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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야기14..선
*열무김치
2020. 10. 13. 22:33
가을이구나....
보따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잡다한 화장품을 싸서 머리에 이고 이 동네 저 동네를 다니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마을에서는 동동 구루무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군입대 문제로 집에 올라와 있던 나를 본 그 아주머니가 이웃마을에 아주 괜찮은 아가씨가 있으니 선을 한 번 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사귀는 아가씨가 있다고 하자 그래도 한 번 만나보라고 했다.
결혼 전이니 다른 사람을 만나볼 수도 있지 뭘 그러느냐며 막상 만나보면 마음이 달라질 거라면서.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거니 하고 웃어넘겼는데 어머니께 또 권면을 한 모양이었다.
화장품 아주머니가 어떻게 설득을 했는지 내 사정을 알리 없었던 어머니는 나에게 그 아가씨를 한 번 만나보라고 강권했다.
"저, 사귀는 아가씨 있어요. 그런데 또 누구를 만나요. 싫어요."
"전라도에서 만났어? 가서 일은 안 하구 여자 꽁무니만 쫓아 댕긴 거냐?"
"그런 거 아니에요."
며칠 뒤 어머니가 나를 불러 앉혔다.
"야야, 얘기를 들어 보이 구루무 아주머니가 말한 그 샥시가 참하다고 소문이 났다더라. 한 번 만나보그라."
"엄마, 나 색시 있다니까요. 그 아줌마 정말 이상하네."
"네가 벌어놓은 돈도 엄꼬 군대도 가야 하는데 무슨 샥시가 있다고 그라나."
어머니는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화장품 아주머니가 뭔 말을 어떻게 했기에.
아버지가 시작한 차돌 광산에서 일을 돕고 있는데 집에 오라고 전갈이 왔다.
삼십 리 길을 걸어서 올라오자 어머니는 내일 선자리 약속을 했으니 여러 소리 말고 가보라고 했다.
"제 말은 믿지 않고 왜 그 아줌마 말만 들어요? 그 아줌마 왜 그런데요?"
"군대 가기 전에 일 맹그러 놓고 가는 게 좋을 성싶어서 그러마 했다."
"무슨 일요?'
"잔소리 말고 내일 꼭 가 보그라."
짜증이 난 나는 저녁도 먹지 않고 사랑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걸어 잠그었다.
다음 날 아침, 밤새 뒤척인 탓인지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해가 둥그렇게 떠서야 일어났다.
늦은 아침을 먹는데 어머니가 또 독촉을 했다.
대답하기 싫어서 내가 입을 닫자 어머니는 옷을 내주며 사귀는 색시가 있어도 연은 따로 있으니 헛일 삼아 만나보라고 했다.
아니, 우리 엄마가 딴 사람도 아닌 아들한테 왜 이러시나. 별 일이구나.
미척거리다 할 수 없이 읍내 다방으로 나갔다.
다방에 나와 나를 기다리던 아주머니는 잘해 보라며 눈을 찡긋하고 나갔다.
"에이, 저 아주머니 참.."
다방 안은 불그스레한 불빛이 켜져 있어서 가까이 다가서지 않으면 사람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한쪽 구석에 앉아 쌍화차를 시켰다.
사업상 아버지가 자주 다니신다는 다방에서 얻어먹은 경험으로.
어차피 떠밀려 나왔으니 결과는 뻔할 것이고 눈도장이나 찍고 얼른 일어나리라.
손목에 찬 오리엔트 시계를 흘끔거리며 다방 입구를 여러 차례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혹시 모르지.
그 쪽 여자도 나와 비슷한 처지인데 그 쪽 엄마가 막 우겨서 나오는 척 하다가 도망을 갔는지도.
그러고 보면 말 잘 듣는 내가 이상한 놈이지.
제시간에 나타나지도 않는걸로 보아 보나 마나 쌤쌤일 거니 속으로 잘 됐다 싶어 얼른 일어났다.
반도 안 마신 쌍화차가 아까워 단숨에 후루룩 마시고 입구로 나오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OO이 아니니?"
돌아보니 중학교 동창생 연희였다.
"어? 네가 여기 웬일이야?"
"그러는 너는 ?"
"그럴 일이 있었다."
그냥 나오기 그래서 옆자리에 앉았다.
"너, 전라도 어디로 갔다고 들었는데 언제 온 거야?"
"군대도 가야 하고 해서 얼마 전에 올라왔는데 집에 있으니 시달려 죽겠다.
그래, 넌 여기서 뭐하냐? 여자 동 창애들 다 서울로 갔다는데."
"집에 농사일이 많아서 어떻게 하다 보니 난 못 갔어. 간다고 해도 자신도 없고."
"너같이 호리호리한 여자애가 무슨 농사일을 한다고 그래."
"이래도 나 깡다구가 세다. 그건 그렇고, 넌 벌건 대낮에 다방에 왜 왔어? 누구 만났어?"
"우리 엄마가 날 보고 아주 괜찮은 처녀가 있으니 만나보라고 해서 떠밀려 나왔는데 바람 맞았다."
갑자기 연희가 내 머리를 쥐어박더니 푸하하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야 야.. 그 여자가 바로 나야 이 등신아.
