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젠 고향이랄 것도 없다.
터줏대감들이 떠난 자리에 객들이 똬리를 틀었다.
떠날 수 없는 긴 세월의 그림자들만 우두커니 남아
가뭄에 콩 나듯 기웃거리는 피붙이들의 발자국을 센다.
태양초,들깻잎, 참기름, 들기름
머나먼 전설 속으로 가버릴 이야기들을 해묵은 보자기에 싸 놓고선
늙은 어미는 칠월 그믐부터 삽짝걸음이다.
1년 그 새털 같은 날에
하루 이틀 밤은 장한일이 되어 버렸다.
봉당을 나서는 섭섭함은 이내 떠나는 바쁨에 숨어서
몇 번의 손짓이면 족하다.
마실을 갔던 적막함이 다시 도둑이 되었다.
여전히 조각달이 뜨고
만남은 이지러지는 달에 붙었다가 줄행랑을 친다.
모처럼 얻어걸린 검둥이 놈의 뼈다귀 잔치가 며칠이다.
그놈도 눈치는 알아 서너 번의 꼬리질이 살길이라는 걸 안다.
가을걷이 타작마당이 숨바꼭질하는 날에도
쌀, 콩, 참깨, 들깨 보따리는 한양 구경 채비에 들떴다.
겨우내 눈 맞출
검둥이 놈만 하품질이다.
천당 가겠소
얘들아 모두 모여라
동네 외진 곳 실한 콩밭이 있더라
밤에만 갔는데 낮에도 괜찮더라
그 영감 건달이라
하품하며 먹어도 좋아
찬바람 불기 전에 살은 찌워야지
염치도 없지 빌어먹을 고라니 놈
제 놈도 눈 있으면 보이겠지 저 꼴이
내 뭐랬소 진즉에 그물망 치랬더니
꼴좋소
메주콩 된장 간장 다 글렀소
시월이 아직인데 콩 말이야 남겠지
그놈들도 딸린 식구 있을 테니 어쩌겠소
어쭙잖은 부처 놀음에 이야기 스무 냥
인물 났네
천당 가겠소
내, 산 세월이 얼만데
고라니가 한 수 위란 말이요
칠칠맞은 영감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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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시골 이모님네 콩밭에도 어스름 저녁이면 고라니가 뛰어다닙니다
그걸 가서 훠이 훠이 쫒아보내면 금새 사람 들어가면 다시 나타나서 콩밭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밭 가장자리에 집 지어주고, 강아지라도 한마리 키워야 하는거 아닐런지요.^^
그런데 궁금한것이.. 농부들에게는 고라니와 멧돼지중 어느놈이 더 무서울까요?
딘어 하나 같은 것 없는데도 흡사 문인수 시인의 '저 빨간 곶'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그게 우리의 가슴 한 켠에 묻어둔 정서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천당 가겠소"의 해학에 곡식을 잃었는데도 미소가 떠오릅니다.
저런 "칠칠맞은 영감탱이"가 남아 있긴 합니까?
가을 정취물씬 풍기는 멋진 월요일!
깊어가는가을 만큼 점점쌀쌀해지네요 건강하세요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의미 있는 날이 추석입니다.
소중한 자료 감사히 보고 갑니다.고맙습니다.
제 친구들은 조카들이 제주가 되었으니 이제는 차례 지내러 가기도 멋적다고 합니다.
아파트 개발로 고향도 없어지고 친척들간의 왕래도 없으니 이제는 낮선 세상에 사는 느낌입니다.
두 시에서 보여주는 반전이 쓸쓸함 느낌을 없애줍니다.
저는 두 개의 시가 보여주는 영상미가 이시영 시인의 시를 보는 듯하여 어러번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묵묘도 자주 보이고..
벌초니 차례니 하는 말들이 곧 생소한 단어가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떡하든 아들아이를 데리고 벌초도 하고 차례도 지내려 애를 씁니다만 아무래도 우리세대가 지면 양상이 아주 다르게 바뀔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듭니다.
늘 좋게 보아 주시니 고맙습니다.
채찍질도 모질게 해 주시길 바랍니다.
초암 나상국님이 생각납니다.
자신의 시를 평해달라 하길래 부적절한 표현 몇을 지적했습니다.
창작의 결과물을 이해하는 것은 독자의 몫인데
제 지적이 기분 나빴는지 자신의 시의 의미에 대해 부언 설명을 하더군요.
주제 넘은 일이라 생각되어 이후론 그의 자작시에만은 댓글을 달지 않았습니다.
매일을 열나게 찾아오더니 소식을 뚝 끊더군요.
그는 시에 대해 많이 공부를 많이 해야할 사람으로 보이고, 열성만으로 좋은 시를 쓸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제가 감히 외람되게 선생님께 조언을 드린다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오류가 자주 발견됩니다.
앞연에 있는 표현의 유사 단어가 뒤에 있는 경우도 있구요.
이런 소소한 부분만 손보시면 당장 시집을 내셔도 좋을 것입니다. [비밀댓글]
말씀처럼 그런게 제가 고쳐야 할 부분이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제 배움이 부족한 탓입니다.
지난날 되고 말고식으로 끄적거린 글들을 보면 실소를 하지요.
그래도 그게 소중한 건 당시의 제 생각이어서 버릴 수 없더군요.
글을 쓰는일이 누구에게 꼭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생각을 보이고 싶은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어서 블로그나 카페 등에
발표를 해 보는것이지요.
아마 이런 발표의 장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저같은 사람이 염치도 모르고 용감하게 덤비는 것 같습니다.
어떻튼 감사한 일이지요.
감사 합니다.
글 쓰면서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주 조언을 해 주시면 분명 더 나아 질것입니다.
시집을 낸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자신이나 능력도 없구요.
또 저같은 사람까지 설치면 문단이 너무 복잡해집니다.
이렇게 블로그에 끄적이는것만으로도 과분합니다. [비밀댓글]
배불리 먹을수 있는 양식이 되길 기다리고 있네요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달님이 놀고 가라고 옷 자락을 붙드네요.
밤 이슬 맞으면서 무작정 풀숲을 거닐어 보고 싶어집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고향...
엄마 생각 많이 납니다
가을 밤
편안한 시간 되십시요.
- ★ 미다스 kan7ry
- 2015.10.04 18:59 신고
- 수정/삭제 답글
정말 사람이 한 것에 사람이 피해보면서 고라니 탓을 해야 하는 우리도 가슴이 아프네요.
제가 사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ㅎㅎ
아름다운 자연의 향기에 행복한 마음입니다^^.
대부분의 시골마을들은 마을 입구에 꽃을 심고 홍보물을 붙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무슨 사정이 있나 봅니다.
초 겨울에 산짐승들을 잡는데
산돼지는 잡아도 노루는 안 잡는다구요
왜 그러나 ? 물어보니
산돼지는 잡아 팔면 고깃잢이 짭짤한데
노루는 잡아도 아무도 고기 사 먹는 사람 없어서
노루가 눈앞에 얼쩡 거려도 안 잡는다 ..하시데요
그래서 밤 마다 외곽 도로에는 차에 치어 죽는 노루가 많고
농작물은 모두 저 꼴 되나 봅니다
씁쓸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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