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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가을소풍

by *열무김치 2013. 1. 9.

 

 

 

 

 

가을소풍을  간다고  했다.

걱정이 되었다.

작년에 반장을 하던 oo이가  내가 반장이 되자 귀에다 대고 말했다.

" 야..너 뭐 싸다가 줄거야. 난 엄마가 다 해 준댔어."

녀석이 부반장이 되고 나더니 한동안 나를 가까이 하지 않았다.

 

"엄마....저기...도시락 싸가야 하는데.."

"싸줄테니 갖고 가그라."

"저기요..내꺼 말고 선생님꺼.."

"니가 왜 선상님꺼를 싸가는데 ?"

"반장이 되면 그렇게 하는건데.."

"선상님이 벤또 싸 갈 처지가 안된다카드나?  와 닐보고 싸오라카나."

어머니의 말씀에 난 더이상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내일 비가 내렸으면 하고 바랬다.

 

아침 밥상머리에 도시락 두개가 놓여 있었다.

"김밥 쌌으니께 선상님 갖다 드리거라. 내 다 물어봤다."

투박한 보자기에 싸인 도시락이 초라해 보였지만 난 날아갈듯이 기뻤다.

소풍이라고 해봐야 마을에서 좀 떨어진 개울가였다. 

먼지가 부옇게 나는 좁은 신작로를 따라 노래를 부르며 모두들 신이 났다.

도착한곳에는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놓고 어른들이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다.

도착하기 무섭게 싸가지고 온 먹을거리를 먹느라 모두들 분주했다.

"야..너 뭐 싸갖고 왔어?"

"응..그냥 도시락. 넌?"

그녀석은 둥글게 생긴 큰 그릇이 담긴 보자기를 보여주며 희죽댔다. 

"이거,닭고긴데 다른 선생님 주지말고 우리 선생님 주라고 했어 ."

난 슬그머니 도시락을 뒤로 감추었다.

 

몇번을 망설이다가 선생님한테 갔다.

둥글게 둘러앉은 자리엔 처음보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 보였다.

"저...선생님  이거요."

"이게 뭔데?"

"어머니가 드리라고 해서.."

선생님은 물끄러미 도시락을 바라다 보았다.

"그래, 고맙다고 말씀 드리거라."

난 얼굴이 화끈거려서 도망치듯 그자리에서 뛰쳐 나왔다.

 

보물찾기가 끝나고 집으로 가라고 했지만 해는 아직도 중턱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가지도 않고 동네 분들과  가마솥에서 끓인 음식과 술을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는데 아까 선생님께 드렸던 도시락이 보였다.

하지만 도시락은 그대로였다.

 

커다랗게 말은 김밥과 김치가 담긴 도시락이 아직도 선연 한것은, 소풍 전날 밤 내일은 비가 오지 않기를 바랬던 어린날의 아련한 추억 단편이다.

 

 

 

 

얼른 열고 한개라도 아이 앞에서 먹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ㅎㅎㅎ 저는 중학교때 소풍 가서 우리 동네 사셨던 담임선생님 몫으로 들어온 먹을거리
배달임무를 하는 도중 친구들과 열심히 먹어치우고 아주 조금 남은 것을 선생님댁에 갖다드린 적이 있는데요 ㅎㅎㅎ
그 시절엔 그랬었지요.
소풍을 가는 날이면 반장이 선생님 도시락을 챙겼으니까요
단 한 개라도 김밥을 드셨더라면
바라보는 제자의 마음에 상처가 안 되었을 텐데
선생님의 생각이 짧으셨던 것 같습니다.

열무김치님 글을 보니 유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소풍전날 설렌 마음에
혹여 비가 오나 안 오나 자다가 몇 번이고 일어나
창밖을 살폈던 그 때가 그리워서요
이렇게 추억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
살아가는 힘을 얻습니다
지금은 피식 웃을 수 있는 여유로.......

오늘은 행복, 웃음 퐁퐁 솟아나는
기쁜 하루 보내십시오^^
열무김치님!
새해 잘 비내고 계시지요
그땐 소풍이 기다려 지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세상이었지요
정성스럽게 싸가지곤 간 도시락을 풀러 보시지도 않은
그 선생님이 야속하군요
어머님께서는 없는 살림에 선생님 도시락이라고
무척이나 마음 쓰셔서 싸셨는데~~~아픈 기억으로 애잔합니다

초등학교 대는 ㅅ풍날이나 운동회 날이
왜 그리도 기다려지던지요
저도 유년의 추억에 잠시 머물러 갑니다
행복한 수요일 되십시오
“야, 글 참 좋다아~”
정말 예쁜 글이에요.
마치 황순원 님의 단편소설을 읽는 듯 깔끔한 맛에 폭 빠졌답니다.
고개숙인 꽃송이로 열무김치님을 아릿하게 만든 어린시절 얘기지만요.
그땐 그랬습니다.
반장이 의례 도시락을 쌌었어요.
자랑은 아니지만 6년 내내 반장과 부반장을 반복했던 저도 선생님 도시락 참 많이 들고 갔었습니다.
글을 접하니 어린 날 소풍전야, 비가 오지 않기를 학수고대하던 맘앓이가 그리워집니다.
지난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다시금 떠 오르게 하네요.
소풍 그 때는 다 그랬지요.
왜 반장 보고 싸오라고 했는지요.

이 추운 겨울밤에 어찌 가을소풍 이야기를...^^
한편의 예쁜 동화 같네요.^^
소풍에 대한 추억은 누구나 많을거예요.
소풍가기 전날의 그 설레던 마음이
지금은 그저 아련하기만 합니다.
김밥, 삶은 계란, 사이다... 이런것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던 시절이었기에 그 맛난 것을
일년에 두번쯤 당당하게 먹을 수 있는 소풍날은
정말 기다려지는 특별한 날이었겠지요.
소풍날에 대한 한편의 수채화 입니다..
선생님께서 도시락을 맛나게 먹어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매주 금요일 KBS1 TV에서 방영하는 "강연 100도"란 프로를 꼭 시청하는데요
지난 금요일에 얼굴에 크다란 흉을 가진 분의 강연을 감동있게 들었습니다.
어린시절 미술시간에 준비물을 못해가서 선생님에게 불려나갔더랍니다.
그리고는 그 어린 아이를 앞에 세워놓고
반 아이들에게 그 아이를 그리라고 하더랍니다..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선생님이 어쩌면 그럴 수가 있을까..하면서 소름이 돋더군요..
그 사람은 울면서 그러더군요..
친구들이 도화지에 자기 얼굴을 그린 것을 보고 비로소 자기 모습을 철저하게 알았다구요..
선생님의 말 한마디..행동..모습 하나 하나까지 아이들에게 영향이 된다는 것을 몰랐을까요?
갑자기 그 강연이 생각나서 적어보았네요..

참 글을 잘쓰시는 분 내생각이 맞었어 ....
무슨 커다란 사실 하나를 발견한듯
깔끔한 전개 중간 중간 마음의 변화
모든것이 전문가 수준이십니다 책 내시지요 ...
팬이 되었어요
그때 그런 일들이 더러 있었지요.

선생님들이 자신의 신분만 알고 어린이들의 잔 정이나 학부모의 어려움은 몰라주던 그런 일들이요.
김밥 싸주신 어머니의 정이 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 청청수 -
당시 반장이나 부반장은 선생님 도시락을 싸는걸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가난했던 저는 그것 때문에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지요.
지나간 추억은 모두 아름답게만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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