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여행

9월... 가을 간이역

*열무김치 2015. 9. 9. 22:43

 

 

*양평 지평면 구둔(九屯) 역

 

블친 푸른 하늘님의 발자취를 따라  당일치기 양평 여행을 다녀오다.

 

봄이나 가을

삭풍이 지고 부드러운 바람에 꽃피고 새 울면 나이에 상관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계절이다.

푸르던 나뭇잎 붉게 물들면 그 이유 하나 만으로 삶의 이유들이 반기를 든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지만 시 시 때때로 일탈을 꿈꾸는 복잡한 존재여서 규율([規律)의 방정식에 갇혀 살아가면서도 생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자아실현을 위해

끊임없이 찾아 헤맨다.

수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벗어나 이방으로 떠나는 까닭은 심증은 가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어려운 난해한 숙제다.

정해진 생활을 반복하는 붙박이 장소를 떠나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욕구는 우리가 생을 마치는 그날까지 잠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등을 애무하는 햇볕과 감미로운 바람, 코끝을 유혹하는 꽃 향기를 따라 찾아간 그곳.

계절 따라 수많은 희로애락이 만나고 떠나갔을 양평 지평면에 있는 구둔역이다.

우리들에게 기차와 가차역은 교통수단에 앞서 고향과 부모님 같은 존재다.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일은 나이와 상관없이 가슴 설레는 일이다.

소풍 가기 전날 밤, 맛난 음식 싸 놓고 내일 날씨가 좋기 만을 바라던 어린 날의 그 기분이다.

주머니 속 차표를 만지작거리며 저 멀리 오고 있을 기차를 기다리던 플랫폼

우리가 살아가며 가슴 설레던 날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에 위치한 구둔역은 폐역이다.

원주의 만종역처럼 기차가 지나가는 간이역도 있지만 구둔역은 아예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

구둔역 바로 위쪽으로 일신역이 생기면서 열차도 역무원도 없는 추억의 역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그 쓸쓸함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이곳을 찾아온다.

구둔역은 영화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수지와 이제훈은 구둔역을 배경으로 사랑을 싹 틔운다.

 

너무도 고요하여 역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였다.

시간이 멈추어 버린 폐역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할까.

자신이 걸어온 길, 그리고 내가 어디쯤 서 있을까를 생각할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을 속도전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쉼이라는 작은 공간을 내어주는 곳.

기차가 다니지 않는 구둔역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기차 대신 마음을 싣고 안식으로 떠나는 정거장이었다.

 

 

 

 

 

                                           *영화 "건축학 개론"의 한 장면 

 

 

 

덩그러니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쓸쓸해 보인다.

구둔역은 폐역이 되면서 관리가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아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올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주변경관, 편의시설, 사용하던 사무실 등이 방치되어 있었다.

역으로 들어가는 길목도 매우 좁아서  차량 두 대가 겨우 비킬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인위적인 일들은 생각에 따라 모양을 바꾼다.

폐역의 그림자는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고  멈추어 버린 어느 날을 간직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역 안의 시계도 그날에 멈추어 있고, 녹슨 철로도 마지막 열차가 떠나간 그 시간을 간직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오는 것 같다.

정지해 버린 옛 시간을 만나는 마음이라면 다른 불편함은 큰 상관이 없으리라.

 

 

 

 

 

 

구둔역 사이로 난 비포장 신작로

기차를 타기 위해 이길로 사람들이 오갔을 것이다.을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월을 용케도 비켜난  좁다란 흙길을 보고 있자니 옛 신작로가 떠오른다.

키 큰 미루나무가 길 양쪽으로 도열해 있는 먼지 나는 신작로는 경제개발을 외치며 개발도상국으로 떠오르던 6~70년대 전국을 잇는 동맥이었다.

교통사정이 지금과 비교불가였지만 자갈이 굴러다니는 그 길을 따라 산업화의 바람이 오르내렸다.

작금 여간해서 만날 수 없는 흙길을 걷노라면 우리가 농촌을 뿌리로 둔 흙의 자손임을 느끼게 된다.

