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꽃의 인사법
*열무김치
2024. 5. 10. 22:16
꽃의 인사법
화려한 날의 끝
언덕을 넘으면
다른 언덕이 기다리듯
그곳에 앉아있는
따스하게 손 잡을 원소(元素) 의 약속
슬프지 않아
수척한 얼굴
당당하게
우아하게
립스틱 짙게 바르고
봄,그리고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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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고 지면 그때 뿐
아직은 아니라고 등 돌리다
몽당연필이 되어버린
그해 봄
더 깎아낼 심지도 없는
연필자루 끝에
깨금발로 서있는 나는
짧은 봄거리에 나 앉다
나박나박 꽃잎은 지고
성성한 남풍은 눈을 가리는데
저것 봐
점점이 매달린 애절한 눈빛
그해 봄 날은 금싸라기였다
거리에 나 앉는 내게 채워준
99프로 반지 목걸이 팔찌
그리고 색바랜 꽃닢
가슴에 부는 한 움큼의 습기
시나브로 마르도록
사랑해야지
안갯속으로 가는 내 봄 날을
할미꽃
왜 그래 머리 뽄새가
같은 밴데 놀래라
겁 먹지 말고
갈참나무 그놈에게 물어봐
그때에 홍조 띤 얼굴 분가루 날리면
말라 비틀어진 갈잎들이 비명을 질렀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면
반 쯤 벌린 입술 사이로 스치는 바람
꼬야 얼굴 버드락지 허리에
오메 환장하겠네
달금한 정오의 볕이
얼굴을 비빌 때 마다
남이야 꼴딱
날밤을 세웠지
살 떨리는 입술이 집어삼킨
이른 봄의 반란
열흘 몸살이 써내려 간 골짜기 전설이
핏대로 서면
검붉게 내지른 외로운 비명
한 올 한 올
참빗으로 빗다가
하얀 백발로 내리는 허무한 봄
연달래
목젖까지 차올라 헐떡이다
간신히
어느 고원에 다다른 봄
무채색 얼굴
발갛게 파랗게 칠하다가
너무 힘들어
떨리는 손 가는 동공
바람에게 부탁해
간신히 그린 얼굴
있는 듯 없는 듯
수줍게 웃다가
바람으로 지는 연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