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폐지

by *열무김치 2016. 7. 23.

 

 

 

*패랭이꽃

 

이른 새벽인데 누군가 현관문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문을 여니 앞집 아줌마였다.

"어쩐 일이세요? 무슨 일 났어요?"

"빨리 내려와 보세요. 이른 아침이라 말씀드리지 않으려 했는데 그냥 있을 수가 없어서."

싸우는 소리가 나기에 마당에 내려가보니 할아버지 두 분이 멱살놀음을 하고 있었다.

가만 보니 한 분은 평소 동네골목을 다니시며 폐지를 모으는 분이었고 또 한 분은 처음보는 분이었다.

그냥 있기엔 너무도 험악스러워 두 분을 뜯어 말렸지만 두분은 몹시 흥분한 상태라 쉬 진정이 되지 않았다.

옆집 아저씨와 내가 한참을 말려서야 싸움은 끝이났다.

싸움의 발단은 폐박스를 서로 가져가겠다는 것이었는데, 내가 아는 할아버지는 이 골목은 내 담당인데 왜 남의 구역을 침범 하는냐 였고 다른 할아버지는 폐지를 줍는 일에 정해진 구역이 어디 있느냐, 말도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말로서 해결이 나지않자 결국 멱살잡이로 이어진 모양이다.

공평하게 나누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내가 아는 할아버지가  이렇게 끝나면 앞으로도 해결이 나지 않을 것으로 여겼는지 그것은 절대로 안된다고했고 상대방 할아버지도 당신 마음대로 할 거니까 그리 알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루 종일 모아야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이지만 두 분의 다툼을 보면서 뭐라고 꼬집을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왔다.

***********************************************************************************************************************

 

다툼은 끝났지만 결국 새로운 숙제가 남은 꼴이었다.

생각 끝에 늘 다니시는 할아버지의 폐지를 마당 안쪽에 모아 둘 테니 가져가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나 그 효과는 단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다른 할아버지가 눈치를 채고 마당 안으로 들어오셔서 먼저 가져가신 것이다.

이른 아침 마당청소를 하려고 나섰다가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인사를 하고나니 어색한 표정이 되었는데  내 의도를 알아채셨는지 빙그레 미소를 지으셨다.

"미안하네. 요즘 고물 줍는 것도 경쟁이 심해서..종일 모아야 몇 푼 되지도 않는데..

고물 값이 너무 떨어져서 걱정이야."

앞으로 이러시지 말라고 할 수 도 없어서 그냥 밖으로 나갔다.

매일 제품을 담았던 박스가 수 십 개씩 나오다 보니 우리 집은 폐박스가 많은 집으로 소문이 나는 바람에 종일 여러 명의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면 폐박스를 차에 싣고 와야 되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차에 폐박스를 실으면 바람에 날라 가는 등 이차 피해도 있어서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지만 내가 조금 수고하면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니 그만 두기에도 그랬다.

 

마을금고에 들렀다가 평소 자주 오지 않던 그 할아버지를 만났다.

인사를 하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할아버지가 먼저 일을 마치고 나가셨다.

"저기..금방 나가신 할아버지 여기 자주 오세요?"

"왜 그러세요? 아시는 분인가요?"

마을금고 아가씨는 동그란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아니, 그냥 안면이 좀 있어서요."

"저 할아버지 손자가 두 명인데요. 혼자 키우신다는 데요."

"예?"

"아들내외가 이혼하면서 손자 두 명만 남기고 벌어 먹으로 갔다고 하더라 구요."

"아..그렇구나."

"아마, 엄청 힘드실 거예요. 애들이 벌써 초등학교에 다닌다던데."

 

할아버지 가져가시라고 폐박스를 다른 사람이 찾지 못하게 아랫층 베란다 안쪽에 두었다.

아내는 그게 무슨 보물이라고 깊숙이 숨기느냐  당신 점점 이상해진다고 했다.

며칠 뒤 아내가 물었다.

"베란다 안쪽에 둔 박스를 잘 모르는 할아버지가 가져 가던데 당신이 그렇게 한 거예요?"

"응. 그 할아버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자가 둘이래. 혼자 키우신다는 데?"

"자주 오시는 할아버지가 알면 서운해 하실 텐 데."

"지금 당장이 급한 건 손자를 키우시는 분이지. 자주 오시는 할아버지는 혼자 사시지만 부양 할 사람은 없잖아.

당신도 뭐 생기는 거 있으면 베란다 밑쪽에 두라 구." 

 

사람 마음이 종잇장 같아서 이렇게 팥죽 끓듯이 손바닥을 뒤집는다.

기껏해야  폐박스나 모아주면서.

이런 하찮은 일에도 갑 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늙어서도 저 청초한 꽃처럼 살수는 없을까?

