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바로 옆집엔 친구 창순이가 살고 있었다.
녀석과 난 매일 붙어 다녔는데 창순이네는 식구가 참 많았다.
해가 기울도록 놀다가 마지못해 소꼴을 베어 지게에 지고 집으로 가면 영락없이 혼이나곤 했는데 창순이 아버지는 꼭 빗자루로 창순이를 두들겨 팼다.
난 무서워서 얼른 집으로 쫒겨왔는데 조금 뒤면 창순이는 언제 그랬냐는듯 싱글벙글 웃으면서 나를 불러냈다.
"난 말이야. 저 소 좀 팔아 먹었으면 좋겠다. 꼴 베는거 정말 지겹다."
저녁을 먹기 바쁘게 우리는 산으로 내달렸다.
창순이 누나는 얼굴이 예뻤다.
우리에게 가끔씩 눈깔사탕을 사 주었는데 난 사탕을 받을때마다 얼굴이 괜히 붉어졌다.
가끔 창순이네 식구들이 저녁을 먹을때 함께 먹게 되면 커다란 감자를 내 밥그릇에 얹어주곤 했다.
하지만 식구가 너무 많아서 창순이네 집은 늘 시끄러웠고 지저분했다.
창순이는 감자를 자주 깎았다.
식구들이 많아 커다란 그릇에 수북하게 감자를 담아다 깎았는데 납작한 숟가락이 하도 감자를 많이 벗겨서 반쯤 닳아 있었다.
녀석은 능숙하게 감자를 벗겼다.
어느날은 가보면 밥은 없고 감자와 옥수수가 전부였다.
그래도 모두들 잘 도 먹었다.
어느날 창순이가 두툼한 종이 뭉치를 내게 보였다.
"너 이게 뭔지 아냐?"
?
"이거 말이야. 아주 재밌다."
"그게 뭔데?"
" 빙신.. 나두 잘 몰러"
녀석은 키득대며 나에게 편지를 읽어 주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지금도 어렴풋이 생각나는건 둘이서 어디로 떠나자.. 하는..
어디서 났냐고 물으니 누나 방에서 몰래 훔쳤다고했다.
창순이가 몇장을 주기에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당시엔 딱치치기를 많이 했는데 생각엔 알록달록한 종이로 딱지를 접을 요량 이었다.
며칠 뒤 난 딱지를 접다가 그 중 한장을 넷째 누나에게 주며 이게 뭐냐고 물었다.
종이를 받아든 누나는 잠시 읽더니 어디서 났냐고 다그쳤다.
그리고 꿀밤을 냅다 주었다.
그리고 나를 데리고 창순이 누나에게 갔다.
둘이서 뭔가 얘기를 하더니 조금뒤 창순이 누나는 창순이와 나를 불렀다 .
또 사탕을 주려나?
하지만 창순이 누나는 갑자기 마당에 있던 지게작대기를 들더니 창순이를 마구 패기 시작했다.
난 갑작스런 행동에 겁이나서 부리나케 집으로 도망을 쳤다.
"아이고~!"
창순이가 죽는다고 소리를 질렀다.
누나는 나의 귀를 잡아 당기더니 창순이네 집에 가지 말라고 일렀다.
왜그러지?
창순이는 엉엉 울면서 우리집으로 쫓겨왔다.
"왜 그런데? 많이 아퍼?"
"너.. 죽었어.그거 왜 줘."
창순이는 주먹을 치켜들고 씩씩대며 눈을 흘겼다.
친구 창순이는 지금 남도 멀리서 산다.
가끔 통화를 하는데 지금도 그 얘기를 한다.
"얌마..그게 우리누나 연애 편진지 누가 알았냐. 야..그때 왜 그렇게 쑥맥이었냐.참..
근데 말이야 너 연애는 지대로 했냐? 너.. 나보다 더 등신이었잖어"
그래 등신이라서 머리에 피도 안말라서 장가를 갔다 왜. ..
봄이 오고 훈풍 불면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난다는데.....
봄바람 불면 연분홍 연정으로 동네가 시끄럽고....그래도 바람나는 날이 좋았다.
추억이 깃든 편지사연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앵두하면 길어귀의 남의집 담장안에 탐스럽게 열려있던것을 먹고싶어했던
어린날의 기억이 먼저 떠오릅니다..
지금은 너무 흔해서 그렇게 귀히 여겨지지 않지만 말예요ㅎ
그렇지만 사진을 통해서 동심을 떠올려보고 미소짓습니다 ^^*
이야기 너무 재미있구요...
난 그런 추억이 왜없는지 이제야 알것 같습니다..
쑥맥이었으니까요 ㅋ~^^*

마치 곁에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생동감있고 사실적인 필치가 좋았습니다.
연애편지...모두의 가슴속에 한가지씩의 추억들은 있을테지요.
창순 누님의 연애편지..누님은 연애편지의 그남자랑 결혼했을까



창순과 열무김치님의 우정이 무진장 이쁘게 젖어 옵니다
어린날의 모습이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창순이라해서 여잔줄 알았는데 남자군요.
감자나 무를 깍던 숱가락이 반달처럼 생긴게 생각납니다.
소풀 베러 가는일이 공부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시절이었습니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 머금습니다.
늘 좋은 날 되십시오.
지금은 높은데로 이사했지만 5년 전에는 1층에 살았는데
여기 아파트는 1층은 앞뒤 마당이 있고 담이쳐져 있어요.
뒤마당에 앵두나무 한구르 심은것이 얼마난 많이 열리는지
앵두따는날은 수위아저씨와 동네 아이들이 다모여 즐거워하던 생각이 나네요.
앵두 다라이에 따놓으면 정말 예뻐요.
열무김치님 처가에 한번 가보고 싶네요.
좋으시겠어요.
- Captain Lee
- 2010.01.26 01:46 신고
- 수정/삭제 답글
앵두도 탐 스럽고
아무것도 모르고 저질러진일이
당한사람에게는
황당하지요
행복한 하루 시작 하세요
- ★ 미다스 kan7ry
- 2010.01.26 07:39 신고
- 수정/삭제 답글
앵두나무를 심으셨는 데,,,,
늘 내 차지였는 데,,
집간지가 10년이 넘어서,,
아직 잘 있나 모르겠네요..
늘 그리운 분이신데,,,
고향 친구 좋은게 이런거같아요.
아련히 희미하게 잊혀져가는 예전 이야기로
함께 오래 오래 행복할 수 있으니...
예전에는 거의 연애를 하면 결혼에 골인하잖아요
아니라면 일급비밀? ㅎㅎㅎ
앵두보다 이야기가 더 맛납니다 ㅎㅎㅎ
어렸을 쩍 풍경이 그대로 전하여 옵니다.
뭐랄까...
그냥 막 그동네로 내달리고 싶은...
연애편지 참 많이 쓰고...
많이 대필하였는데...
한참 읽다 갑니다.
입가에 미소가 ..
그 시절엔 종이면
다
딱지 접느라...ㅎㅎ
남자들은 그랫죠...
여잔 핀 먹기....ㅎㅎ
윤사장님이 가끔 문재를 보여주시는 통에 . . .
이젠 제가 카메라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우 앵두도 정말 아름답지만 글 속에 묻어나는 시골 정경도 배만 안고팠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
간 밤 세시가지 일하다가 들어왓는데 오늘 숙면이 되어쥴지 모르겠군요. 편안한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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