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고등어

by *열무김치 2010. 4. 19.

 

 

                                                                                            *옮겨온 사진

 

 

일요일에 풍물시장에 나갔다가 고등어가 싸기에 두손을 사왔다.

웬걸 두손이나 사왔냐고 아내는 잔소리를 했다.

석쇠에 구워줘.

귀찮아..석쇠는 무슨..

프라이 팬에 튀기면 될걸.

*************************************************************

 

산밑으로 서너집이 살고 있었다.

앞집은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 두분이 살았고 뒷집이 창순이네였다.

동네에서 논마지기나 가지고 있었던 덕승이네 집에 굽신거려 소작이나 부쳐먹는 신세들이여서  어느집도 나을게 없었다.

창순이네는 식구가 너무많아 밥먹는 시간에 가보면 무슨 고아원 같았다.

밥은 별로 없었고 감자나 고구마 강냉이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넉살 좋게도 그틈에 끼여 강냉이를 얻어 먹었는데 창순이는 그래도 좋다고 가기만 하면 불러 앉쳤다.

어머니는 밥먹는 시간에 창순네 집에 가지 말라고 타이르셨다.

 

두집건너 곡식장사를 하는 인순이네가 살고 있었다.

인순이는 동갑이었지만 여자애 답지않게 덩치가 크고 키가 훌쩍 한데다 성질이 불같아서 툭하면 사내 아이들과 머리 끄댕이를 잡아 당기며 싸움질을 해댔다.

수업시간에 선생님한테 손바닥을 맞는일이 많았다.

숙제를 안해 가거나 받아쓰기 성적이 좋지 않으면 선생님은 귀밑 머리를 잡아 당기거나 희한하게 꼭 작대기로 손바닥을 때렸다.

단 몇대도 맞지 않아서 모두들 죽을상을 했지만 인순이는 열대를 맞아도 끄덕도 하지 않았다.

남자 아이들이 고무줄놀이 하는 여자애들의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면  여자애들은 얼른 인순이한테 일러 바쳤다.

"니네, 고무줄 끊었다메?"

"언제? 누가그래. 그래 어쩔래?"

"이것들이...니네 오늘 디져봐라."

변명 할 사이도 없이 남자 애들은 덩치큰 인순이 한테 손톱으로 할퀴고 발길질을 당했다.

힘이 세다고 으시대던 녀석이 달겨 들었지만  결국엔 늘씬하게 두들겨 맞았다.

한번은 우리들을 보고 빙신들 이라면서 두살 위인 상급생이 인순이 한테 달겨 들었다가 결국엔 코피가 터지고 얼굴만 할퀴는 일이 벌어졌다.

그 남학생 부모가 학교로 찾아오고 우리들은 교무실로 불려가 영문도 모른채 혼쭐이 났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인순이는 의자를 들고 잠깐 앉아 있었을뿐 아무런 벌도 서지 않았다.

아이들은 인순이네 아버지가 빽이 쎄서 그렇다고 했다. 

그 이튿날부터 우리들은 인순이네 앞으로 다니지 못하고 섶다리를 건너 빙 돌아서 학교에 가야했다.

인순이가 자기한테 걸리면 국물도 없다고 으름짱을 놓는 바람에 애들은 눈치를 슬슬 보면서 피해 다녔다.

소문이 나면서 형들이 우리를 놀렸다.

"야. 거시기 뗴어 버려라".

 

인순이 아버지는 곡식장사를 했는데 장날이면 인순이네 집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어떤 장날엔 인순이가 학교도 가지않고 곡식자루를 옮기는 일을 했다.

난 인순이네가 부러웠다.

장날 저녁이면 가끔씩 구수한 냄새가 우리집까지 올라왔는데 다름아닌 생선굽는 냄새였다.

특히나 비오는 날이면 고등어나 꽁치를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동생들과 난 찌그덩한 툇마루에 서서 비릿 하면서도 짭짜름한 생선굽는 냄새를 맡느라 코를 실룩 거렸다.

"오빠..맛 좋겠다 그치?".

뒷집 창순이는 인순이가 덩치가 크고 힘이 쎈건 순전히 고등어나 꽁치를 많이 먹어서라고 했다.