 

 

 

역시 열무김치님다운 일만 하십니다.
어찌 보면 작은일이지만 실천하시는 님의 삶이 존경스럽습니다.
더위에 늘 건강 잘 챙기십시요.
평생복지 체계가 잡히면 우리나라 정말 좋은 나라 일텐데 참 슬픈 현실입니다.
따뜻한 마음 읽을수 있습니다
배려라는게 큰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패랭이 꽃이죠 참 이쁩니다
김치님만큼 이쁩니다
역시 역시 열무김치님다운 수필을 읽고서
초록빛 풀잎 속에 한 송이 저 분홍색 패랭이꽃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현실이 적나라하게 적혀진 내용의 글
이런게 글이지 싶습니다

올만에 들렀지요
벌써 싸리꽃(우리들-파란편지님 언덕에서님 열무김치님- 인연이 그려진)이 다 피었던데요
종잇장, 손바닥 뒤집듯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죽하겠습니까?
고향 사람들 이야기 들으니까 젊은이들 이혼하고 아이들은 조부모에게 맡긴 경우가 비일비재하답니다.
그런 조부모가 보살펴주고 키워주는 아이들은 그나마 다행일 것입니다.
참 눈물겨운 모습들입니다.
돈은 넘쳐나는데 어쩌자고 이런지 모를 일입니다.
전 정말이지......
이 글을 읽으며 내가 알고 있는 어떤분을 떠올립니다.
내 수준에서 보면 재벌에 가까운데
신문하나 빈박스하나 슬쩍 내어 놓지못하고
집안에 꼭꼭 숨겼다가 가끔 오트바이 뒤에 꽁꽁 묶어서 고물점에 직접 팔러 가십니다..
그 돈으로 어떤일을 하시는지 모르지만
그 돈 없어도 그 어떤 일도 하실만한데...
이렇듯 없는분들 노동비에 보탬을 주면 좋겠다....
혼자만의 생각이 그러하네요..
일상의 모습에 애잔함이 밀려옵니다
이렇게 쓰고 싶은데 이런글을 ....
저도 언젠가는 쓸수있는날이 오겠지요
우리의 현실을 잔잔하게 잘 쓰셨네요
김사인의 시 '바짝 붙어서다'가 생각납니다.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빈 상자를 접어 묶는데
몸뻬는 졸아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고
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바짝 벽에 붙어 선다는 내용이지요.

한낮에 전철을 타면 전철 안에는 칸마다 모두 노인들입니다.
노인대란이 바로 코앞인데 국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답답합니다.
씁쓸하고 공허하고 그렇네요.
아무것도 안하고 나이만 먹는 하릴없이 보내는 노인보다는 백번 나은 폐지줍기지만
이렇게 소일거리가 아닌 부양가족을 챙겨야 하는 할아버지를 보니~
그의 삶이 무척 고단하게 보입니다.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노인대란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젊은 사람들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열무님은
그 누구보다 파랭이꽃보다 더 청초합니다.
가슴이 답답합니다 열무님
서로 싸우시는 두 할아버님
혼자 키우셔야하는 애들 둘
잘 먹이지도 입히지도 못하는게 그 할아버지 가슴은 얼마나 또 아프실까요
모시지 않는것도 모자라
새끼까지 덤터기를 써야하는 약한 부모님들
이 글을 왜 읽었던고 가슴이 많이 아프네요 ...

차에 싣고 들어오시고 속 베란다에 쌓아 놓으시고
손바닥 처럼 뒤집었다는 자책감에 아파 하시는 분
열무님의 따순 가슴
그래서 잘 읽었단 생각으로 바뀌었구요
너무 더운데
잘 견디셔요 열무님 ...^^
서글픈 모습들이네요.
고운 날 되십시오
동네에서 가끔 보는 광경이지요.
저의 동네도 할머니 한 분이 시장에서 나오는 폐지를
독차지 하려고 날마다 우격다짐을 하다보니 그 할머니에게
두손두발 다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님이 시장을 가셨는데 욱박을 질러서 할테면 해보라고
하면서 당신이 날죽이려면 나는 등신처럼 가만히 있을 줄 아느냐고
맞장구치고 강하게 나가니까 허허 웃으면서 친구하자고 하더랍니다.
시장사람들이 그 할머니와 싸우지도 않고 그 할머니를 꺾은 사람은
저의 어머니 밖에 없다고 하더랍니다.
그 다음부터는 저의 어머님만 보면은 친구 친구하면서 좋아하더랍니다.
두 할아버지 모두 다 사정이 딱하지만 그래도 손주를 키우시는 할아버지께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드리면 좋겠지요.
편안한 밤 되세요.
친구에 따뜻한 마음과 온정이 있기때문에
세상은 잘 ~~ 굴러가는거야
늘 그자리를 지키고있는 친구가 자랑스러워~~~
말보다 행동이 먼저인.. 나에겐 보물!!
아름다운 사진과 글로 감동을 받고 돌아간단다.
동네 어디를가도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나이 드신분들이 폐지를 모으는 모습이요...
그런데 요듬은 건장한 남자분도 종종 보이더라구요..
일자리가 있다면야 그럴까싶어...내심 안쓰럽기도 하구...
씁쓸하기도 합니다...어려울수록.. 힘들수록...
배려하면 좋으련만...우리속의 DNA는 그렇지못하나봅니다..
아따, 참 씁쓰레한 맛입니다.
가난구제는 나랏님도 못 한다고 하지만, 너무 답답합니다.
우리는 이나마를 감사히 여기고, 못 한 사람을 고운 눈으로 봐야지요. mmm
너무도 슬픈 현실 앞에 주져 앉고 맙니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가 되어서 복지국가로!!
어떤 곳은 박스를 싸놓고 수거좀 하시라고 전화를 몇통을 해도
바쁘다고 가져가지를 않는다고 푸념을 하던데..
불공평하네요..
늙어서 청초하게 사는 것.
우리 모두의 꿈이지요.
씁쓸하군요.
저 자문을 구합니다 ㅎ
블로그존에 제것이 안뜨게 하려면
비공개나 친구공개로나 해야 안나오나요?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이 오는소리  (0) 2016.08.09
8월  (0) 2016.08.01
비오던 날  (0) 2016.07.06
외출  (0) 2016.06.27
요즘 날씨  (0) 2016.06.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