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돈 봉투

by *열무김치 2016. 11. 18.

 

 

 

 

 

 

 

 

 

그게 그랬다.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까지 아무 말이 없던 아들아이가 기차를 타려고 나서자 누런 사각봉투를 건넸다.

그러자 옆에 섰던 딸아이도 아내에게 봉투 하나를 쥐여 주었다.

"이게 뭐고?"

"얼마 안 되지만 용돈에 보태 쓰세요."

"너그들이 이럴 형편이 되냐? 됐다. 안 줘도 된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와 아내는 봉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를 보던 아들아이가 빙그레 웃으며 어서 가시라고 등을 떠밀었다.

"고맙데이. 잘 쓸께."

기차에 오른 나와 아내는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렸다.

오...우리도 아이들에게 용돈을 받는구나.

감동이 쓰나미로 밀려왔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봉투에 천원짜리 몇 장이 들어있다고 해도.

세상에, 나는 이제까지 저렇게 입을 크게 벌리고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봉투가 갑이다.

 

돈 봉투를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얼마 들었어요?"

"똑같이 넣었겠지"

"그러니까, 얼마 들었냐고요."

나는 순진하게 돈 봉투를 아내에게 건넸다.

입김을 후후 불며 돈을 세어보던 아내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왜 그래?"

입맛을 다시던 아내는 갑자기 자기주머니에 있던 돈 봉투를 내 앞에 휙 내던지더니 냅다 줄행랑을 쳤다.

"왜 저래?"

뒤쫓아 가려다가 아내가 내던진 봉투를 열어보았다.

봉투 안에는 내가 받은 금액의 딱 절반이 들어있었다.

아마도 아이들이 사전에 의견교환 없이 형편대로 돈을 넣은 모양이었다.

이런...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아내가 돌아왔다.

"아니, 이럴 수는 없지. 내꺼 내 놓으셔."

"없어. 이미 썼으니까."

"누구 마음대로 써. 그거 아들이 준 아주 귀한 용돈이고 분명히 내껀데."

들은 척도 하지않던 아내가 이거 보라며 빙그르 맴을 돌았다.

감색이 도는 가을 옷 이었다.

"그럼 반이라도 돌려 줘."

"뭐가 있어야 주지."

아내는 혀를 낼름 내밀고는 저녁을 해야 한다며 주방으로 달아났다.

 

반땅으로 변했지만 그나마 이게 어딘가.

다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방으로 들어와 잽싸게 돈을 감추었다.

앞으로는 절대로 돈봉투 공개하는 어리석은 짓은 말아야겠다고 맹세를 하면서.

 

 

 

 

 

그 참 잘 되셨습니다. 아내분께서는 받으신 용돈보다 배가 많은 봉투를 가지고 가셨기에 옷을 사실 수 있었지,
아내분 용돈에 관리 하시는 돈을 보태어서 옷을 사시지는 않으실 것이고, 그러면 그 돈은 표도 없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 버렸을 겁니다.
참 재미있는 에피소드입니다. 하하

이 복잡한 세상에 반만 건진 것이 어딘데요? 하하
그래 보았자 두둔 모친께 거의 들어 가겠지만요. 두분 모친께 다 쓰신다 해도 손주가 할머님들께 효도 한 것이 되니 아주 잘 된 일이구요. 하하
아이들이 용돈을 주면, 민망하기도 하고 기분 좋기도 한 두가지 맘이 됩니다.
그렇게 기분 좋은 것만 아니더라구요.
네.
아이들에게 용돈을 받는일은 기쁘기도 하면서 부담감도 생깁니다.
참 이상하지요.
자식들이 남에게 꾸지않고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이어서일겁니다.
아내가 모처럼 옷을 사입었으니 제대로 쓴거지요.
어치피 제가 가진 돈봉투도 아내에게 갑니다.
전 일상적으로 타인의 돈이라도 금전을 만지는 입장이니 일하다 보면 돈을 쓸일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빼앗기니 섭섭하던데요.
돈 앞에는 장사 없습니다 하하..
이미지보기 눌러 늘려봤는데
와우~~~~
오만원권이 수두룩해요
완젼 휭재하셨어요 ㅎㅎㅎ
근데 자식이 주는돈은 잘 못쓰겠드라고요
그래도 옷이라도 한벌 사입으신분은 남는겁니다요 ㅎㅎ
아내분이 참 지혜로우신것 같애요 ㅎ
한동안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모 콩꼬물 없나유 ㅋㅋ
ㅎㅎㅎㅎ~
사진으로 봐서 그렇게 보이는거지요.
용돈은 재빠르게 챙기는 게 정답입니다. ㅋㅋ~

