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모처럼 마트에 나갔다.
휴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다.
"이것 좀 먹어봐요."
아내가 샘플 음식을 꼬지에 끼워 내민다.
"그런 걸 왜 먹어요. 애들도 아니고."
"뭐 어때요, 맛 보는건데 . 까칠하기는."
카트를 끌고 다니며 몇가지를 주워 담았다.
계산대에서 계산을 끝내고 영수증을 받자 과자 한 봉지를 타가란다.
"왜요?"
"5만원 이상 구매 하시면 과자 공짜로 줘요."
얼시구나, 공짜란다. 공짜...
물건을 포장하는 포장대에서 어중간한 박스 하나를 접어서 간단하게 포장을 했다.
승용차로 와서 문을 열기위해 포장한 박스를 차 지붕에 얹었는데..
아내가 좀 덥다며 윗옷을 벗어들고 햇볕이 싫다며 뒷좌석에 올랐다.
출입구를 향해 출발을 하고 조금 뒤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지만 이층에도 주차장이 있었기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마트를 빠져 나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집에 도착한 뒤 주차를 하고 포장한 박스를 꺼내기 위해 트렁크를 열었는데 박스가 보이지 않았다.
뒷좌석에 실었나?
"여보, 마트에서 산 거 뒷좌석에 있어?"
"당신이 트렁크에 싣지 않았어요?"
"없는데."
"뒷좌석엔 아까부터 아무것도 없었는데...트렁크에 실었잖아요."
아뿔싸.
승용차 어디에도 장을 본 박스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당신은 뭐했어요? 확인을 했어야 할 거 아니요."
"뭘 확인을 해요. 당신이 들고 왔잖아요. 당연히 트렁크에 넣은 줄 알았지."
포장한 박스를 잃었다는 마음보다는 나와 아내가 갑자기 허수아비가 되었다는 생각에 머리가 하얘졌다.
아니, 아무리 건망증이 심해도 이럴 수가 있나.
"당신, 요즘 왜 그래요? 무슨 고민 있어요?"
아내는 심각한 얼굴로 나를 쳐다 보았다.
승용차 문을 열기위해 포장한 박스를 차 지붕위에 얹고 문을 연 뒤 차 지붕에 있는 물건은 그대로 두고 사람만 타고 온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출발 후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는 내가 차 지붕에 얹어놓은 박스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예요?"
"그래야 할 거 같아."
그러나 난 병원에 가지 않았다.
아니, 가기 싫었다.
그냥 건망증이 심해 진거라고 믿었다.
가까운 지인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껄껄 웃으며 한다는 말이
"그거,카드로 물건 사지 말고 현찰로 사 봐. 절대로 그럴일이 없을테니까."
"왜요?"
"왜기는, 카드는 외상이면 소 도 잡아먹는 심보를 이용 한거여서 어딘가 모르게 무장해제가 된거고, 현찰 박치기는 벌벌 떨면서 산거라 절대로 잊는법이 없어요."
아니, 그렇게 깊은뜻이...
ㅎㅎㅎ 그러니 걱정 붙들어 매세요
그 소중한 아이도 내버려두고 내리는 판인걸요
헌데 이젠 나이탓이라고..ㅜㅜ
어쩌다 있는일이 아니라 자질구레한일들로 수시로 그럽니다..
약먹으라고 알람을리는데 알람만끄고 약은 잊어버립니다..
치매검사해봐도 아직은 괞찮다는데...
제 친구는 핸드폰 대신 티브이 리모컨을 가방에 넣고
약속장소에 왔었습니다
지금쯤, 그 친구가 저를 잊지는 않았는지 염려 됩니다
제 기억력도 그렇게 좋은편은 아니지만 그때 일은 기억이 나네요~^^: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앞으로는 서로 '저 사람이 제대로 하나?' 살펴보시게 될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건 참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순간의 망각이 평생을 챙겨준다" 뭐 이 정도의 표어를 생각나게 하지 않습니까?
결국 그 박스 못찾으신건가요?
되돌아서 가보셨으면 좋았을것을요..
언젠가 아내의 부탁으로 퇴근길 근처의 은행 CD기에서 일금 오백만원을 인출하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아, 주머니에 현금이 없는 겁니다.
지갑을 열어보니 현금 카드는 제가 보유 중인데....
등줄기에서 땀이 나고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CD기에서 현금이 나오자 카드를 지갑에 넣었지만 현금은 CD기에 그대로 두고 온 겁니다.
나 같은 인간은 이제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이 냉큼 들고 갔으리라 생각하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은행에 갔더니제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뒷사람은 없었고
은행 직원이 그 돈을 제게 전달해주었지요.
이번 여행에서도 싱가폴의 멀라이언 파크라는 곳에 사람 크기의 유명 배우 밀랍상이 있었는데
'다이 하드'의 주연이었던 그 대머리 배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겁니다.
두 시간 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겨우 기억해내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
저보다 단수가 한참이나 위인데요.
돈을 찾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워낙 큰 금액이라 만일 찾지 못했다면 자칫 병을 얻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돈 이야기를 하시니..
월말 결재를 하고 제법 많은 돈과 거래장부를 차안으로 가져오는일을 잊고 화물칸 짐 위에 둔채 급하게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돈과 장부를 찾았지만 어디에도 없더군요.
다시 오던길을 되돌아 갔지만 있을턱이 없었지요.
정말 나같은 인간은 죽어야 한다고 머리를 쥐어박았습니다.
길거리에 맥을 놓고 앉아 있는데 전화가 오더군요.
길 위에서 거래장부를 주웠는데 혹시 잃은게 없느냐며.
장부에 쓰인 전화번호가 효자노릇을 했지요.
아마 그날처럼 전광석화처럼 달려간적이 그 후에는 없었을겁니다.
나이어린 아가씨에게 돈을 전달받고 나도 모르게 그 아가씨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브루스 윌리스...
아마 저같으면 그사람이 나온 영화가 뭐였지 하며 한나절은 머리를 쥐어 짰을겁니다.
일정시간 돈을 가져가지 않으면 CD기 문이 닫히고 은행에서 보관한다고 하더라구여. ㅎㅎㅎ
참으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는데
병원엔 죽어도 가기 싫으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자동차 키 손에 들고 찾기, 전화기 분리수거함에 넣기, 밥주걱 들고 주방을 빙빙 돌기,
해야 할 일을 적어놓고 메모해놓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모임이나 행사에 펑크를 낸 일
하루에도 열두 번씩 휴대폰과 안경을 찾아 헤매는 일
길을 가다가 내가 뭐 하러 나왔지? 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간 일 등등,
이 정도면 정말 걱정할만한 수준이 맞나요??
요즘은 말도 헛 나오고 있습니다.ㅠㅠㅠㅠ
건망증...누구나 그런 경험 한번쯤 있지 않을까요.
자연의 순리라 생각하며 살아야지요.
저는 메모... 손수첩을 항상 끼고 다닙니다.
건망증이려니 하고 살아야 편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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