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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미세먼지군단의 습격

by *열무김치 2015. 11. 13.

 

 

숨 막힌 중국, 숨 막힐 한

 

어끄제 일간지 사회면에 실린 대문짝 만 한 기사 제목이다.

사진은 중국의 한 시민이 미세먼지의 융단폭격을 견디다 못 해 마스크가 아닌 방독면을 뒤집어 쓴 채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모습이다.

중국의 선양시는 이날 초미세먼지 농도가 세계보건기구가 정하는 하루 기준치 25 마이크로그램 (μg) 의 56배가 넘는 살인적인 농도의 미세먼지가 엄습하자 항공과 지상교통을 통제하고 휴교령까지 내렸다.

14억명에 달하는 거대한 인구집단의 중국이 내뿜는 각종 공해물질이 추상적인 수치를 벗어나  당장 호흡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는 상황이 된것이다.

석탄이나 석유 등의 겨울철 난방연료 사용으로 인한  미세먼지들과,  중국의 경제개발 박차에 따른 각종 산업시설에서 무차별로 뿜어져 나오는 가공할 공해물질들이 검은 사자의 얼굴로 변해 중국을 비롯한 엄한 이웃나라들까지 극한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산업발전에 따르는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는 지구 위기론을 주장하는 환경론자들이나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연주의자들의  주요 슬로건(slogan) 이었다.

극한 주장을 바라보는 선진국들의 시각은 우려 보다는 杞憂 (1)에 가까웠다.

지구는 스스로 자정역할을 잘 하고 있는데 환경론자들이 지나친 해석을 내놓아 멀쩡한 사람들을 겁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에 이르러 이말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대폭 줄어들었다.

중국발 미세먼지 폭탄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야 할 이론이 아닌 당장 숨을 쉬고 살아야 하는 발등에 불이 되었기 때문이다.

 

펄펄 날리는 눈을 받아 먹으며 즐거워 하던 어린시절이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과 눈밭을 뒹굴며 눈싸움을 하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70년대의 영화 "러브스토리"는  지금도 명화로 기억되고 있다.

90년대에 나왔던 일본영화 "러브레타" 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 도 하얀 눈을 배경으로 가슴시린 사연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무공해로 상징되던 白雪은 한세기를 지나지 못 해 함부로 먹거나 맞으면 안되는 요주의 대상으로 왕따를 당한다.

요즘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면 낭만적인 생각을 하기전에 우산부터 펼쳐든다.

눈이나 비가오는 거리를 우산도 없이 걷는일은 한때 청춘의 표상이기도 했으나 이제는 환경오염에 무지한 사람들이나 정신이 온전치 못 한 사람들의 행동 쯤으로 바라본다.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근래에 내린 수도권의 함박눈 산성도는 pH 4.2로 이는 우리들이 먹는 신김치 수준이어서 과거 내리던 깨끗한 눈에 비하면 신성도의 농도가 25배나 높았다.

이 쯤 되면 서정적으로 내리는 함박눈을 함부로 맞았다간 대머리가 된다는 이야기가 허풍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제 희뿌연 하늘은 거의 일상이 된 느낌이다.

안개가 낀 듯 몽환적으로 보이는 하늘은 사진을 찍으면 멋지게 나올지는 몰라도 희뿌연 대기속에는 이름만 들어도 오싹해지는 각종 공해물질들이 춤추고 있다.

황산화물, 질소 산화물, 카드뮴,납 등, 좋지않은 물질은 모두 총 동원되어 대기중에 떠있는 상태다.

오랜세월 1차산업으로 통칭되는 농업국가였던 중국이 급진적인 산업화 바람을 타고 석탄이나 석유 등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르는 환경공해 대비책은 거의 전무한 상태로 방치한 까닭이다.

중국 주요도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WHO 권고기준의  25㎍/㎥와 비교자체가 되지않는 1,000㎍/㎥ 가까이 치솟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정도가 되면 숨을 쉬는 자체가 힘들어지고 아무런 조치없이 이상태로  장시간 노출이 되면 사망에 이르는 수치다.

그야말로 잘 먹고 잘 살려다가 섶을지고 불로 뛰어드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일반적인 먼지는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대부분 걸러져 배출된다. 하지만 미세먼지(PM10)는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1/10정도인 10㎛로 코,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몸에 축척된다. 여기서 PM이란 Particulate Matter(입자상물질)의 약어이며 숫자 10은 앞에서 언급된 지름 10㎛를 나타낸다. 기관지에 쌓이면 가래가 생기고 기침이 잦아진다. 또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세균이 쉽게 침투,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진다.