인순이네 집에서 올라오는 생선굽는 냄새는 우리를 슬프게 했다.

 

고등어를 먹으면서 투정을 했다.

맛이 왜 이러냐?

고등어는 옛날로 있는데 사람 입맛만  간사해 졌다.

 

 

 

 

 

생선 중에서 오징어 다음으로 좋아하는것이 고등어 입니다.
히 밥도둑 이지요...
어릴적 고등어에 대한 사연이 재미있네요.
그래도
열무김치님은 아직 집에서 힘좀 쓰시나 봅니다.
고등어를 석쇠에 구워달라 하질않나..
투정까지........부럽습니다.

핫핫
힘을 쓰기는 하는데 가끔 쫓겨나서 그게 탈입니다.

역시 고등어나 꽁치는 벌건 숯불에 석쇠를 올려 굽는게 최고지요.
늘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어쩌다 숯불피워 한번 해봄직도 합니다.
또 쫓겨 나더라도 해달라고 졸라야겠습니다.
ㅎㅎ..요즘 고등어 ,갈치가 많이 비싼대...
고등어도 맛있고 없는 거 있습니다...
소금간도 잘해야 되고...
수분 기름기도 적당해야 되고...
하지만..
우리입맛이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배가고파야지요...캬캬캬
그래서 안동 간고등어가 인기를 끄나 봅니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은 만고의 진리 올시다.
흐흡~쩝~ 입맛 다시고 있습니다요...
고등어는 제가 젤루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인디...
구이도 찌게도 조림도 다 거시기하게 좋지요...ㅎㅎ
고갈비에 막걸리 한잔도 쥑이지요...캬~
점심이 다가오는 지금...도저히 참기 힘든 유혹입니다...^^
남녁에 사시는 분이시니 고등어 천국에 살지 않는가요>
제주 고등어 , 부산 고등어..

고등어에 막걸리라..
전 한번도 해보지 않아서리..
어떤 맛이 나려는지 고등어 구워 놓고 시음을 해 봐야겠습니다.
옛날에는 다 그렇게 살아간 것 같습니다..
아무곳에서 나 뒹굴고 배고프면 아무곳에서 그냥 슬쩍 때무고..
그래도 그 때 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 세상은 너무 각박하여 재미가 없습니다..
간 고등어 많이 잡수고 추억을 생각 하세요..
어려웠지만 사람사는 맛은 있었지요.
먹는게 우선이던 시절이었으니 금전에 관한 욕심이 덜했던건 어찌보면 당연한건지도 모르지요.
원하면 먹을 수 있는 생선이 그래서 맛이 덜한가 봅니다.
올해는 생선이 귀해서 금값이 됬다고 하더군요...
공연히 보고 있으니 고등어 먹고 잡습니다..
점심을 먹고 방금들어왔는데도요...
잔잔하게 이야기 읽고 갑니다..
행복한 오후되세요..
생선도 그렇고 채소는 한술 더뜨고 있네요.
올해는 어쨰..봄부터 조짐이 영 시원찮습니다.
올여름이나 아무 탈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글 감사 합니다.
신리에 있던 울시댁에서도
어쩌다 대화장에서 생선 토막이라도 사와서 굽는 날이면
욺시엄니 똑 같이 나눠 주시너라 애쓰시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땐 정말 왜 그리도 맛나던지..^^
생선 굽는 날이면 정말 좋았지요.
먹는것도 좋았지만 굽는 냄새를 맡는것도 행복했습니다.
그런날이 올려는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정말 용감하시네요
아니면 사모님 사랑을 든든한 빽으로 믿으시는것이든지요
요즘 아들도 아닌 남편이 석쇠에 구워달라고 하시다니요 ㅎㅎㅎ
자반고등어구우면 정말 맛있는데
굽고나면 냄새가 빠지지 않아 요즘 집들은 곤란한점도 있어요
올 휴가때는 저도 자반고등어 를 사가지고 가서 석쇠에 구워 먹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ㅎㅎㅎ
음..
이거 괜히 힘주고 사는 사람처럼 표현을 해서..
ㅎㅎ~
큰소리 치는 사람치고 실제 그런사람 없다는데..
석쇠로 구어 주었으면 하고 꿈에서 한마디 했습니당~

