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유감
앞마당의 매실나무가 드디어 꽃을 피워 올렸다.
아침 저녁으로 바람끼가 차서 4월초순이나 되어야 꽃구경을 하려나 했더니 어제 오늘 사이에 얼굴표정을 급하게 바꾼다.
밋밋힌 가지에 순백의 꽃을 피워 올리자 도무지 보지 못했던 벌들이 어디선가 날아와 윙윙 거린다.
정말 다행이다.
이리저리 꽃을 넘나드는 녀석들이 정말 대견하고 보기 좋다.
꽃이 있으면 벌이 찾아와야 정상이다.
전에는 이런 일들이 으례 당연한것처럼 여기다가, 벌들이 사라지는 현상을 겪고 과수농장에서 인공수정을 해야하는 처지가 되자 벌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 바뀌었다.
꽃은 곧 열매를 의미하는데 꽃만 요란하고 달디 단 열매가 없으면 봄은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말것이다.
매실이야 때가되어 시장에 나가면 원하는 만큼 살 수 있지만 아침 저녁으로 오가면서 열매가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들판의 곡식들이 주인의 발자욱 소리를 들으며 눈칫껏 자란다는 옛말이 공연한것이 아님을 경험으로 안다.
더불어, 세상의 일들도 봄처럼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좋은 봄날입니다. 꽃놀이나 한 번 가시지요."
"무슨, 꽃놀이 타령은..거, 팔자좋은소리 하지도 마시요.속상해 죽겠소."
"사는게 다 그런거지, 그렇게 우거지상을 한다고 금방 뭐가 달라지기라도 하나?"
"그러게나 말이지. 안그러려고 해도 자꾸만 이렇게 되네. 모르겠소. 꽃이 피는지, 지는지, 먼 남의나라 얘기 같으니.."
어김없이 봄이 왔는데 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꼭 반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직업상 다니노라면 사는일이 전같지 않다며 입을 내미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고, 봄날의 분홍빛 얘기를 꺼내기도 민밍스러운 경우도 많다.
우리는 이렇게 알 듯 모를 듯 세월만 탓하다가 슬그머니 가버리는 봄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간은 절대로 허투루 계산하는 법이 없어서 반드시 일정시간이 되면 손익계산서를 내어민다.
우리가 눈치를 챌 무렵까지는 절대로 청구서를 보내는 일도 없다.
어느날 받아든 계산서에는 어김없이 마이너스가 표시되어 있음을 본다.
아름다운 날들을 무덤덤하거나 시덥잖게 바라본 悔恨의 덤 까지 보태서 반드시 내 발앞에 내려 놓는다.
이미 가버린 영롱한 봄날이 더없이 아름다웠다는것을 그때서야 알아 차린다.
얼마든지 있을 것 같았던 靑春의 봄날과 아름다웠던 그녀의 웃음소리가 꽃잎으로 날린후에 말이다.
마시멜로우(marshmallow ) 같았던 그녀의 달콤한 입술과 날아갈듯한 한 날의 자태도 봄날이 가져다 준 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봄은 전투하듯 생을 살아온 사람들을 객적게 만든다.
나만 그렇게 산 게 아니니 특별히 후회할 게 없다면서도 손바닥을 가려 하늘을 올려다 본다.
봄은 이렇게 한 쪽 얼굴에 짙은 화장을 하고 세월의 그림자가 짙어진 사람들에게 다가서서 두 주먹으로 가슴을 내지른다.
봄날이 가져다주는 두 얼굴이다.
사는일이 설마하니 봄보다 못할까.
삶이 아름답다고 노래한 먼저 간 사람들이 아무렴 싯적인 표현으로 그런말을 했으려고.
한창 빛나는날에 그런 말들이 귀에 들렸으면 얼마나 나를 사랑 했겠는가.
마주잡은 연인의 손을 절대로 놓치지 않았을것이다.
