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연가
장마도 염치는 있어
물기 머금은 풀숲에서
기껏
비에 문드러진 어설픈 잎새나 곧추세우더니
숨겨둔 분홍빛을 슬며시 꺼내어
지나는 객에게 내미네
보이는게 다 가 아니야
허접대기 살림도 숨길게 있지
한 달 장마 그게 뭐 대수라고
내 붉은 속 까지 팔까.
하늘 높아지면
님 꼬실만한 짓거리는 감추어 두었네
분홍 눈홀김에
무심하게 내리는 장맛비가 흠칫 놀란다.
추적거리는 비를 맞으며 장거리를 나가다.
"원, 올해는 뭔 놈의 장마가 속심이 이리도 질기나 몰러.
해가 나야 물놀이꾼라도 오지.
강냉이 한 솥 쪄 놔야 반의 반도 못 팔어. 지나 댕기는 사람이 있어야지."
입구에 들어서기 바쁘게 나를 보고 하는 말이다.
객없는 시커먼 가마솥에는 허연 수증기가 제혼자 풀풀거린다.
"설마하니 뜨겁겠지요. 아직 8월이 있는데.."
"그럼 뭘 혀.말복이 코앞인데."
"아이고 아주머니, 아주머니 장사 경력이 얼만데 그러세요.장마가 길었으니 뒷끝도 길겠지요."
"아, 그러면 월매나 좋겠어. 실없는 소리 말고 강냉이나 꺼내 먹어.
너무 삶았더니 맛탱이도 없어,"
삼복중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서늘한 바람이 불다.
무심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눈이 스르르 감기다.
파리채를 들고 탁 탁 파리를 잡더니
"올해는 파리 모기가 좀 덜하네. 하긴 제깟 놈들도 날씨가 이모양이니 나와봐야 고생이지."
불쑥 젊은사람 몇명이 들어서다.
"저기요. 낚싯대하구 족대 있지요?"
아주머니가 회색이 만면한 얼굴로 호들갑을 떨어댄다.
"아이고 잘 오셨어.고기는 지금 잡아야 제맛이지. 몇개나?"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나더니 이내 조용해 진다.
"아니 尹씨는 여기서 퇴근 할꺼여?"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밖을 바라보다.
빗소리가 화음처럼 들리다.
떠들썩..아까 왔던 젊은이들이 다시 오다.
"아줌마,..고기가 어디 있다고 그래요. 물이 너무 많아서 고기 잡다가 빠져 죽겠는데."
기어이 아까 샀던 물건들을 물린다.
"아니 그럼..장맛철에 물이 많지 적을줄 알았나?
눈 먼 장님 고기도 저런놈들 한테는 안걸리지."
야속하게 비가 내리다.
얼른 밝은 햇살이 보고싶은데요 ㅎㅎ
아무리 장마가 길다 해도 저 고운 패랭이꽃은 시들지언정
결코 목숨을 내어 놓지는 않을 거예요. 일직부터 제 목숨의 주인은 따로 계심을 익혀 알고 있으니까요.
고비 고비 어렵지만 그 고비 넘다보면 지나온 어려운 고비가 그리울 때도 있더군요.
마음 같아서는 그 가마솥에서 식어질 강냉이 건저 내 오고 싶은데...
비올까봐 걱정입니다ㅋㅋ
햇볕이 뜨거우면 뜨거운대로..
여름이니까요. 여름은 더위야 제맛이죠? ^^
- ★ 미다스 kan7ry
- 2013.07.29 20:15 신고
- 수정/삭제 답글
이불만 5번 빨았는데, 또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피해는 없으시지요(?)
가뭄이거나 홍수거나 끝을 봐야 끝나는 날씨들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올해는 유난히 장마가 긴듯해서 여기 와 있는 자체가 남편한테 미안하기만 합니다
어쩜 저리도 고울까
싶어요...
늘 느끼는 바이지만 시인보다 더 시인 같은 님의 글은
가슴을 헤집는듯 합니다..
마음의 글 모아 두었다가 출간이라도 하시길 부탁하는 마음 입니다^^*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예요~!
그냥 혼자 주절거리다 누군가 보아주면 그것으로 만족입니다.
그 많은 비에도 붉은빛을 잃지않고 고개를 내미는 자연에서 위대함을 봅니다.
저녁방송을 보니 일본으로 등정을 갔던 사람들 몇분이 사망을 하셨더군요.
철저한 준비를 하지 못한듯 보여 안타까웠어요.
자연앞에 좀 더 겸허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비도 좀 그치고 밝은 빛이 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서서히 가을로 가고 있으니 계절도 이를 알겠지요.
곱고 아름다워 보입니다.
오늘도 잔뜩 흐린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내리게 할 것만 같습니다.
참말로 얌체가 없지만 이러한 기상이변에
우리네 모두 반성하는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싶구요
열무김치님!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고
마음만은 밝고 시원하게 보내십시오^^*
예쁜 패랭이가 늦잠을 자다가 이제서야 핀듯하네요.
두분의 정겨운 대화에서 시골장터 인심이 느껴집니다.
판 물건을 다시 되물리는 마음이 야속하기는 합니다만
올 여름에는 장마가 길어서 모기가 적은 것은 확실합니다.
모기가 낳아놓은 모기유충이 빗물에 많이 떠내려가서 그런가봐요.
며칠전에 개울가에서 하룻밤을 지내는데도 모기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고
간간히 작은 나방들만 불빛을 찾아들더라고요.
톡톡 튀는 재치가 시맛을 냅니다 ㅎ
계속 쓰시면 좋은 시를 쓰시겠습니다
장사에 잔뼈가 굵었나봅니다
능숙한 말솜씨가 세월의 맛이 납니다
수단도 뒷받침이 되야 장사가 되는 법이라오 ㅎ
글도 재미나게 잘 쓰십니다
더위와 장마 잘 이기십시오^^
유난히 자주 내린 장마로
인해 많은 분들이 타격을 입는군요
패랭이 사진을 보니 애틋함도 서려 오군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제가 요즘 바쁜 일과 휴가철이 겹쳐서
다음 주 초까지는 아무래도 자주 찾아 뵙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틈틈이 찾아 뵙겠습니다
오랜 장마에 풀이 다 들어 누운 상태에서 패랭이꽃이 얼굴을 간신히 들고
"님 꼬실만한 짓거리는 감추어 두었네" 라고 하는 것이 너무 아름다워요.
가게집 아주머니와 尹선생님의 대화,
가게집 아주머니와 낚시꾼들의 대화가 정겹습니다.
올해는 모기는 없습니다.
모기는 있어도 농사가 잘 되어야하는데요.
제발 장마야 물러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