어쩐지 아까 들어오는 꺼벙한 뽐새가 그런 거 같더라. 지금까지 뭐했냐, 애인도 하나 못 만들고. 이거 이거, 학교 다닐 때도 순진해 터졌더니 하나도 안 변했네."
다방을 나와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었다.
연희는 자장면이 묻은 입을 아무렇지도 않게 닦으며 타이르듯 말했다.
"가서 만나 봤는데 얼굴이 도둑놈 같이 생겨서 얼른 도망 왔다고 그래.
그리고.. 너랑 나랑 사귄다고 쳐도 이렇게 맹숭해서 어디 되겠냐? 도통 전기가 안 오는데.
소 닭 쳐다보기잖아. 뭐 좀 찌릿해야 되는 거 아녀?"
"아가씨 말 뽄새하고는... 난, 너 보고 가슴이 쿵쾅쿵쾅 막 뛰는데?"
연희는 주먹을 치켜들며 눈을 부라렸다.
"까불지 말고 군대나 잘 갔다 와. 가서 애 마냥 질질 짜지 말고."
오대산
오대산 천년숲길
참 아름답습니다.
이야기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습니다.
저렇게 앉아서 건너편을 바라보시는 모습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지만 주인공이 연희와 맺어졌으려나, 해프닝으로 끝났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모처럼 쓰신 작품을 반갑게 읽었습니다.
이야기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습니다.
저렇게 앉아서 건너편을 바라보시는 모습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지만 주인공이 연희와 맺어졌으려나, 해프닝으로 끝났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모처럼 쓰신 작품을 반갑게 읽었습니다.
열무김치님은 언제나 애기 보따리가
가을 풍년처럼 넘치십니다.
아름다운 단풍의 계절에
얘기보따리가 없으시며뉴
열무김치님 아니십니다.^^
가을 풍년처럼 넘치십니다.
아름다운 단풍의 계절에
얘기보따리가 없으시며뉴
열무김치님 아니십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겐 느려터진 오랜전의 대중가요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우리 세대에게는 실감나는 동화같은 이야기입니다. ㅎㅎ
지난주 강원도 산에 단풍이 멀더니 사진으로 보는 설악산부터 서서히 가을이 오나 봅니다.
가을 색이 짙어지면 행복한 시간을 찾아 물맑은 곳을 찾아 보렵니다.
지난주 강원도 산에 단풍이 멀더니 사진으로 보는 설악산부터 서서히 가을이 오나 봅니다.
가을 색이 짙어지면 행복한 시간을 찾아 물맑은 곳을 찾아 보렵니다.
그래서요?
그 연희씨가 지금 곁을 지켜 주시는 사모님이셔요?
아님 아직도 동창여자친구로 ??
저는 왜 또 남의 선본 후가 궁금테요??
ㅋㅋ 아무래도 잠 못들고 꼬박 스마트 폰 속에서
밤 샘 한 후유증인가 봅니다 ..ㅠ
그래도 궁금네요.
연희씨 지금 어데서 누구랑 깨뽁으며 잘 살고 계시는지가 ㅎㅎㅎㅎ
그 연희씨가 지금 곁을 지켜 주시는 사모님이셔요?
아님 아직도 동창여자친구로 ??
저는 왜 또 남의 선본 후가 궁금테요??
ㅋㅋ 아무래도 잠 못들고 꼬박 스마트 폰 속에서
밤 샘 한 후유증인가 봅니다 ..ㅠ
그래도 궁금네요.
연희씨 지금 어데서 누구랑 깨뽁으며 잘 살고 계시는지가 ㅎㅎㅎㅎ
탄성이 절로 나는 풍경들을 보며
글을 읽으며
끊었던 다방커피 생각이 문득납니다
언제 글을 읽어도
열무김치님의 연애사는 참 재미집니다
입대전 약혼한 분이
어쩜 그리 핑크핑크한 사연도 많은지 ᆢ
저는 선이란걸 한번두 못봐서
자꾸만 웃음이납니다 ᆢ
행복한 하루보내세요
글을 읽으며
끊었던 다방커피 생각이 문득납니다
언제 글을 읽어도
열무김치님의 연애사는 참 재미집니다
입대전 약혼한 분이
어쩜 그리 핑크핑크한 사연도 많은지 ᆢ
저는 선이란걸 한번두 못봐서
자꾸만 웃음이납니다 ᆢ
행복한 하루보내세요
오래 오래전 ....그때 그시절 이야기.
호기심에 추리를 하면서 읽어 내립니다 ㅎㅎㅎ
당시에 오리엔트 시계도 차시고....그 당시엔 오리엔트, 시티즌 시계 차면 괜찮은 폼이 었지요 ^^
다방의 추억, 동동구루무 아줌마는 동네동네 돌고 돌아 입심도 좋으시고 ㅎㅎㅎ
연이 이루어 졌더면 어머님은 코티분곽을 사지 않을수 없으셨을듯....
개울에 젊었을적 사모님모습이군요.
오대산 천년숲에 단풍이 화사하고 곱네요.
불게 물들여진 계곡물에서 계절의 지남을 봅니다.
계절은 지나면 다시 오건만 우리네 인생은 주구장창 한계절씩밖에 없으니
가을 깊어감이 조금은 헛헛함도 숨길수 없네요.
철장사 하시는분들.... 여름 한철장사도 망치다 시피 했는데....
이 가을에는 좀 펴나야 하는데....낌새로 봐서는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