바지랑대에 떠개인 빨랫줄에 지난 겨울옷들이 내어 걸리면 뜰앞에 내린 봄날은 이미 중순이어서 하품도 잠깐이다.
아차 싶은것이다.
비로서 눈이 빛나고 가슴이 익는다.
봄이 여름전의 계절이 아니고, 꽃이 색깔만 있는게 아님을 본다.
돋보기를 쓰고 애 써 신문을 보거나 뜨게질에 열중하는 아내의 표정을 진지하게 바라본적이 있었을까.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보여지는 날이 있다.
봄날이 건네주는 아름다운 시선이다.
**지난 겨울 넘겼으니
아침 일찍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아무래도 서울에 가서 한 열흘 돌아보고 와야겠어. 다리 더 아프면 힘들거 같아서.
토요일이면 모두 놀테니 터미날에 날 데리로 오면 되잖아."
수화기를 놓은 아내의 얼굴 표정이 밝지않다.
"왜?"
"왜긴요. 엄마 마음이야 알겠지만 서울 사정도 모르고 당신 마음대로 가신다고 하니 ."
말 끝나기 무섭게 핸드폰이 요란하다.
한참동안 통화를 하더니 아내가 누구 들으라는듯이 말한다.
"모처럼 엄마가 가신다는데 시간을 좀 내지. 무슨 핑계는.."
"안된데?"
"OO는 직장 때문에 힘들 것 같다고 하고, OO는 아이들 일정 때문에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다잖아.
조카녀석은 토요일에 어딜 간대요. OO는 어디를 가야하고 ,OO는 아파서 안되고..에이 나쁜것들."
"먹고살기 바쁘니 그렇겠지."
"그렇기도 하겠지만 늙은이가 간다니 다 싫어하는거지. 아무도 반기는 사람이 없어."
"잠깐인데?"
"잠깐이고 뭐고 노인이 그냥 싫은거야."
"반기는 사람도 없는데 그만 두시라고 하고 우리가 모시고 강릉 경포대 벚꽃구경이나 갔다 옵시다."
아내의 눈치를 보다가 먼저 제의를 하자 얼굴색이 급반전이다.
"그사람들 나무랄거 없어. 부딯치고 살지를 않았는데 당연한거지.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잖아."
"어이구, 그러셔요? 돚자리를 깔아 드리지요."
아내의 비음이 상쾌하다.
장모님의 서울행은 무산 되었지만 덕분에 벚꽃놀이 가게 생겼다.
**************************************************************************************
따스한 양지쪽에 이웃집 할머니가 쭈구려 앉아 졸고 계시다.
인사를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들어가서 주무시지요?"
"여가 좋아. 방이 더 추워."
다 알아들었는지 가느다란 실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 보신다.
"또 겨울을 났어."
"예?"
또, 한 해 겨울을 났다고. 1년 더 살랑가 봐"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런 말은 뭐..노인네들은 겨울을 나고 봄이 와야 산 목숨이지. 나무하고 똑 같어."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시는 모습이 겨울보다는 훨씬 나은 걸 보니 봄이다.
마른 가지에 움이 돋고 꽃을 피워 올리면 같은 나무지만 겨울과 봄을 바라보는 눈길은 야속하리만치 다르다.
밋밋한 가지에 화사한 꽃이 피어나면 생명체들의 시선이 확 달라지 듯, 나이듦을 바라보는 시선이 봄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 또한 저 빛과 같을 것입니다. 그리고 열무김치님 말씀마따나 그렇다는 걸 알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열심히 산다면서, 그 핑계로 저 빛깔 다 사라져가면 '벌써?' 혹은 '아차!' 싶은 것이지요.
봄의 절정을 선보이는 4월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4월에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되는 4월에
명소를 찾지 않아도
봄이오는 모습은 어디에서나 느낄 수있는 4월에
부활절, 청명한24절기중 하나,하늘이 맑아지는 4월에
친구님
어느 곳을 가든지
활짝 핀 꽃들이 지나는 이들을 반기며 피어 있어요
친구님
우리들 마음도 봄날과 함께 즐거우며 기쁨으로
이 봄날의 의미를 느끼며 좋은날 되기를바래요 기대해요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중인데 이틀 연달아 오기 시작한 비로 모두 낙화되었습니다.
