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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이웃집 여자

by *열무김치 2014. 2. 5.

 

 

 

 

 

 

출근을 할때 자주 만나는 여자가 있었다.

뽀사시한 화장에 짧은치마.

짙은 립스틱에 긴 생머리.

"안녕 하세요?  출근 하시네요."
" 아..

오늘 날씨 좋은데요."

얼굴이 마주치면 그녀와 난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었다.

어떤때 내가 미처 보지 못하면 그녀가 먼저 인사를 했다.

꽤 오랜간 그렇게 눈인사를 나누었지만 난 그녀에 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그냥 이웃에 사는 여자라는것 말고는.

그렇다고 그녀에게 물어 보기도 그렇고 딱히 물어 볼 곳도 없었다.

아내에게 그녀를 아느냐고 했더니 가재미 눈에 퉁명스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거 알아서 뭐하게?"

더구나 그녀는 차림새나 얼굴로 보아 도무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그녀는 늘 밝은 모습으로 웃으며 인사를 했고 어쩌다 그녀가 보이지 않으면 그날은  뭔가  잊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날 그녀가 출근을 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저기요. 주스를 집까지 배달도 하시나요?"

"아, 예. 뭐..배달도 해 드립니다."

얼떨결에 난 거짓말을 했다.  도매상이 무슨 집까지 배달을..

"그럼, 오렌지 주스 두 박스만 부탁 드릴까 하는데..얼마지요?"

"아, 아시는 분이니까 싸게 드려야지요."

얼시구.

언제부터 아는 사람한테 싸게 주었다는거야.

 

그녀가 적어주는 주소와 전화번호를 받아 들었다.

그녀는 생글거리며 이따가 뵙겠다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주었다.

짙은 화장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나중에 주셔도 되는데.."

 

부리나케(?) 일을 마치고 그녀가 가르쳐 준 주소로 차를 몰았다.

주스박스만 가지고 가기엔 좀 뭐해서 컵 한박스를 실었다.

시내를 이잡듯 헤집고 다니니 금방 찾아갔다.

그녀가 일하는 곳은 치악산을 오르는 OO 밑에 있었다.

"주스 가지고 왔습니다 .OO 씨 계시지요?"

종업원인듯한  남자가 주스박스를 받아 들며

"사장님은 시내 가셨는데요. 받아 놓으라고 했습니다. 돈은 드렸다면서."

"아, 예. 그런데 그분이 이 곳 주인이세요? 젊으신분인데 크게 하시네."

"예. 모르셨어요?"

창고인듯한 장소에 주스박스를 내려놓고 주방과 홀 내부를 슬쩍 훔쳐 보았다.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몇 군데의 테이블에 손님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저기, 여기선 주로 어떤 음식을 하나요?"

"경양식이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요. 근데 왜요?"

모자를 시건방지게 쓴 젊은 청년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아니..그냥요. 주스를 시키시길래."

"첨에는 싼거 썼는데, 요즘 젊은애들 입맛 까다롭잖아요. 혹시 후르츠칵테일도 취급 하시나요?"

"물론이지요."

"그러시구나. 시장에서 사다가 썼는데 아무래도 더 저렴할 거 아녜요. 몇 박스 가져 오시지요?"

" 사장님과 의논 하셔서 주문 하세요. 제 마음대로 가져 올수도 없고,,"

"괜찮아요. 재료는 제가 대부분 시켜요."

"그래요?"

약간 허풍끼가 있었지만 상당한 소비가 있다는 말과 식당규모에  홀라당 넘어간 나는  월말 결재를 하는 조건으로  상당한 금액의 물건을 넣어 주었다.

사장이라는 이웃집 여자로 부터 고맙다는 전화가 왔고 아침에 만나기라도 하면 신경 써 줘서 고맙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고맙긴요. 제물건 써 주시니 제가 더 고맙지요."

그 뒤로도 두 어차례 물건이 더 입고 되었다.

오렌지와 포도 주스는 물론, 복숭아 통조림과 사이다 콜라도 들어갔고 파인애플 주스도 들어갔다.

대부분 가격이 비싼거라 얼마 들이지 않았는데도 상당한 금액이었다.

월말 결재일.

시내를 다니며 결재를 끝내고 늦게 그곳을 들렀다.

하지만 사장인 그녀는 보이지 않고 물건을 받던 젊은 청년만 있었다.

결재 때문에 왔다고 하자 사장님이 별 말씀이 없었다고 하면서 자기는 돈에 대해서는 모르니 내일 오면 안 되겠느냐고 했다.

주춤거리다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어쩐일인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며칠을 찾아 갔지만 조금만 참아 달라는 말을 들었다.

창고에 가보니 어찌 된 일인지 상당하게 준 물건들이 보이지 않았다.

"장사가 잘 되나 봐요. 벌써 소비가 다 되었네요."

"예, 장사는 잘 되는 편이예요."

그래도 잘 된다는 말이 듣기 좋았다.

출근길에 집을 나서는 그녀를 만났다.