콩고물은 떨어졌나 다시 확인을 해 보겠습니당.
그렇게 하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이 그 돈을 바라보시는 모습만으로도 열무김치님 기쁨은 충만할 것 같으니까요.
용돈을 받는다는 건 어쨌든 보람있는 일이고, 참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축하합니다! ^^
하하..
축하를 받으니까 뻬앗긴 돈이 더 아깝습니다.
어르신들 백마디 말보단 돈 봉투가 큰 위로가 됩니다.
자식들이 그 걸 안다면 많은 금액이 아니어도 가끔씩이라도 건네 드리는 게 좋을텐데요.
되레 부모님께 용돈을 타가는 자식들이 더 많다고 하니 이땅의 부모들은 여전히 고달픕니다.
ㅎㅎㅎ 저는 아내분과 열무김치님이 외람되지만 너무 귀여우셔요
전 친정부모님 용돈 드릴 때 항상 똑같은 금액으로 따로 드려요
안그럼 아버지께서 엄마한테 안 나누어주신다나요
ㅎㅎㅎ~
아마 보통의 가정에서 대부분 그럴겁니다.
한 번 받으면 절대로 내놓지 않겠다, 어딜 내 용돈을 탐을 내나.
저도 숱하게 보았거등요.
특히 돌아가신 아버지는 용돈을 받으시면 그자리에서 개봉하여 확인하시는 바람에 누가 얼마를 주었느지 다 알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효과가 있더군요.
은근 경쟁이 되어서 용돈의 액수가 점점 많아 지더라는,
아이들이 사전 의논 없이 넣었던 모양이네요.
그래도 얼마나 착한 아이들입니까?
업어준 보람이 있으시네요.

설에 세배를 받고 돈 봉투를 곁들여 받을때는
입가에 감출 수 없는 웃음이 절로 나오는건 어쩔 수 없는 돈의 위력일까?
아니 내자식이 잘 자라주었다는 뿌듯함이 더 클 꺼예요. ^^*
누님들이 많다보니 원하지 않는 장면을 보게 되는데요.
집에와서 일 하나 도와주지 않아도 용돈을 두둑하게 드리는 누님이 갑이 되더군요.
나이가 들어갈 수록 돈 봉투의 위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거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형편이 어려운 자식에게 건네는 부모 마음을 나중에 알게 되지만.
ㅎㅎㅎ
오만원짜리를 저렇게 많이나
아내분이 좋아할만합니다
국화향님 말씀처럼
저도 아이들이 용돈 주는것을 쓰지 못하겠더라구요
두고 두고 또 꺼내보고 안쓰니깐
우리 큰 아이는 요즈음은 현물로 사주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원피스로
ㅎㅎ 다음부터 용돈 사수하셔야겠네요^^
고운 한 주 되십시오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본 사람만이 그 기쁨을 잘 알지요...
부부싸움 하시는 걸 보니 그저 부럽기만 하네요.^^
그게 바로 사랑의 표현이니까요...
축하드립니다. ㅎㅎ 자녀들이 나이를 얼마나 먹어야 용돈을 줄수 있는 처지가 되나요?
아마 직장생활을 해야 되겠지요~ 여하튼 자녀들한테 받은 그 돈봉투...두고두고 입가에 웃음이 번지시겠습니다.
울아들한테 결혼기념일이라고 어제 말했더니...
"돈 있으면 여행 가!" 이런 소릴 해대네요.
멋대가리 없는 아들 녀석 키워봤더니...에고...ㅎㅎ
여행은 빚내서라도 가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간다고 했댔네요. ㅎㅎ
꽤 많은 지폐가 들어있는 돈 봉투....
부모님께 봉투를 건네 드린 오누이가 잘 컸습니다.
그 봉투를 받아들고 뭉클 하셨을 부모의 마음도 오롯이 느껴지구요.
돈이 많고 적고를 떠나 얼마나 기쁘셨을까요.

그러나 앞으론 절대 공개하지 마십시오
그러다 토라지면 클 나니까요.
살거운 아이들이네요.
부모에게 용돈줄만큼 자란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즐거움이란...
봉투는 절대 보는앞에서 개봉하면 안된다는
것도 배웁니다^^
효자, 효녀를 두셨네요...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식들의 마음씨가 너무 예쁘네요.
뿌듯하시죠?
다음부터는 용돈 간수 잘 하세요.
손에서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답니다.
저도 언제나 용돈 받을 수 있을까요?
부럽습니다.
자식들이 커감에 따라 걱정 역시 많아집니다.
두 아이가 대학원과 대학조럽을 앞두고 있지만
용돈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보다는
결혼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 뿐이니
하하, 인간은 돈벌다 죽는다는 누군가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우리집 풍경과 좀 다릅니다
저희 시집간 딸은 어쩌다 용돈을 건네주는 날에 봉투 하나를 건네주더군요
그것도 저거아빠 손에 쥐어 주던지
아니면 아빠 통장으로 입금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한번도 그 금액을 나눠 가지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당당히 말합니다
내 몫은 나에게 달라 !!
남편이 그럽디다. 나누면 작지만 뭉치면 크다고
그래서 나눔은 어리석은 선택이 될거라 협박하데요 ㅎ
그러게나 말거나
나도 용돈 그런거 좀 맛 보자 했습니다 ㅎ
아이들에게 처음 용돈 받았던 때
그 돈을 차마 쓰지 못하고 오래오래
서랍에 넣어넣고 좋아라 했지요

저흰 무조건 똑 같이 나눕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치껏 살라고?  (0) 2016.12.11
사는 일  (0) 2016.12.02
부모가 사는 법  (0) 2016.11.12
남한강  (0) 2016.11.11
晩秋 *** 저물어가는 것에 대하여  (0) 2016.11.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