옛것은 대부분 청산되어야 할 유산으로 여겼지만 디지털 문화의 음지가 낳은 인성과 정서의 실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 옛 문화와 자연으로의 회귀다.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은 경제적인 가치로만 친다면 존속의 의미가 없지만 서정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잃어버린 인성과 정서를 회복하는 일이 제도권 내에서 강제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학교의 교육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수많은 기회비용을 치르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폐역이나 옛길, 한 그루의 고목이나 점점이 떠있는 섬, 고요한 산사, 아날로그로 남아있는 구불구불한 골목, 불편하지만 옛 풍경이 남아있는 허름한 식당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는 머리가 시키는 게 아닌 가슴이 시키는 일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글로벌 세상에서 양쪽을 아우르며 가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구둔역의 역사를 말해주는 느티나무

오랜 세월  이 역을 통해 보내고 떠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이익을 따라 떠났지만  나무는 역을 버리지 않았다.

나무가 사람이고 사람이 나무가 되어야 할 이유가 아닐까.

 

 

 

 

 

구둔역의 오랜  시간밑에 앉아서 역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지켜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무밑에 앉아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내 마음으로 달려오는 기차를 기다리며  쉼 호흡을 해 보는 일

폐역이 건네는 가장 큰 선물이다.

 

 

 

 

폐역으로 지정이 되고 마자막 열차가 왔다가 떠났을 대합실을 지키고 있는 여객운임표필자도 서울을 오가며 이 역을 수 차례 지났을 것이다. 완행열차가 역마다 몇 분씩 정차해 있다가 갔는데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역마다 김밥이나 가락국수, 음료수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고  열차 안에서도 칸마다 다니며 오징어, 사이다, 김밥등을 파는 역무원이 있었다. 길고 지루한 여행이었지만 꼭 그렇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당시를 살아온 우리들의 서정 때문이었다. 결국 돈을 써가며 여행을 떠나는 일은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함이 아닐까

 

 

 

구둔역의 위치로 보아  승객들의 대부분이 농촌에서 농사일을 하는 농부들이었을 것이다.

창을 마주하고 기차표를 건네받으면 어디로 떠난다는 설렘과  혹시 출발시간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마중 나올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연인을 향하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뛰었다.

이는 버스를 탈때와 다른 감정이어서 후일 어른이 되어서도 잊히지 않는 묘한 감정이다.

이 감동을 느끼고 싶으면 비록 기차는 탈 수 없더라도  내 기억을 안아주고 보듬어 주는 폐역으로 달려가 보자.

 

 

 

 

빈 대하실에 앉아 있노라니 곽제구 시인의 글이 떠오른다.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 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섦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의 조각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낸 소원들이 역 하늘에 걸렸다.

역을 나서며 이미 그렇게 되었을 거라고 믿으면서.

 

*구둔역: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 1336-9

 

 

 

 

양평, 목왕리에 있다는 산나물 두메향기 찾아가는 길에

 

 

 

 

 

 

 

 

 

 

 

깨금발 키높이를 한 마타리꽃이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두 번째 찾아간 양평, 양서면 목왕리에 소재한  산나물 두메향기

특색 있는 지명인데  영농조합법인 (지랜드)의 이관준 박사분이  조선 후기 세시풍속집인 동국세시기와  지리지인  동국여지지의 역사 문헌에도 나오는 임금님께 진상된 양평 산나물을 주제로 전국 최대의 산나물 테마공원인 두메향기를 조성했다고 하는데... 

아직 개원 초기라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안정된 모습이 아니었지만 산책을 하여보니 여기저기에 애쓴 모습들이 보였다.

산책코스마다 각 종 산나물들을 심어 놓았고  편안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맑고 신선한 공기였다.

 

개원초기라 입장료를 할인해 주고 있었는데 주차비 포함 1인당 4,000원 , 산나물 두메향기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산채비빔밥은 1인분 8,000원

다른 메뉴도 있었지만 이곳의 산채비빔밥이 엄청 맛있다고 푸른 하늘님이 소개를 하셔서..

금방 나온 비빔밥을 썩썩 비벼서 먹어보니  훌륭했다.

배가 고픈 탓도 있었지만 여느곳과  확실히  비교는 되었다.

금방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좀 허전해서 치즈 케이크와 커피 한 잔 주문해서 아내와  나누어 먹다.

 

앞으로 가끔 이렇게 하시오.

말 뼈다귀처럼 살지 말고.

허구한 날들을 일에 치여 살아온 아내의 눈빛이 오늘따라 부드럽다.

 

 

 

 

 

 

 

 

 

 

 

 

 

 

비빔밥을 먹었던 식당

 

 

 

 

 

 

장을 담가 쓴다네.