그녀가 먼저 결재 이야기를 꺼냈다.

장사를 시작한지 오래지 않아 아직 자리가 덜 잡혀서 여러가지로 힘이 든다면서 이번 한 달만 더 밀어 주시면 월말에 100% 결재해 주겠다고.

더구나 이웃분이시고 절 믿고 해 주시는거니 신경을 더 쓰겠다면서.

길거리에서 자꾸 말하기도 그래서 일단 알겠노라 말하고  사무실로 갔지만  마음이 가볍질 않았다.

그렇다고 납품을 하지 않을 수 없어 꼭 필요한 것만 두 어번 더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월말이 되어도 금액의 아주 일부분만 결재가 되었을 뿐 여전히 조금만 참아 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납품을 중단하고 그녀가 약속한 날짜를 기다렸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창고에 남아있는 물건들이 좀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걸 반품 하기도 그랬다.

 

그녀가 경영하는 경양식집에 화재가 났다는 소식을 들은건 그 곳에  유제품를 납품했다는 사람에게서였다.

그럴리가?

일을 중단하고 서둘러 가보니 건물 대부분이 타버리고  여기저기 타다남은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몇 사람이 와서 수근거렸지만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며칠 뒤 그녀가 입원해 있다는 병실을 찾았다.

몸 여기저기에 화상을 입었다는 그녀는 몹시 초췌한 모습이었다.

눈물만 글썽이는 그녀에게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어서 나으셔야지요."

그녀는 천장을 멍하게 바라다 볼 뿐  말이 없었다.

얼마 뒤 그녀의 가족이 찾아와 그녀의 가재도구를 챙겨 이사를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전화를 걸어와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곤 그 뒤로 전화를 받지 않더니 어느날 전화도 중지되어 버렸다.

 

"조금씩 주지. 원, 저렇게 귀가 얇아서야..

아니, 경력이 몇년째요?  참..

그 여자가 그리도 괜찮아 보입디까?

차라리 앞집 오요요 를 믿어요. 그 개는 그래도 사람 구분은 잘 합디다."

 

 

 

 

 

                                                                                         크핫~~ 그런 진리의 말씀을....!

 

 

 

 

 

 

에궁! 어쩌면 좋습니까?
너무도 황당하시겠습니다.
사람을 너무 믿어도 이런 일이...
사업 번창을 기원하겠습니다
에고 마음 쓰리겠어요
ㅎㅎㅎ
(죄송합니다. 제가 웃었군요. 이거 참...)
이쁘지나 말던지, 사업가답게 하시던지...
공연히 우리 열무김치님에게...
열무김치님 안녕하세요
늦은 오후에
술술술 넘어가는 이야기
좋은 글에 쉬어감에
감사드리옵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라옵니다
하이고~~~
이럴 수가... ㅎㅎ

이십 년 전의 일입니다. 겨울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서울역 광장에서 아기를 업은 젊은 새댁이 울고 있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노가다 하는 남편을 만나러 서울 왔는데 남편은 행방불명이고
소매치기를 당해서 고향 내려갈 차비가 없어서 그렇다며 며칠을 굶었다며 울고 있더군요.
그래서 주제 넘게도 저는
주위에 모인 사람들을 설득해서 차표를 끊을 돈과
요기를 할 수 있는 비용을 모아서 전달했더랬습니다.

문제는...
한 달 후 바로 그 자리, 서울역 광장에서
꼭 같은 모습으로 다가와 제게 하소연 하는 그 여인을 또 만났다는 겁니다.

선하게 살기가 참 어렵습니다. ^^;;
참 더러운 세상입니다.
어쩔수가 없었던 상황이였네요.
마음이 나쁜 사람이였던것 같습니다.
많은 손해를 보셨네요.

사람을 진정으로 대하면 진정으로 받아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않은 것에 많이 실망하네요.
이웃여자가 계획된 접근같기도 하고요
요즘도 이런 사람이 있네요
일부러 불을 낸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드네요
믿음이 무너진 상실감이 크겠습니다
힘내십시오ㅡ화이팅^^^
애구구~~
이 일을 어째........
열무김치님의 마음이 선하고 독하지 못하다는 것은 짐작했습니다만
정말이지 믿는 사람에게 받은 허탈감도 크셨겠습니다.
일부러 그러했겠습니까만 가게도 성업을 이룬 듯 한데
그래도 결제를 미룬 것에 대해선 씁쓸함이 감도네요.
이제는 정신 바짝 차리십시오
믿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더 큰 법이니까요.
하시는 사업 번성하시길 기원합니다^^*
ㅎㅎ.
속이 안좋으셨겠지만
복을 지으셨습니다.
사실 복 짓기도 힘든 세상인데 말입니다.
꽁트와 같은 사실 읽고
격려차 글 남기고 갑니다.
앞집에 오요요 ㅋㅋ
땜에 웃으면 안되는데 웃어버렸네요
치악산 ᆢ눈물나게 가보고 싶네요
한때는 그렇게 행복했는데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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