 

이제 우리생활 전반에 중국을 제외한 삶을 상상하기 힘들게 되었다.

각종 생활용품에서 식품까지, 평소 우리가 인지하지 못 하는 부분까지 중국제품이 침투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수출 또한 중국의 시장이 아니면 당장 브레이크가 걸리는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앞과 뒤가 다른 야누스의 얼굴로 중국을 바라보아야 할 처지다.

 먹고사는 일이야 우리만 그런게 아니니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이놈의 미세먼지 융단폭격은 참으로 난감하게 되었다.

마시는 물이야 갈증이 일어도 좀 참으면 되고, 문화적인 이질감이나 정치적 입김도 시간이 가면서 이에 대응 할 나름의 방법을 세우겠지만, 당장 숨을 쉬지 않으면 단 1분간도 견딜 수 없는게 인간의 호흡이다보니 이는 다른 문제와 비교대상 자체가 아닌 생사의 문제다.

중국이 물리적인 침략을 하지 않아도 대책없이 이대로 가다간 누구할 것 없이 공멸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 말이 들린다.

 

밥 원없이 먹지 못하고  궁핍하게 살았던 옛날이 꼭 불행한 삶은 아니었다.

초근목피로 살았다고 치더라도 숨쉬고 사는일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첨단 디지털 제품을 손에 들고 풍요로운 식생활과 품위있는 문화생활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요구하는 환경의 반대급부는 혹독하다 못 해 섬뜩하다.

오랜세월 끈질기게도 우리를 괴롭히던 이웃나라 중국은 이제 자기들 잘 살겠다고 우리에게 희뿌연 재를 뿌려댄다.

하루의 일기예보를 통해 그날의 일정을 가늠해야하는 우리로서는 동풍이나 불어주기를 바라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당장으로서는 황사나 미세먼지를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는 마스크를 쓰고, 손 발을 자주 씻는 등의 임시조치 뿐이지만, 언제까지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도  미세먼지발생에 자유로운 입장이 아니어서 중국만을 탓 할 수도 없다.

세계 보건기구나  세계자연보호기금(WWF)등의 환경단체에서는 중국의 사막화 방지를 위해 숲 가꾸기를 제안하고 미세먼지 발생을 최소화 하는 대책을 강권하고 있지만 한창 산업화 과정을 겪고있는 중국에게는  여전히 쇠귀에 경 읽기다.

근래 이르러 저들의 사정이 급박해지자 환경공해에 대해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우리들의 급한 사정과는 달리 여전히 무대책이 대책인 게 중국의 현재 모습이다.

진단 하건대 WHO 는 앞으로 50년동안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질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니 더 다급해 진 건 중국이 아니라 우리다.

어떻게든 인구대국의 중국에게 소비재를 팔아야 하는 수출국들에게는 한국의 미세먼지 하소연 따위는 어느집 개가 짖느냐식의 무관심일게 뻔하다.

당사자가 된데다 자연의 변화를 통해 당장은  미세먼지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만큼  이에관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게 생겼다.

이 문제는 정치적인 논리로 풀어 당장의 효과를 낼 수도 없는 일이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경제적인 이윤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우리가 숨 쉬고 살아야 할 자연에게 못된짓을 너무 많이 했다.

물질문명의 급진적 발달로 아무리 편한 생활을 한다고 해도 방독면이나 쓰고 살아야 한다면 그것은 사는게 아니라 이미 지옥이다.

 

좌우간 일본이나 중국 등 이웃나라가 원망스럽고 차라리 주변에 없었더라면 하는 생각까지 든다.

이웃국가를 잘 두는 지리적 입지도 복이라면 복인데, 그게 인위적으로 되는일이 아니니, 성가신 이웃을 둔 덕분에 늘 경계의식을 갖고 살았고, 그바람에 이만큼이라도 살게 되었다고 좋은 쪽으로 자위해 본다.

낙관론자들은 말한다.

그런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라고.

예전에도 다들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또 그렇게 살 것인데 지구가 망하겠느냐.

맞는 말이다.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래야 오고오는 후손들에게 덜 미안하지 않겠나.

  

 

 

*대관령

티없이 맑고 푸른 하늘은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당장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는 우리들에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생명 그 자체다.

바라건대 푸른하늘을 오래도록 보았으면 좋겠다.