 

 

 

 

 

 

 

8,000원짜리 산채 비빔밥

밥상을 들고 온 아주머니께서 반찬과 나물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일까.

직접 재배한 신선한 나물을  써서 그런지 향기가 진했고 식감이 좋았다. 된장과 국도 괜찮았고.

다른 반찬은 비슷해서 패스~

 

허브를 이용한 농장들이 전국에  많다.

경기도, 특히 양평 쪽에는 가볼 만한 곳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산나물 두메향기도 그곳 중 하나가 아닐까.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목왕리 172-5  (T:031-774-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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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가을 여행에 저도 동반해서 그림자처럼 앉아있었습니다
푸르른 가을 하늘을 보면서는 심호흡도 한번 했고, 하늘하늘한 코스모스 꽃밭에서는 십대의 소녀처럼 서있기도 했고
맛있는 산채밥상에서는 누가 권하지도 않았건만 먼저 젓가락을 내밀어 나물을 먹었습니다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아울님을 처음 대했을땐 글을 읽으면서 좀 사무적인 분이시다 라는 느낌이 들었었지요.
하지만 얼마를 가지 못해서 정 반대의 분이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정도 많으시고 감성적이시고 따스한 분이시구나.

쓰신 댓글을 읽으면서 제가 블로그를 하기 잘했다 하는생각이 듭니다.
저역시 사업상 수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블로그 친구분들을 만나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받지못한 위로와 기쁨을 받습니다.
감사 합니다. [비밀댓글]
제가 군인이셨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더구나 남동생만 둘이라서
약간 딱딱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런 말을 가끔 자주 듣거든요
저도 블러그를 하면서 좋은 분들 많이 만나서 하길 잘했다 생각합니다 [비밀댓글]
즐거운 여행이셨군요.
아직 초가을이지만 가을의 정취가 글과 사진 속에 가득 묻어있습니다.
지금 창밖 하늘을 보니 청명하기 그지 없습니다.
아, 좋은 아침입니다.
보통 9월은 가을장마라고 해서 외려 여름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리곤 했는데 올해는 아주 사정이 다릅니다.
연일 파란 가을하늘이 드러나서 좋기는 한데...
중부지방의 상당부분이 가뭄으로 걱정들이 많습니다.
아름다운 계절이 우리눈앞에 펼쳐져 가는데도 삶이 건네는 걱정거리는 염치도 없이 붙어 있네요.

부산지역도 청명한 날들이 이어지나 봅니다.
가뭄끝이 있다는 말이 맞는것인지 들판은 풍년입니다.
참 다행입니다.
'건축학개론'을 볼 수 없었던 것에 후회가 막심합니다. 텔레비전에서가 아니면 도무지 볼 기회가 없어진 생활 패턴 때문이기도 한데, 몇 년 전 그날 고향 친구들이 식사를 하더니 영화를 보자고 했는데 그때 프로그램이 저 '건축학개론'과 우리가 본 그 영화였습니다. "물론 " 우리가 본 영화는 이제 제목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누군가 '건축학개론'은 골치가 아플 것 같다고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것저것 개론에 멍이든 사람들이 더러 있어서 대체로 동의했을 것입니다.

처음에 영화 얘기를 하셔서 그런지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느낌으로 보고 읽었습니다.
그림도 좋고 등장인물도 화면에 얼굴을 내밀지 않은 배역까지 다 좋아서 멋진 영화가 되었습니다.
그 영화를 보았는데...
골치가 아프진 않구요. 사랑의 아픔..그런것이지요.왜 하필 건축학 개론인지.

