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김치 2015. 3. 23. 00:26

 

 

강원도 깊은 산골짝에도 봄이 왔다.

겨우내 얼어있던 골짜기가 어끄제 내린 봄비를 만나더니 계곡 교향악을 연주하기 시작하고 뭇 생명들이 나즈막한 선율을 따라 깨어난다.

이제 적막했던 산간 계곡마다 새 생명들이 움트는 소란스러움으로 활기가 넘쳐날것이다.

물은 곧 모든 만물의 생명선이다.

속담에, 가을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지만  봄비는 단 한차례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일시에 용솟음을 친다.

 

어김없이 봄이 왔지만 아쉬운 일이 생겼다.

산골짝 시냇물이 봄노래를 시작했지만 수량이 눈에 뜨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겨울 눈다운 눈이 오지 않은데다 남녁 일부를 제외하곤 비도 거의 오지 않았다.

겨우내 내린 눈이 두껍게 쌓여 있어야 시냇물도 늘어 날텐데 깊은 산골짝에 잔설도 남아있지 않다.

20년간을 다니던 약수터가 있다.

수질 좋기로 소문이 나 있는데다 물맛이 좋아서 이 약수터를 떠나본 적이 없다.

그런데 여간해서는 마르지 않았던 약수터가 실오라기 같은 물줄기를 억지로 유지하더니 그나마도 끊어져 버렸다.

물통을 들고 긴 줄을 섰던 사람들이 하나 둘 줄어 들더니 며칠전에 가보니 아무도 없다.

약수터를 중심으로 이웃이나 모르는 사람들이 나누던 정다운 대화도 끊어진 물줄기를 따라 가버렸다.

어쩌다 외곽을 나가게 되면 물통을 싣고가서 물을 떠오는데 그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곳의 사정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물줄기가 끊어지자 별수없이 마트에서 생수를 사왔다.

나 역시 그쪽 분야와 연관이 깊지만 약수터물이 좋아 생수를 사다가 먹는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올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여기를 가도 저기를 가도 시원하게 약숫물을 떠 올 공간이 사라진것이다.

앞으로 많은 비가 오기전에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데다 기상대 장기예보로만 본다면 가능성도 적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팔아 먹었다지만 어찌보면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내다 본 선견지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산이나 들, 어디를 가도 넘쳐나던 맑은 물들이 어느순간부터 우리들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농촌에서도 땅만 파면 물이 나왔지만 그건 옛날 얘기다.

무분별하게 지하수를 개발한 우리들 탓이니 굳이 까닭을 찾을것도 없다.

무엇 무엇을  물쓰 듯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 개인당 물 소비량은 선진국들의 두배 가까이 이른다는 통계다.

하수도 같은 물을 식수로 쓸 정도로 물사정이 열악한 나라들의 눈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물 사정은 가히 천국에 가깝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아주 달라졌다.

가뭄이 들면 산골짝마을부터 식수고민이 더 깊어지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이를 증명해 준다.

근래의 경험으로 미루건데 해마다 강수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작년의 경우 중부지방은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근처의 강과 호수, 식수원인 댐이 바짝 말라들어 바닥을 보인지 오래다.

원주지방의 상수원인 횡성댐과 섬강의 물사정이 몇년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앞집 처녀믿듯, 변치 않으리라고 믿었던 20년지기 약수터 물줄기가 말라버리자 아쉬움에 앞서 겁이 덜컥 난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생수회사의 눈치를 보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세계의 물소비시장은 해마다 급신장하여 2004년에 886조원이던것이 2015년에 이르러 1500조원 가까이 이를것이란 소식이다.

물을 사먹는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던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없는 금액인데다, 안그래도 부의 쏠림이 메이저회사로 편중된다고 난리인 마당에

마음놓고 마시던 물조차 그들의 손아귀에 넘어가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제 어느 마을을 지나다 물 한 모금 얻어마시는일도 눈치를 보아야 할 판이다.

 

별수있겠나.

사먹는 물도 한계가 있을것이니 옥수수나 보리를 볶아두고 보리차나  옥수수차를 만들어 마시는 수밖에.

물 전문가들은 물은 무한정의 자원이라는 과거의 습관을 버리고 이제부터라도 물을 아껴써야 살아남는다는 주의가 아닌 경고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들은 이런 경고가 피부에 썩 닿지 않는다.