 

(1) 앞일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 옛날 중국 기(杞)나라에 살던 사람들이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

 

 

 

 

 

겨울이 다가오면 이듬해 여름이 올 때까지 마음이 무거운 상태로 지냅니다.
감기도 무섭고 너무 추우면 혈압에 변화가 생기기도 하지만, 걸핏하면 미세먼지, 황사가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본문의 저 박스 안에도 과학적인 분석이 들어 있지만 미세먼지는 당장 피를 타고 흐르기 때문입니다. 어젯밤에 텔레비전을 봤더니 핏속에 들어간 것은, 몇 초 안에 전신에 퍼진다고 했습니다.
핏줄이 막혀서 지병을 얻었으니 그런 말을 들으면 신경이 곤두섭니다.
이런 곳에서 허약한 내가 살아가는구나 싶은 것도 못마땅하지만, 이미 살 만큼은 살았다면 할 말이 없고, 점점 더 고약해지는 환경에서 저의 자손들이 살아갈 것을 생각하는 것도 전혀 유쾌하지 않습니다.

극한 주장을 기우라고 하는 선진국들의 시각은, "더 더 더 개발!"하고 싶어하는, 순전히 돈에 매료된 그 시각 때문일 것입니다. 다 쓰러지는 꼴을 봐야 정신을 차릴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그들이 생활하는 곳의 환경은 너무나 좋아서 쓰러져도 맨 나중에 쓰러지겠지요. 아무것도 없어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일자리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 픽픽 쓰러져도 그들은 상관이 없겠지요.

대관령이, 저 푸른 하늘이 더 더욱 돋보입니다.
제목이 참 슬퍼요
죽지 못해서 산다
11월15일쯤 고등학교때 추워서 벌벌 떨면서
추워서 떤것은 교복만 입었던 잠바가 어디 있었나요
까만 카라교복
대관령하늘과는정말큰차이가나긴하네요..
제목만보고깜짝놀랐네요~
제목이 너무 비참합니다.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가을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푸른 하늘을 자주 볼 수 없었는데
이런 현상이 해마다 지속된다면 한국의 아름다운 가을은 옛말이 되겠군요ㅜㅜ
대관령에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데, 저 푸른 초장을 보니 정말 가 보고 싶어지네요!^^*
열무김치 님,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우리나라가 한일청구권을 보상액을 받아서 공업화에 박차를 가할 즈음에 일본에서 기술 지원을 받는 공장들이 생겨났었지요.
그 때 일본에서 공해기업이라 하던 것들도 우리나라도 초창기라서 들어 왔었습니다.
재작년 중국 정주쪽으로 관광을 갔었는데, 사람으로 치면 절세미인일 산들이 미세먼지로 산 꼭대기는 볼 수 없었습니다.
시내도 미세먼지로 희뿌였었고, 갘이 가신 일행 중에 이 공기 탁한 중국으로 왜 놀러 오는지를 모르겠다 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황사에 미세먼지에 우리나라가 당하는 피해가 큽니다. 손해도 있겠지만,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이라 걱정입니다.
중국발 미세먼지 여기 남쪽까지 어떤 날은 자욱합니다.
큰 일이지요 그렇지만 별 다른 대책이 없으니 걱정일 뿐입니다.
어느 날은 고구마 캐다가 미세먼지가 많아 방진마스크를 가져 올 걸 하고 생각이 난 적도 있었죠.
못먹고 가난할 때는 병원에 못 가고 약도 못 먹어서 일찍 죽고
풍요로운 지금은 각종 공해 때문에 장수하되 각종 성인병과 함께 가야 합니다.
아직 애기들이라서
등교시킬때나 두돐백이 놀이터에 나간다 하면
할배가 질색 팔색을 합니다

살아가는 세상에 이웃이 좋아야 하는데
우리는 이웃 복이 없는거 같습니다 ...^^
못먹고 못입던 시절 생각하면 . . .
자가용, 핸드폰이 기본인 세상인데 참 살기는 힘들군요.
뭐가 잘못된 건지 참 . . .
편리하게 산만큼 소중한 것을 많이 잃습니다.
디지털의 발빠름속에 느림의 미학이 그립습니다.
숨막히고 복잡하고 정신없고~

그래서 현대인들은
잠시나마 자연속으로 쉼을 찾아 떠나야 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가을이면 유난히도 청명했던 하늘이
요즘엔 희뿌연 하늘을 자주 보게 되는군요
미세먼지 영향이지요....
눈쌓인 대관령과 청명한 하늘에서 느껴지는
청량한 맑은 공기 내음이 매우 매우 좋습니다
하늘은 파란데 땅엔 눈입니다
방독면을 쓰고 저리 다닌다면 얼마나 심각하겠습니까
온실가스가 비율로 보니 중국이 24%로라니
이웃을 잘 못 만나기는 만났어요
또한 잘 만난 건지도 모르지요
수출을 많이 하고 있으니요
주변국과 역사를 생각하게 되니 도움은 안 돼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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