영화처럼 보셨다니 최고의 찬사를 받은 셈입니다.
저날 일정상 늦게 출발했는데 구둔역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는 바람에 (그만큼 그곳이 좋더군요) 어두워서야 집에 왔지요.
어머니께 큰 걱정을 끼친 날이었습니다.
와 다녀오셨군요!!
그것도 옆지기님과 함께라
즐거운 데이트가 되었을것 같아요!!
점수 많이 땃을것 같은데요!! 짝짝짝
두분 넘 좋아보시네요!!
13일날 사진전 보러 오신다고요!!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제가 점심 살께요
근처에 특별한 만두전골집이 하나 있거든요!!
직접 만드는 만두인데 먹을만 하실겁니다.
<김태상 010-4912-6881 / 사진전 보시고 나오는 시간을 계산하셔서 문자로 시간만 남겨주시면 그시간에 맞춰서 갤러리 앞으로 갈께요 > [비밀댓글]
하이고...감사에 또 감사를..
님의 포스팅을 보고 갑자기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딸아이에게 연락을 해서 예매를 했답니다.
님이 점심을 사준다는 말에 너무 좋아서 딸아이에게 연락을 했더니 그날 아들아이 내외와 딸아이, 그리고 딸아이 남친이 함께 온다고 하는군요.
아내와 상의를 했는데 우리 둘 만 가는게 아니니 좀 그렇지 않겠느냐.
해서 님의 마음만 받기로 했어요.
대신 제가 먼저 기회를 만들어 보려 합니다.
먼저 제의해 주시고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정말 너무도 감사 드립니다.
블로그 하기 잘했다고 오늘 아내에게 자랑까지 했답니다.
다시한 번 감사 드립니다.
사진전 가면 님이 포스팅 한 내용을 참고삼아 잘 보고 오겠습니다. [비밀댓글]
님의 불방에 와서 이렇게 오래된 슬픈추억을 떠올리게 될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득히 먼날에 그러니까 6.25동란이 일기도전에 슬픈 소설과도 같은 힘들었던일을 떠 올리게 되다니...

이북이 고향인 저는 아버님이 먼저 월남하셨고 어머님을 뒤따라 다음해에 38선을 넘어왔는데
그때 이미 아버님은 우리가 38선을 넘어오리라곤 생각지 못하고 새장가를 드셨더군요.
그런데 어머님과 저와 동생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찾아와 신혼가정에 들이 닥첬으니 얼마나 황당하셨을가 미루어 짐작이 갑니다.(지금은)
저와 남동생을 내자식이 아니라고 그 새각씨앞에서 부인해야했던 28살의 철없었던 새실랑 우리아버님.

몇일을 지나고 눈이 강산같이 솓아져내렸던 구정이 가까운 몹씨도 추운날 저녁에 아버지집에서 쫒겨나 바로 그 구둔역에서 밤기차를 타고 서울(청량리)
로 밤새 울며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기차라는것이 객실이 아니고 화물칸이였는데 문도 없어 얼마나 추웠던지 발에 얼음이 들어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완치가 되었으니...
그 세월이 파란만장한건 미루어 짐작이 가시겠지요.

어찌어찌하여 결국은 그 새각씨는 떨어져 나갔고 우린 온 가족이 모여 살게 되었고 그 후에 동생이 넷씩이나 생겨서
그런대로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왔답니다.

이제 그 두분도 하늘나라로 가신지 10여년이 됐으니 잊혀질만도 한데 그 어렸을적 아픈 기억은 구둔역을 보는 순간 영화필림처럼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리게 되네요.
그 어렸던 계집애가 손녀를 둔 할머니가 되었으니....
아 - 세월의 무상함이란....

열무김치님 죄송합니다.
이런 추억을 떠올리다니 또 이렇게 글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사정을 이야기로 풀어내다니....

[비밀댓글]
글 읽으면서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마음이 짠하게 아려왔습니다.
님의 블에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데..
구둔역에 그런 아픈 추억이 있었네요.
평생 잊지못할 역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가 촬영 갔던 그날의 고요함과 어딘가 모르게 배어나는 쓸쓸함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월의 강을 저만큼 건너 이제 폐역이 되어버린 구둔역의 느린 시간들이 님의 글을 읽으면서 새롭게 다가옵니다.

제게라도 말씀하시길 잘 하셨습니다.
제게 믿음이 생겨서 그렇게 하신거 같아 제 마음도 기쁩니다.
건강 잘 챙기셔서 앞으로도 좋은 취미생활 열심히 하시구요
또, 시간이 나는 어느날 , 개운한 마음으로 드라마 같았던 그날의 구둔역을 찾아가 보십시요. [비밀댓글]
감사합니다.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듯 합니다.
함께 가고 싶었던 남동생은 카나다에서 살고 있으니 어렵겠고
옆지기나, 친한 친구와 한번 쯤 가보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요. [비밀댓글]
양평의 구둔역과 산나물 두메향기라는 곳을 다녀오셨네요.
저도 산나물 두메향기는 가보고 싶네요.
간이역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요즘 실업대란 이라고 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해야만 하는 시기에
왜 저렇게 간이역을 폐역으로 만들고 역무원들을 줄이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아는 지인이 고속도로 관리를 하는 직업을 갖고 계시는 분이 계시는데
앞으로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의 요금받는 곳도 무인자동화로 한다고 하더라고요.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제가 주로 다니는 연천쪽의 기차는 요금이 한정거장 가도 1000원이고 백마고지역
끝까지가도 요금이 1000원입니다.
그런데 이 경원선도 간이역이 많은데 폐역은 되지 않았지만 역무원들은 없는 곳이
몇군데 됩니다.
늘 적자라고 하면서도 운행을 해주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요금을 조금 올려서라도 적자를 줄이고 역을 역무원을 제대로 근무하게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입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산나물 두메향기는 계신곳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디녀오셔도 되겠네요.