저의집은 주로 조려서 먹습니다.
간고등어 보다는 소금에 절이지 않은 생고등어를 더 먹는편입니다.
묵은지 넣고 푹 끓이면 정말 맛있거든요.
오나가나 먹는 얘기는 끝이 없습니다.
먹는거 빍히는 사람과 동무도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누구만 빼고..ㅎㅎ
ㅎㅎㅎ 거참 이상하네요
왜 그랬을까요?
저는 잘먹는사람이 좋던데요
식당밥 한공기 가지고도 께작께작 하는사람하고는
같이 밥먹기도 싫던데요 ㅎㅎ
저 빼주신거 맞져? 에구 다행이다 ㅎㅎㅎ
열무김치님 그때는 힘들었던것이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이네요.
옛 친구들 만나면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실테고...

오늘 점심에 고등어를 구었는데 값이 비싸서 그런지
정말 맛이 있드라구요.
요즘 생선값이 많이 올랐어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고등어 값이 제일 싸서 좋았는데...

네, 그렇습니다.
그떄 인순이네 집애서 굽던 고등어는 오랫동안 제 머리속에 있었지요.

한떄 도루묵이 너무 값이 헐하여 막 버리던 시절도 있었지요.
그떄는 별볼일 없던 도루묵이 이제는 귀족이 되었지요.
많이 있을떈 맛이 없다가도 비싸면 더 맛이 좋은건 우리들 심리가 기기묘묘해서 그렇다고 생각 합니다.
날씨 떄뭄에 희비가 교차 하는군요.
펀안한밤 되세요.
쌔애한 이야기군요.
윤사장님이 경북 산골 출신이라고 기억하는데
정말 어린 시절에 생선 얻어먹기 힘드셨겠지요.

저 생선굽는 냄새. 저거 미치지요.
60년대 서울 용산 철도고등학교 앞 판자촌에서 오래동안 살았는데
한 집에서 생선을 구우면 냄새가 온동네에 진동합니다.
더구나 비좁은 판잣집 살림 부엌이 좁으니
그런 요리는 으례 문 밖, 길가에서 하게 되지요.
물색없이 괜히 그때 생각이 나는군요.

조 맨위 고등어 노릇노릇하게 구운 것 참 먹음직스럽네요.

저야 한식구 살림이니 두손은 커녕 한손도 남기 일쑤입니다.
생각엔 거의 얻어먹지 못했습니다.
워낙 산골에다 먹고 사는게 힘들었으니..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천국과 지옥인데도 감사함이 부족한건 돌아 볼 일입니다.

1960년대 원주엔 판짓집이 부지기수였지요.
태풍이 불면 지붕이 훌렁 날라가는 집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지금 생각해도 궁금한 일입니다.
그 가운데서 어쩌다 굽는 생선은 아마 환상이었을겁니다.
뒷집 창순이네는 어김없이 등장했군요.
이번에 덩치 큰 인순이네까지....
재밌습니다.
어릴날 추억엔 그리움이 묻어 있어 아릿하게도 만들고 웃게도 만들어 주기에
어린날 향수에 젖은 이야기는 제가슴을 언제나 따스하게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생선이 두가지 있는데
굴비와 고등어구이예요.
노릇노릇하게 석쇠에 구운 고등어를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하여 아이들에게도 종종 말하곤 하지요.
훗날 엄마가 할머니가 되었을때 우리집에 놀러오려면 고등어 사들고 오라구요.ㅎㅎㅎ
그때까지 고등어가 많이 잡히기를 빌어야겠네요.
하던 가락이 있어서 숯불 피워서 고등어를 굽는때가 있습니다.
생각의 차이인지는 모르지만 맛이 훨씬 낫습니다.

이거 탈 났네요.
나중에 그런말 하면 분명 쫓겨날텐데...ㅎㅎ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 마음으로..  (0) 2010.04.26
아파트  (0) 2010.04.26
하루  (0) 2010.04.09
지금  (0) 2010.04.04
황토집  (0) 2010.03.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