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인연
겨울에 늘 다니던 등산로에서 작은 옥수수통 하나를 주웠다.
너무 작아서 버리려다 색깔도 예쁘고 하도 앙증맞아서 주머니에 넣으려니 아내가 말렸다.
" 그거 뭐하려구요.산짐승이나 먹게 두지."
"그러기엔 너무 이쁘게 생겼네."
집으로 돌아온 뒤 책장 한켠에 두고 잊어 먹었다.
올해 작년에 부치던 밭과 새로 일군 밭의 규모가 제법 커져서 들판에 자란 개똥참외 맡듯 이거저거 잔뜩 심었다.
고추, 감자, 옥수수,아욱, 완두콩, 방울토마토,근대, 호박....
"그냥 사다가 먹는게 더 싸지 않겠어?"
"무공해 농작물과 비교 하지 말아요."
생땅을 파 일구느라 고생을 했으니 그게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심었다.
아욱이 머리를 풀고 고추가 먹을만하게 달리자 시간만 나면 밭으로 달려갔다.
올해는 시장에서 사다가 심은 마디호박이 제 구실을 하는 바람에 일찍부터 호박맛을 보는 호사를 누렸다.
보통 조선호박이 중복은 지나야 제구실을 하고 이웃에게도 인심을 쓰기 때문이다.
장마비가 후주죽 내리는 휴일날, 책상앞에 앉아서 청승을 떨다가 우연하게도 지난 겨울에 등산로에서 주웠던 작은 옥수수통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미 여름 복판인데 이제 심을 수도 없고.. 지금 심어도 되려나?
옥수수를 만지작거리다가 슬그머니 밭으로 갔다.
지금이라도 심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이미 모든 작물로 빽빽한 밭 여기저기 귀퉁이를 파고 작은 낟알을 심었다.
그리고 얼마 뒤 가냘픈 싹이 올라왔다.
저게 구실을 하려나?
그리곤 솔직히 잊어 버렸다.
밭 구석이니 얼른 눈에도 띄지 않은데다 저게 뭐가 될까 싶어서였다.
9월초순 쯤 작은키를 한 옥수수대에서 같잖은 개꼬리가 올라오는게 보였다.
어쭈구리...요놈봐라..
하지만 옥수수대 옆구리에 찬 옥수수통은 너무도 작아서 눈에 차지 않았다.
옥수수 키가 너무나 작아서 얼른보면 다른 작물처럼 보였다.
아내가 그게 뭐냐고 묻기에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그걸 뭐하러 심었느냐는 핀잔이 돌아왔다.
그리고 또 잊어 먹었다.
들깨를 털고 늙은 호박을 수확하고 고추대를 모두 뽑았다.
그러고 보니 작은키를 한 옥수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걸 뭐하러 따냐는 아내의 말을 듣는둥 마는둥 하고 낫으로 옥수수대를 베어 껍질을 벗겨 보았다.
앙증맞은 빨간 옥수수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히야...!
한결같은 붉은빛의 작은 열매들이 나를보고 웃었다.
정말 이쁘네~!
"어이구..뚝배기 보다 장 맛 이라더니 보기보다는 다르네."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내가 퉁명스레 말했다.
기특한 녀석들...그렇게 무관심 했는데 이렇게 제 역할을 하다니...
가을햇살에 반짝이는 한 생명체를 바라보니 그 변화가 놀랍고 대견하다.
책장 한 켠에 그냥 버려 두었다면 그것으로 생을 마쳤을 아주 작은 생명이 흙과 바람과 햇볕의 사랑으로 또다른 생명을 낳은것이다.
전에 그렇게 농사를 했음에도 왜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나는 무슨 신천지를 발견한 것 처럼 멍하니 쥐이빨 옥수수룰 바라다 보았다.
역시 무슨 생명이든 위대하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수백개의 낱알로 다시 재생 되는
저 하나의 낱알보다 내 존재가 나을 것이 무에 있는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작은 옥수수가
넘 귀엽고 예쁜 색감을 지녔군요
그렇습니다
씨앗은 흙속에 묻힐 때 진정한 가치를 읽어 줌이지요
한 켠에 그냥 놓아 두었다면 아마도 벌레 먹어 지금쯤은
티워졌을터이지요
무릇 생명은 그 씨앗이 흙 속에 묻혀서 싹을 틔울 때
비로소 화ㅣㄴ해진다는 진리를 배워 봅니다, 선생님!
