晩秋****
감을 따서 썰어 널다.
많지도 않은 곶감을 만들기 위해 처음엔 감을 일일이 꽂아서 걸다가 걸어 둘 장소도 그렇고 하여 나머지는 썰어 널다.
노란 빛깔이 햇볕을 보더니 제세상을 만났다.
하지만 매달아 말린 것과 썰어서 말린 것은 질적인 차이가 크다.
곶감 말리는거 거든다고 옥상을 오르내리며 도둑고양이 처럼 야금야금 빼 먹다보면 자리가 난다.
평소 잘 먹지도 않는 감이 어린날 곶감을 훔쳐먹던 생각을 하면 슬그머니 손이 간다.
싸리꼬챙이에 10개 씩 꿰어서 걸어두면 분이 뽀얗게 피었다.
그 것 하나 씩 살금살금 빼먹는 맛이란.
오죽하면 싸리나무 꽂감 빼먹 듯 한다고 했을까.
천장에 매 단 꿀단지를 동생 엎드리게 하고 등에 올라서서 기어이 내려먹던 기억과 닮아있다.
그거 내려먹고 동생과 함께 빗자루 몽둥이로 먼지가 나도록 두들겨 맞았다.
그렇게 혼쭐이 났음에도 꿀맛의 중독성은 여간해서 이길 수 없었다.
동생은 자기를 엎드리게 하고 등에 올라서서 꿀단지 내리느라 버둥대는 바람에 허리를 다쳐서 지금도 고생한다고 그게 다 내 책임이라고 우긴다.
"아니, 곶감이 왜 이리 많이 없어 진거여?"
"그 걸 왜 나에게 묻는거요? 까치나 참새가 와서 파먹었겠지."
"참새가 닭 만큼이나 큰가보지? 핑계를 대려면 좀 그럴 듯 하게 대던가."
감 말리는거 훔쳐먹는 재미로 가을이 간다.
도리깨질로 콩타작을 하다.
가뭄으로 수확량이 시원치 않다.
염불엔 관심이 없고 젯밥에만 눈이 간다고 콩을 보니 허연 김이 모락이는 두부가 어른거린다.
큰일은 큰일이다.
김장 후 무 시레기를 내걸다.
무 시레기는 훌륭한 식자재인데 막상 잘 먹게되진 않는다.
잘 말려 두었다가 겨울에 푹 삶아서 질긴 겉 껍질 벗겨내고 들기름 넣고 볶아 먹어도 좋고, 생고등어 조림에 넣거나 추어탕에도 그만이다.
나이들어 가면서 먹는 타령 자주하면 왕따 1순위란다.
주면 주는대로 먹고 사는 게 만수무강의 척도라니 새겨 들어야겠다.
저와 큰 동생이 엄마가 장롱위에 얹어놓은 꿀단지를 몰래 내리다가
꿀단지 다 깨고 저는 그 와중에 떨어지면서 화장대 손잡이에 종아리가 걸리면서
종아리에 커다란 상채기가 생겼지요
그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답니다. 시래기는 자체로만 볶아도 맛나고 말씀마따나 고등어조림에 밑에 깔고 지지면
고등어보다 시래기를 더 먹게 되는 그런 나이가 됐네요
저도 무우청 깔고 고등어조림을 해놓으면 생선보다는 무우청을 더 잘 먹습니다
고구마 줄거리도 깔고 하면 맛있어요
ㅎㅎ 고구마줄거리는 광주 사는 오빠가 왕창 좋아하구요
그때는 다르고 말고 할 형편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상처를 보면 두고두고 옛날 일들이 떠오르시겠어요.
그 광경을 상상 하면서 실실거리며 웃습니다.
시레기 예찬이 나오니 올해는 자주 해 먹어야겠습니다.
추억의 꽃잎이고 그렇네요
우리집은 꿀단지도 없었고 감나무도 단감나무여서 곶감도 안말리고 그냥 생 단감으로 ...
다만 장날이면 엄마는 곶감을 사오셨는데 그게 싸릿대였군요
10개씩 꿰어져 하얀분이 손에 묻어 그 조차도 털어먹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레기 무우청 말린것은 최고의 반찬이지요
그냥 생으로 무우청깈치를 담궈도 적당히 익으면 정말 배추김치보다 질겨서인지 더 구수한 맛이 있었고요
말린 무우청은 윗분 awl 님 말씀처럼 고등어조림에 깔고 지지면 저도 고등어보다는 무우청을 더 잘 먹었다는거요
언제나 맛깔스런 글 솜씨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해주시는 열무김치님의 블로그가 우수블로그입니다
뒤란 장단지 안에 넣어둔 홍시도 있고...
저는 골방에 놓아둔 조청 단지를 혼자서 다 비웠는데 나중에 엄마에게 들으니 그렇게 하라고 두었다고 했습니다.
그 엄마가 저승으로 간지 이미 43년입니다.
감 썰어 늘어놓은 것들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다가 '예술이구나' 했습니다.
저걸 곶감보다 더 즐기는 사람도 봤습니다.
한달에 두어번 오고 있지요.
열무김치님댁에는 가을이 아주 풍성합니다.
꽂감에 무씨래기에, 대추, 콩...
정말 가을 다운 가을을 맞으셨군요.^^*
한달에 두어번이면 자주 가시네요.
