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풀꽃반지
*열무김치
2023. 4. 19. 10:14
풀꽃 반지
사랑해 자기야
하늘만큼 땅만큼
살며시 눈 감은 그녀에게
뜨거운 입김을 뱉던 날
5월 들판이 빙그르르 맴을 돌았다
네 잎 클로바
두툼한 꽃밥을 말아
입술 깨물며 만든 풀꽃 반지
그녀는 믿었다 철석같이
시작은 미약했지만
후일 창대하리라
풀밭에 누워 눈 감으면
미풍에 반짝이는 귀밑머리
꽃향기 그녀 향기
태양은 머리 위에 빛나고
잡은 손 가슴에 대면
별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산 세월이 얼만 데
주름진 손가락에 기껏 5부 다이아
풀꽃 반지 불러내 덧칠을 해도
사흘을 견디지 못하고 줄행랑을 쳤다
빛 좋은 봄날에 달려온
하얀 손가락 풀꽃 반지
욕심 없이 웃어주던 그녀의 얼굴 위로
두꺼운 세월에 가위눌린 기억들이
그믐달처럼 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