옥수수와의 인연도 ....세상 모든건 연결 고리가 있나 봅니다.
겨울 준비 잘하세요
늦었지만 부지런히 자라서 후손을 남긴 예쁜 빨강 옥수수...
자연의 섭리에 감사할따름.
색이 아주 예쁘고 앙증스럽습니다.
거기에 머리까지 땋았네요.
금년에 저는 주말 농장에서 옥수수 씨를 심었는데
한 뿌리 당 열매가 두 개씩 밖에 열리지 않았습니다.
크기도 매우 작았구요.
옆 고랑에 농사짓는 분에게 여쭈어보니 옥수수는 지력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거름을 많이 주어야 한다더군요.
옥수수를 보면 꼭 사먹곤 한답니다..
색감이 넘 예쁘네요..
찰기가 잘잘 흐르는거 같아서 삶아먹기도 아까울꺼
같아요..
직접 재배를 하면 애착심이랄까요
그런게 있잖습니까...ㅎ
애호박도 보이고요..
추수를 할땐 어느부자가 부럽지 않다고 하지요~ㅎ
자연은 참으로 신비로운거 같아요~!
그리운 옥수수는 여름이 그립게도 합니다.
자가생산의 기쁨은 직접 체험 해야 알겠죠?
저두 텃밭에 이것 저것 가꾸어보고 스스로 행복했답니다.
잘머물다 갑니다.
거들곤했는데 땅은 정직합니다..
심은대로 거둔다는진리^ 옥수수가 넘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예쁜 옥수수를 엮어달면 겨우내 예쁜 장식용역할도하고
내년에 종자로 사용하면 더~많은 수확을 할수있을것같은~~ㅎ
오랜만에 들렸습니다..여전하신모습 반갑습니다.
어느해인가 허리때문에 꼼짝 못했는데 5년주기인지 초가을부터...
지금은 조금 웬만해졌습니다만 밖앝출입은 아직입니다..
우리 친정에서 심은 옥수수랑 같은 종자인거 같네요.
저희 엄마는 따서 그냥 보내시는게 아니라 다 삶아서 얼려서 항상 보내주신답니다.
저는 다시 데워서 먹는일만..ㅎㅎ
벌써 드셔 보셨겠지만 맛도 정말 좋아요.
맛도 맛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도 올해 몇 그루(?) 심은 옥수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열댓개 정도가 냉동실에 있습니다.
전 이 정도의 직장생활에도 지쳐서 퇴근하면 꼬짝하기도 싫은데
사업하시며 농사지으시며, 사진찍으시고 . . . 요즘에 집필량도 엄청나게 느셨습니다.
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나도 3일전에 수시로 산보하던 길을 걷노라니
2차 도로가 철사망 울타리안 밭에
내 두 주먹보다 약간크고 내 머리통[?]보다는 약간 작은 파란 둥근호박이
추운 겨울임에도 빤히 눈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어
저놈이 얼었으리라..?..아니 얼었으면..하고
얕은 울타리를 찾아 그놈이 있는 곳을 가보니
이놈은 아니보이고 누렇게 커버린 쑥대와 억새풀사이로
여기저기 콩대가 쓸어져서..어느 것은 눈에..
어느 것은 어름에 얼린채 누워있는데..콩깍지가 매달려있어
난 고놈[호박]은 잊어버리고 콩깍지를 따기 시작하여
주운 비닐 봉다리에 넣고 집에와서 내"0순위"와 며느리 보고 까라 했더니..
강낭콩이 작은 됫박으로 3~4되...ㅎㅎ
몸매는 작아도 쫄깃한 맛이 좋은......
생명의 신비와 위대한 탄생이 경이롭습니다
토실토실 잘도 영글어 주인의 고임을 받는 작은 옥수수
새로운 경이와 대자연의 풍성함을 배우는 님은
마음이 참 고우시네요
오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따스한 아랫목에 이불 덮고 앉아 먹었으면 좋겠어요 ㅎ
저도 옥수수 자루 보고 있습니다
뻥 튀밥 만들러 다녀와야 겠구나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