자녀들과도 자주 왕래해야 생각의 틀이 좁혀지고 미운정도 들어서 서로 서먹해 지지 않습니다.
주변을 보면 1년에 얼굴 한 번 보는것도 힘이 든 사람들이 많습니다.
농촌에서 살았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해마다 이렇게 요란을 떱니다.
이번 주말에 비가 내린다니 가뭄에 목타는 이쪽지방 사람들은 학수고대 하고 있습니다.
감말랭이 한움큼 가지고가서
좋아하는 친구하고
이야기도하고 웃기도하고
같이 먹으면...요^^
쫄깃쫄깃한 햇살이 느껴집니다
감사 합니다.
저도 내일 야외행사가 있는데
하루종일 비가 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가 듬뿍와서 행사는 망쳐도 그럼 좋겠습니다
다 말려 놓으면 얼마 되지도 않고, 먹을 때는 조각이라 더 먹게 되던데요.
도리깨질 한 노란 콩이 참 이쁜 색갈입니다.
도처의 가을 빛깔은 참 곱습니다.
그러나 웬만한 양이어도 먹을때는 금방 없어 집니다.
먹는거에는 장사가 없습니다.ㅎㅎㅎ
콩농사가 많지 않아 메주콩 정도 되는데 올해는 긴 가뭄으로 수확이 반으로 쪼그라 들었습니다.
모두 가을빛입니다.
예전 배 고프던 시절에는 입 하나 느는 것이 무서운 일이라 하기도 했습니다.
저가 중학생 때 군 체육대회에 우리학교 제육선생님이 이화여대 출신이셨는데, 시골 사립중학교에 왜 오셨는지
오셨었지요. 그 때 우리 학교 우리학년이 곤봉체조를 했었습니다.( 그 후 그 선생님께서는 영화배우가 되셨더라구요)
처음 곤봉이 제대로 손가락 안에서 돌지 않아서 그 선생님께서 애를 쓰셨는데 그 고비를 넘기고 우리들은 곤봉을 아주 잘 돌렸지요.
국민학교 고학년 때 마당에 콩 타작을 하면서 어른들이 하시다 둔 도리깨를 몇번 연습을 하다 되었을 때 얼마나 즐거웠던지요.
지금 비가 오고 있습니다.
도리깨질과 곤봉을 지금하면 할 수 있을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두부라 하셨나요? 저는 저 노란색을 유지한 콩고물(시루떡에 뿌리는 콩고물은 쪄서 한다고 하던데)을 얹은 햅살로 한
노란콩고물의 시루떡을 먹고 싶어 집니다.
만추의 비가 저를 엉뚱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하
너무 예뻐서 한참을 올렸다 내렸다 들여다 보았습니다.
어제 저도 대봉2박스를 착한 가격에 샀는데, 곶감은 못하고(깎고 널고 관리하고...손이 많이 가서요.) ㅎㅎ
베란다에 일렬로 세워놓았습니다. 익으면 하나씩 먹으려구요.
구박할 줄 아는 마누라였다면
이혼장에 도장 열댓번은 찍었으리라 ...
이제 홍삼 막 끝내고
우엉 말리는 중이라서 감말랭이거리를 구입조차 못했으니 ....^^
꽃보다 더 예쁘게 널어놓으셨네요
집어 먹기도 아깝게스리 ...^^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가끔씩은
들판의 흙 내음이 좋아지고
푸른 산의 향기도 좋아지는
자연의 모습을 닮은 고향이 그리워지는
향수에 젖기도 합니다
조용히 흐르는 저 강물처럼
바라만 보아도 편하게 느껴지는
그저 마음으로 미소지어 주는 사람이 있어
삶은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에도
수수한 삶의 모습 그대로가 좋고
평온한 마음으로 삶을 엮어가는
보통의 사람들이 좋습니다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사람은
묵묵히 바라만 보아도
작은 미소로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이 있어
우리를 또 아름답게 해 줍니다
때로는 마음의 휴식도 없이
바쁜 생의 여정이 이어질 때라도
평화로운 마음으로 삶을 받아들일 줄도 알고
사랑 가득히 담을 줄도 아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바쁘게만 살아가는 삶이지만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희망과 기쁨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곶감 감말랭이 모두 맛나고 좋지요.
감은 된서리 맞은 다음에 따서 항아리에 담아놓고
겨울내내 먹으면 참 맛이 좋지요.
감껍질이나 감말랭이는 시루떡을 해서 드셔도 맛나지요.
편안하고 좋은날 되세요.
정겹기도 어여쁘기도 탐스럽기도 합니다.
그새 김장을 하신거예요?
바쁘다는 핑개로 절임배추를 신청해두었습니다.
새로 시작한 일이 익숙해질때까지
잠시 블러그를 닫았습니다.
멋진 가을 행복하시고 다시 뵐게요^^
- ★ 미다스 kan7ry
- 2015.11.19 17:06 신고
- 수정/삭제 답글
우리동네는 곶감하는데가 없었는데요
감나무도 없고 농촌이라 논과 밭만 있어는데
과일은 흔한 나무가 없었네요
곶감은 맛도 좋거니와 영양가도 풍부하고 비싸다보니 자주는 못 사먹지요
되게 키큰 형은 올라가 끄내고 동생은 업드리고 어디가나 비슷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