이젠 웬만한 역에서는 열차가 서지 않습니다.
기차역은 교통수단이기전에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가슴을 따스하게 만드는곳이라고 생각 합니다.
버스터미널은 그런 느낌이 덜하지요.
떠나고 보내는 사람들의 애환이 어디 기차역 뿐이겠습니까.

말씀을 듣고보니 여기저기 슬림화를 추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슬픔이 있습니다.
고속도로도 그렇고 기차역도 그렇습니다.
고요한 기차역이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그리움을 안기면서도 살아가야 하는 고달픔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블로그지기님께서 꽃차 하시는 분이 있어서
3년전쯤에 용감하게 찾아간적이 있습니다
지평면이 좀 외진 곳이라
전원주택도 많더라구요
꽃차라는게 꽃으로 우려내는 찻집을 말하는건가요?

용감하게 찾아 가겼다는 말에 웃음이..
하긴 외진곳이라 그럴만도 합니다.
전 외려 오밀조밀한 지방도로며 오가며 보여지는 정다운 풍경들이 좋기만 하던데요.

이젠 폐역이 되어바란 구둔역에는 앞으로도 그리움을 찾아 많은 분들이 다녀가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양평엔 두물머리 예빈산만 몇번 갔어지 역전같은데는 가보질 못했습니다.
색다른 풍경은 보니 양평에도 좋은데가 많은가 봅니다.
담엔 가면 함 들려봐야 겠습니다.
좋은정보 멋진사진 잘 보고 갑니다.
반갑습니다.

양평은 생각보다 숨은 비경이나 이야기가 숨어있는 장소들이 많더군요.
지금도 좋지만 당풍지는 가을에 찾아가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찾아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좋은 주말 맞으십시요.
사진 잘 찍으시는 열무김치님 덕분에 사모님 작품사진 자주찍으시네요. ^^
보통 중년들은 카메라 쳐다보고 김치 포즈를 취하거나 차렷하고 이장님포즈로 찍기 일쑤인데 말예요.
저는 요즘 여유로운 시간을 찾을수가 없네요.
학원 출근을 다시 하고 있어서 몸도 바쁘지만 마음의 여유가 더 없는거 같아요..
하하..
이장님 포즈..
김치 포즈는 알겠는데 이장님 포즈는 어떻게 하는건지 궁금합니다.

바쁨은 어떻든 좋은 일 입니다.
또 지금이 그럴때구요.
저야 늘 밖으로 도니 이런 풍경을 만나는 일이 일상입니다.
결이님 찾아오시니 괜히 기분이 좋네요.
가까운 양평에 저런곳이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종종 그렇게 하십시요.ㅎㅎ
아름다운 삶이 되시기 바랍니다.
아직 여름이 푸르네요.
아이고 반갑습니다.
아울님 블에서 늘 뵈었는데 직접 찾아와 주시니 고맙고 기쁩니다.

양평엔 아기자기한 풍경들이 숨어있는곳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황순원의 소나기 마을 , 세미원,산나물두메향기등, 사람의 감성을 자극할만한 장소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가깝다니 가보시면 되겠네요.
네..자주 그래야 하는데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질 못합니다.
나의 고향이 아니어도 나의 고향처럼 맘이 닿은 산천의 모습입니다.
좋은 가을 풍경 잘 보았습니다.
저도 오랫만에 가 보았지만 말씀처럼 고향에 온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만고만한 동네의 모습들과 엇비슷한 삶들이 엮어내는 그림들이 처음 보았다고 해도 그런 감정이 드는게 당연한게 아닐까 합니다.
휴일 오후 평안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