화무십일홍으로 아직 꽃을 더 구경할 시간이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비가오니 봄가뭄에 시달렸던 대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그런 마음으로 위로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글도 사진도 참 좋습니다.
┃ 나무 안아주기 ┃
┗ ━ ━ ━ ━━━┛
'* ♥ *지난 3월 21일은 '세계산림의 날'이었습니다.
이날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서는 1226명이 1분 이상 나무를 안아주는
'나무 껴안기(tree hug)행사가 열렸답니다.
* ♡ *" 1973년 3월 23일 인도의 테니스 라켓 제조회사가 인도 북부의 한 마을에서
라켓재료인 호두나무를 베려하자 마을 여성들이 나무를 한 그루씩 껴안고 "먼저
나의 등을 도끼로 찍으라"고 항의, 벌목작업을 중단시킨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ㅣ◀나무 숲의 기능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조사해 보면 나무가 울창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웃 사이 정이 두텁다고 합니다. 병원 환자도 창문을 통해 숲을 볼 수 있어야
회복이 빨랐고, 교도소 죄수들도 나무가 보이는 환경에 수감된 경우가 질병에 덜 걸렸다네요..
-조선일보 2015.03.24 '만물상' 참조
벌들이 활발하게 움직인다니 참 다행이죠.
어머님의 서울 나드리는 무산이 됐지만
그래도 함께 벚꽃구경을 같이 가드릴 아드님 며느님이 계시니 다행입니다.
효자효부가 따로 있나요.
가시고 싶을때 함께 가드리는 자식이 효자시죠.
저희 큰 아들은 어떨런지 ?
금주에 휴가가 있어 집에 온다는데 함께
사과꽃이 곱게 피는 경북 군위군 부계면에 한 번 찾아가 볼까하는데 함께 가 줄런지...
우리부부가 둘이 가도 되지만 이왕이면 셋이서 즐기고 싶은데.
저도 실은 부모님생전에 그리 많은 여행을 함께 해드리지 못해 좀 부끄럽지만요, ㅎㅎㅎ
친정어머님이 암투병을 하실때 벚꽃구경을 했던 일이 갑짜기 생각이 나네요.
그후 1년이 조금 넘어 저 세상으로 가셨지만요.
벌써 아래로 몸을부려 주차된차위에도 보도블럭위에도 꽃으로 장식했습니다.
어제보니 비바람이 불어 그런가 나무엔 꽃이 별로 없더라구여..
이번주말..시댁어르신들 모시고 당일치기라도 청평으로 한바퀴돌아
벗꽃놀이삼아 바람쐬어드리려고하는데 벗꽃이 핑계가 되지않을까 싶습니다..
이젠 시댁어르신들도 연세가 있으시고 저도..좀 힘이 듭니다..
앞으로 몇해나 더~모시고 다닐수있으런지...ㅜㅜ
제가 교회 3월달 경조담담인데 초상이 3월에 제일 많이 난걸보니..
또 겨울을 났으니 일년 더~살랑가봐...하시는 어르신의 말씀에 공감이 갑니다.
오늘아침은 기온이 어제보다 더~내려간다고하네요..
변덕스런 날씨에 건강유의하시고 향기로운 봄날 되세요..
그래서 벌이 찾아 왔구요.
사진이 선명한것이 아름답습니다.
저희도 먼저 전화는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어디 가자고 하며는 못 견디는 척하면서 따라 나서기도 합니다.
밥을 먹으러 가도 우리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기에 우리 할아버지는 거의 거절을 합니다.
저는 싫어도 따라 가자고 하구요.
아직은 둘이서 나가 먹는것이 제일 좋읍니다.
벚꽃 구경 모시고 갈 사위님 최고시네요.
사위 없는 우리는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