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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9월에

by *열무김치 2015. 9. 2.

 

 

 

장모님이 계신 시골에서 아내가 신주단지 모시 듯 잘 간수하여 나온 게 있었다.

산골집 앞마당에서 자라던 재래종 국화인 소국이다.

오랜간 같이 있었으니 듣기 좋으라고 재래종이라고 부르는게다.

이녀석도 이사를 나오며 골탕을 먹어서인지 처음 한 두해는 볼품이 없더니 산 흙을 파다가 넣어주는 등의 정성을 알았는지 이내 기운을 차렸다.

현관이나 베란다 구석에서 몇 해를 그럭저럭 견디던 녀석이 집을 새로 지을 무렵 중대 고비를 맞았다.

꽃도 그만그만하니 이제 없애 버리자는 나의 주장과, 오랜간 우리곁을 지켰는데 그럴 수 없다는 아내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결국은 지하실로 쫓겨가는 신세가 되었다.

늦가을에서 이듬해 봄까지 어두컴컴한 지하실에서 겨울잠을 자던 녀석이 새집으로 입주를 하면서 바깥구경을 하게 되었는데 꼴 을 보아하니 제구실을 하기는 틀려 보였다.

그녀석을 아내의 허락도 없이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그러나 쓰레기를 정리하던 아내에게 다시 발견이 되었고, 이걸 왜 버리느냐는 아내의 성화에 결국은 새 화분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꽃도 사람을 알아보는걸까.

아내가  화분갈이를 해가며 정성을 쏟자 이듬해 가을 노란 꽃망울을 내밀더니 모양새가 제법인 회분으로 변신을 했다.

저렇게 되기까지 5년이 넘게 걸린것이다.

"과거에 급제 했구먼"

"그게 다 내 덕이오."

 

동전만한 꽃들이 모여앉아 현관문 앞을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 보며 앙증맞은 가을인사를 건넨다.

또 9월이다.

 

 

 

 

 

안녕들 하시요.

 

 

 

 

 

 

이 꽃기린은 너무도 예민해서 양분많은 산흙을 파다가 분갈이를 해주면 색감이 짙고 밝은 앙증맞은 꽃을 1년 내 내 피워 올린다.

그러나 그 약발은 생갇보다 오래가지 못해서 이내 잎을 떨구고 엄살을 피운다.

사람만 변덕스러운게 아니다.

식물도 귀신같이 맛난것을 알아 차린다.

 

 

 

 

족두리꽃은 가을에 씨를 받았다가 뿌리지 않아도 겨우내 땅속에서 떨다가도 봄이면 제 알아서 싹을 올린다. 

앞마당에서 그러기를 십수년이다.

그동안 주인장만 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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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는 정말 저런 종류가 국화답지 않습니까?
서정주의 국화도 그렇고, 예전에 우리가 어렸을 적 장독대 옆의 그 향기 짙은 국화도 다 저렇게 잔잔한 꽃이 피는 국화가 아니었습니까?
학교에 있을 때 보면 온갖 재주를 부려 대국을 피워 올리고 철사 같은 것들로 받침대를 만들어 떠받쳐준 화려한 화분을 만드는 선생님들이 있었는데,
저는 별로 시큰둥한 편이었습니다.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런 꽃은 화원에서 가꾸어야 할 일이지요. 사실은 그런 멋들어진 국화보다 저런 국화가 정말 좋다는 얘기입니다.
이 댓글을 그런 선생님이 읽지 않아야 할텐데, 좀 걱정스럽습니다. 다 취향 문제니까 이해해 주시겠지요.
뚝배기보다 장 맛이라는 속담이 여기에 어룰리지 않을까 합니다.
저녀석 정말 까다로워요.
여차하면 죽어버리기 때문에 꽃을 계속 보려면 정말 신주단지 모시 듯 해야 합니다.

