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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여름 이야기 3

by *열무김치 2024. 6. 20.

 

 

 

꿈에 떡 맛보기


그게 말이야
마음만 먹으면 될 줄 알았지
내일, 모래
아니 한 몇 년만 더 있다가
새털 같은 날
아직은 아니잖아

다음에 보자는 놈
두고 보자는 놈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놈
갈 바람에 검불 날리듯
손바닥 한 번 뒤집으면 끝인 걸

수많은 날들이 보초를 서고
몇 마디만 거들면 갚을 외상값
색 바랜 단풍이 되어
수평선 지줄대는 나락의 끝에 앉아
그대의 손을 잡다

꿈에 떡 맛보기
아쉽다
그 꿈이라는 잡놈
멱살을 꺼들어
업어 치고 메 치고.

 

 

 

 

 

 

살구


탱탱한 몸매
발그스레한 입술
향긋한 체취에
오메
환장하겠네

달도 차면 기운다는데
시간 없어라
후딱 나꿔채

입안 가득히 퍼지는
풍만한 그대의 향기
여름 에덴으로 떠나다.

 

 

 

 

 

 

접시꽃 당신


잡초 가득한 달동네 언덕에
접시꽃이 피었다

훅훅 볶아 대는 복 날 염천에
축 늘어뜨린 꽃송이마다
기다림의 씨가 영근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많이도 심었네
없기는
꼬부라진 할매들이 장승처럼 앉아서
민들레 씨가 되어 날아드는
눈에 밟히는 새끼들 맘 아프지 말라고

접시꽃 그놈이 알 리가 없지
여보 당신 내 호적에 올린 걸

 

 

 

 

 

천렵


숫자와 싸우다가
1234가 마귀가 되다

떠나자
푸른 숲과 강이 있는 그곳에

숙맥처럼 흐르는 강물에
족대를 들이밀고
힘없는 마누라에게 지렛대질을 시키다

아니,
돌멩이를 제대로 흔들어야지
뭐라구?
엉성하게 족대를 대니까 다 도망 가잖아

염 하다가 놓친
멍한 물고기가 걸려들어 또 한 번 훈계질이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냇가에서도 새는구나

막장 풀어 파 듬뿍 넣고 방아잎에 산초가루
붉으죽죽 끓어 오르는 여름강의 살신성인
먹고 보세
가는 세월 얄미운 눈초리 쉬어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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