든 주말 오후
두드리는 소리에 뜬 실눈 사이로
화장대 거울 속에 비친 희멀그레한 아내의 얼굴
수건으로 머리를 틀어 올리고
주름개선제를 듬뿍 발라 문지르고 있었다.
입을 오므렸다가
볼을 잡아당기고
눈을 크게 떴다 작게 떴다
오른쪽 왼쪽 위아래로
온통 도리질이다.
나는 다시 잠들기로 했다.
애틋한 아내의 세월을 끌어안고
***낙엽을 쓸면서
빗자루로 마당을 쓸다가
어느 청춘이 떨어져 애원함을 보았다.
꽃잎은 분명 사랑이었다.
못 된 세월이 간섭만 하지 않았어도
이방인들의 눈이 낯설진 않았을게다.
사랑하던 날들이 지독히 짧았던 탓에
가슴엔 온통 멍자 욱이겠다.다.
무심한 빗질이다.
누구라고 그들의 속내를 쓸어 담을까.
탈색된 계절이 무정하여
더 이상 지켜주지 못한다는 핑계로
아직은 남아있을 情分을 쓸다가
붉은 하품질에 화들짝 놀란다.
거울도 보지 않았는데.
**** 老年
구부정한 세월이 안면몰수다
울을 튼 지가 언제인데
앵두나무 우물가
한때 날렸던 이 몸매를
동네 꺼벙이들이 숨죽여 바라보았겠다.
머리에 이고 가는 물동이 波動이 죄랴
육덕진 엉덩 이질에 몇 놈은 날밤을 깠겠다.
아비의섰다판 아홉 끝만 아니었어도
세월 그놈의 낯짝도 제법 반반했을 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싹싹함을 몰라보아
고독한 古稀는 도적같이 와 버렸겠다.
흠모하던 사내들은 갔어도
여전히 입식은 남아
끈질기게 구애를 하는구나
측은하게 보는 세월도 모르고
*****첫눈
월말 실적을 채우지 못하여
쓴 커피잔에 원망을 뱉는 날
세상은 그저 염전 같아서
먹을만치 먹은 나이도 절이기만 한다고
무심코 바라본 하늘에 눈이 날리고 있었다.
첫눈이다.
때가 되어 오는 것인데
올 테면 오라지
휑하니 집으로 들어가 계산기를 두드리다
갑갑한 마음에 열어젖힌 창가에
함박눈이 아예 빗금을 긋고 있었다.
얼굴빛이 왜 그리 어두워요.
뭐가 잘 안돼요?
생강차 한 잔 타들고 온 아내의 얼굴에
열아홉 소녀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버리고 온 기억들이 여전한
저 먼 하늘 어딘가에도 첫눈이 오겠지
눈치를 보다 숨어버린 몇 조각 남지도 않은 그리움이
슬며시 부싯돌을 켠다
땅거미 스멀거리는 눈 내리는 저녁
몰각한 현실은 팔짱을 끼고
어둠이 내려앉는 골목으로 발자국을 찍는다.
남아 있으려나
첫눈 오던 날의 따스했던 체온들이
그림처럼 남아있는 그의 미소가.
낮에 커피를 좀 많이 마셔서 이럭하고 있는데
덕분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년말이 가까워서 한해가 다 지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기도하는 마음으로 보낼까 합니다
굿밤 되십시요~^^;
햇빛이고 슲은사라에게는 태양이며 모든
무제에 대한 자연의 묘약이기도 합니다
11월 마지막 날입니다 한주일이 시작하는
월요일입니다 행복으로 가득한 날 되십시요
-불변의흙-
"얼른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연말' 중에서)
오늘 詩들은 특히 좋아서
'왜 한꺼번에 네 편이나 실었을까?' 했습니다.
- 분주하셔서? 매일 들여다보기가 힘들어서?
- 이런 작품들이 수두룩한 걸까?
저의 마음이 얼었다가 녹았다가
슬펐다가 기뻤다가
요동질을 합니다
어쩜 그리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시니
글이 참 아름답습니다
내용이 깊이 전달되어 아주아주 설레이기도 하고 좋습니다
무엇으로도 얻기 힘든 설레임을
이곳에서 많이 얻어가니 모두들 소중한 인연,
올 해도 그저 곱기만 합니다
저 피아노소리만큼 ...
훨씬 더 큰 포크레인을 실은 화물차도 폐지를 주으시는 할머니의 세월의 짐처럼 보여서 아연해 집니다.
외로운 고희는 도적처럼 왔다 하시는 것에 외롭기만 한 것이면 그래도 낫지 저 세월이 가져다 준 짐은 어찌할까? 싶습니다.
어쩌면 집에 가면 한 때는 잘 나가던 자식들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손주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나라 현실이 그렇습니다.
낙엽에서는 못다 핀 청춘들 같습니다.
대학 시절에 군대에 다녀와서 복학을 해서 정말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취업 시험에 합격해서 그 모든 때가 있다는 제 때에
직장 생활을 하면 그 직장생활이 고추당초보다 맵다는 시어머니 시집살이 보다 맵다고 해도, 그래도 하루 중에는 웃음꽃이 필 때도 있고,
괜히 신세 한탄 하듯이 술 한잔에 스트레스 푸는 청춘 대열에도 끼이지 못하고, 그나마 몇년이 흘러가고 꿈을 줄여서, 직장을 구하고 보니
한번 피어도 못 보고, 흘러간 청춘들이 생각 납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하지 못한다던 옛말이 무색해 지는 세월도 올까요?
오늘도 찬바람에 수고 하셨습니다
아름다운 마무리 잘하시고
기쁘고 행복한 12월되세요
감사합니다 ~~~~~~**
저 낙엽 사진을 보니, 벚나무의 단풍과 낙엽 색깔이 곱던
생각도 나고, 엊져녁에 읽은, 인디언의 5계절이 떠오르네요.
백인들이 오기 전 미국 버지니아 주에 살던 인디언들에겐
한 해가 다섯 계절이었다고요. 가을이 둘이었더군요. 추수
전까지의 가을, 추수와 낙엽의 가을.
올해는 아쉬움보다 가슴이 아릿해지는군요~
"아내"라는 싯귀가 참 마음에 와 닿습니다~!
녀자들은 거울을 보면서 세월의 흔적을 실감하는거
같아요..ㅎ
12월 올해 마무리 잘하시고 늘 건강 하세요^^
올해의 마지막 달력입니다.
네 편의 시를 읽으면서 내내 풍성한 느낌이었고
이미 한 권의 시집을 통째로 읽어왔다는 생각에
이렇게 염치없어도 되느냐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저는 '노년'이 가장 좋았는데
짠한 느낌과 유머가 혼재해서겠지요.
세월은 나이에 비례한하고 하드니 정말 빠릅니다.
재미있는 글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저는 무릎은 완전히 낳았고 요즘은 손이 저려서
침 맞으러 다닙니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지내지요.
저는 또 그것을 어느 서랍에 쑤셔 넣어두고
꽃놀이 물놀이 단풍놀이 즐기느라
11달을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요...
벌써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야 할때가 됐군요
찾아봐야겠습니다.
모든 시들이 마음에 잔잔히 박히는 감동이네요
감사합니다
'습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情 (0) | 2015.12.13 |
---|---|
겨울 강변 (0) | 2015.12.11 |
겨울로 가는 자동차 (0) | 2015.11.13 |
晩秋****** (0) | 2015.11.11 |
비오는 날의 수채화 (0) | 2015.11.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