위기론자들의 과대망상이거나 지나친 확대해석이란 이유에서다.

아직도 여전히 수돗물은 허드렛물로 사용하고 식수는 생수를 사먹거나 약숫물을 길어다 먹는 우리로서는 강건너 불구경 정도의 일이다.

여전히 수돗물이라는 차선책을 믿고있는 우리들의 이런 느긋함과는 정 반대로 세계는 이미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동지방이 기름이 많이나는 부의 대지로 여기고 있지만 막상 석유자원이 고갈되는 날에는 저주의 땅으로 변할 가능성이 짙다.

이미 물값이 기름값보다 더 비싼 상황이니 앞으로 더 지켜보고 말고 할 게 없다.

설마하니 우리나라가 물 때문에 아프리카의 물 부족국가처럼 한심한 처지가 될까.

그러나 막상 믿고 있었던 약수터 물줄기가 끊어지니 묘 한 느낌이 든다.

 

혹여 꿈에라도 봉이 김선달을 만나면 뾰족한 해법이라도 있나 물어보아야 할까보다.

 

 

 

 

 

아, 약수터의 물이 마를 정도로 봄가뭄이 심각합니다.
20년 지기와도 같은 약수터가 마를 정도면 가뭄의 실상이 어떠한지는 불문가지일 것입니다.
모 다큐먼터리를 보니 변기에서 사용되는 물의 낭비가 가장 심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샤워할 때 소변을 변기에서 보지 말고 그냥 샤워하면서 흘리는 것이 좋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줄은 몰랐습니다.
와........
명경지수 같은 약수물이내요.
부럽습니다.
자연속에 황금 들판과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생활하시는
열무김치님이 부럽군요.

언제 씨암닭은 키우실건지요.
ㅋㅋㅋㅋㅋ
유정란과 씨암딝 사려가야 되는대....

청정수를 보내 한모금 마셔봐야겠다는 생각 뿐임빈다.
늘 줄거운 시간되세요.
'마지막 남은 땅'이라는 인상을 주는 곳이 강원도일 것입니다.
그 강원도에서도 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90년대에 "물도 사먹는 곳이 있단다"는 말을 하자마자 우리도 당장 물을 사먹게 되는 걸 보며 기가 막혀 했습니다.
직접적으로 그 품에 안기지는 못하더라도, 강원도만은 "남은 곳"이면 좋겠습니다.
편안하시죠? 오늘도 햇살이 눈부시게 하는 날이네요
봄꽃들의 잔치로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수요일.
행복하고 활기찬 하루로 시작하시면 좋겠습니다
어릴적 "이러다 물도 공기도 다 사먹는거 아냐?" 라는 농담을 친구들과 했었는데..
그 중 반은 농담이 현실이 된 요즘입니다.
정말 이러다 공기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충전해 쓰게 되는 건 아닌지..
공상이 현실이 된다는건 설레는 꿈이 될 수도, 무서운 꿈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나 가문지
에지간한 약수터 아니고는 물줄기 유지하게 어렵겠더라고요
올해는 고로쇠 수액도 예전에 비해 덜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물부족 국가인데 물 함부로 많이 쓰지요
숲도 많이 줄어서 보유할 수 있는 수량도 별로 없고
게다가 눈도 많이 안 오고 비도 안 오고 걱정입니다
정말 큰일입니다.
어제 저녁부터 비가 온다드니 가랑비만 조금 오고 그치네요.
저수지의 물이 거의 바닥이 나서
비가 오지 않으면 농사도 지을 수가 없겠읍니다.

길에 민들레가 그렇게 많이 피드니 수분이 없어 땅에서
나오지를 잘 못하네요.
물 부족 국가란 말이 서서히 느껴집니다.
저는 미국서 사는동안 내내 생수를 먹고 살았습니다.
꼭 그렇다고 할수는 없는것이 쌀씻을때 야채 씻을때는 수돗물로 했네요.
한국에서는 약숫물도 마르고 있군요.
물이 마른다니 우리 어릴때는 상상도 안되던일 입니다.
항상 물난리로 뉴스에 나오던 한국이 이제는 지독한 가뭄때문에 문제군요.
어서 속시원한 물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