꽃도 신분이 있는것인지 보통 공기관이나 화원에서 기르는 국화는 말씀처럼 꽃송이가 크고 색감이 짙으며 철사나 지줏대로 정성껏 바쳐준 경우가 많더군요.
웬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느낌이 나도 합니다만 고귀한 기품이 있어서 보기는 좋습니다.
소국은 꽃 수명이 그리 길지 않아서 잠시 밝은 얼굴을 하다가 곧 잎을 떨굽니다.

아마 선생님 댓글을 읽는다고 해도 그분들도 좋아 할걸요.
저꽃들이 피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쭉 적으셨는데
왠만한 정성없이 저렇게 화사하고 아름답게 만개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서정주는 봄에 처절하게 우는 소쩍새, 여름의 천둥, 그리고 가을 밤 무서리와
그 자신의 잠 못 이룸이 모두 한 송이 국화꽃과 어떤 신비스러운 인연을 가진 것만 같다고 했는데
상식적 논리를 넘어 생각해 볼 때 지하실에 있다가 드디어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어
다시 되살아난 저 아름다움이 보여주는 이 우주와 생명의 신비란 얼마나 깊은 것인가? 를 생각해봅니다.

감기는 다 나으셨는지요.

전에는 국화가 가을의 상징이기도 했는데 요즘보니 그렇지도 않더군요.
수만가지 국화꽃들이 사계절 즐비해서 우리눈을 호강하게 만듭니다.
저 꽃은 보노라면 화전민이 살던 60년대 깊은산골에 살던 처자같은 느낌이 묻어 납니다.
앞으로 얼마를 더 갈지 모르지만요.
감기는 열흘 정도 고생했더니 차도가 보입니다.

온실에서 피어나 사계절 우리눈을 호강하게 하는 꽃보다
저렇게 자연의 이치대로 피어나 저 홀로 외로운 꽃이 보기 좋습니다.
다행이군요.
바깥으로만 다니니 저도 가끔 감기로 고생을 합니다만 그냥 다닙니다.
그러다 낫곤 하는데 이제는 한 번 걸리면 아주 오래 갑니다.

나이들어 가면서 건강이 제일인데 주변친구들을 보면 서서히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지는군요.
어끄제도 한 친구가 병상에서 시각을 다툰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서늘해 졌습니다. [비밀댓글]
소국이 아름답게 피웠군요.
가을 느낌 너무 좋아요.
반갑습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국화의 계절입니다.
요즘은 계절의 변화가 자로 잰 듯 하군요.
좋은 계절에 좋은 일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열무김치님!
노란소국과 자주색 소국이 아름답습니다. 국화는 서리가 올 무렵이 되어야 더 향기롭던데요.
예전 한옥에 살 때 저가 키웠던 품종이라 더 반갑습니다.
시골서 업어온 아이를 기르고 있는데 아내 덕분이지 저같으면 못 할 거 같네요.
마당이 있는 집이면 국화 말고도 심을게 많지요.
요즘 국화는 시도 없이 피어 납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이때에
향기로운 소국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네요.

시원한 저녁 시간 되세요..
찾아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전국 국화꽃 축제를 하는곳이 많더군요.
가을에 국화 향기면 금상첨화지요.

좋은 글 쓰시던데요.
시련을 잘 이겨낸 소국과 여러 꽃들이 아름답게 꽃을 피웠네요.
식물도 정성을 다 쏱아 부어야 건강하게 잘 자라지요.
저도 여러 약초와 귀한 나무 등을 키웠었는데 아파트로 이사를 하면서
다 나눔을 해주었습니다.
9월도 늘 좋은 일들로 가득하세요.
편안한 날 되세요.
초암님의 이력으로 보아 그러고도 남으셨을 것 같습니다.
사실 도심에서 꽃이나 식물을 기르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남자들은 더하지요.

아침저녁으로 날씨변덕이 심하네요.
어르신 건강을 빌어봅니다.
노오란 소국 참 이쁩니다
향기가 참 좋을것 같습니다
국화전시회를 좋아해서 찾아가보면 가끔씩 코를 씰룩하면서
냄새를 맡아 보지만
화려함 뒤에 냄새는 없어서 항상 실망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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