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의 여자
시/남오현
만개한 꽃불들
벌나비 뒤엉켜
꽃잎과 꽃향을 녹여
씨방을 만들 양
초경이 후 간직한
붉은 여자 이름 끝자락엔
불안불안 사금파리 엮는
시간의 얼레
빈 집 씨방이 말라가고
야위어 가는
자궁속의 슬픈 시간들
속절 없는 어느 봄날
갱년의 단칼에
물컹, 무채색의 여자 되버리겠지.
가끔 날아드는
너같은 눈 먼 벌나비에
어쩜, 내 안의 실타래
문지방을 넘어
너른 들판녘
한 땀 한 땀 햇살 기워 행복할지도
그래,
백일홍의 사랑으로
붉게 튕겨오른다한들
손마디 한 절에
열상을 입을까 뭐,
이제 너
나 그리워지거든
맘껏 사랑해도 좋아.
너로 인해
붉은 꽃물
만개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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