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벌벌 떨다가 동동걸음으로 들어오니 미처 앉기도 전에 명령이 떨어졌다.
"가래떡 좀 썰어요.팔이 아파서 못하겠어."
쩝.
눈치를 보던 아내가 떡보따리를 들면서
" 싫으면 그만두고..."
"아니야. 이리 내. 해 준다고."
칼을 갈아서 떡을 썰었다.
너무 굳어서 힘이 들었다.
올망졸망 식구가 많던 어린날의 설날은 가래떡이 가장 만만한 군것질감이었다.
어머니 몰래 가져다 화롯불에 구워먹곤 했다.
희미한 호롱불 아래 밤이 늦도록 가래떡을 써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 썰어 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 남겨 놓으라고 떼를 썼지만 어머니는 야속하게도 몇가락만 남기곤 모두 썰어 버리셨다.
동네에서 떡방앗간이 가장 분주했다.
식구가 적은 집은 한 말 , 많은집은 두 서너말의 가래떡을 뺐다.
그 가래떡은 정월 대보름까지 가면서 설 음식의 주인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제는 주변에서 사온다.
우리도 가래떡을 빼오자고 했더니 적어도 반말 이상은 해야 방앗간에서 빼 주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누가 다 먹냐면서 들은척도 하지 않는다.
두고서 구워 먹으면 댓길인데...
먹고 살기 고만해지니 설 명절도 예전이 아니다.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도 없고 때때옷 사입을 기대감도 없다.
명절보다 더 좋은 날들이 수두룩하니 달력에 동그라미 칠 일도 없다.
명절 돌아오면 등 떠밀려 이곳 저곳 눈치를 봐야하는 표정이 밝지않은 여자들만 늘었다.
칼바람 부는 오일장에 갔더니 시장이 휑하다.
"하늘도 무심허지.가만 있다가 왜 대목장에 이리도 춥다요. 뼛속이 시린데 누가 오겄어."
코딱지만한 화롯불에 손을 부비면서 시장통 아주머니는 심기가 불편하다.
손바닥만한 시내에 대형마트가 즐비하니 이렇게 추운날 사람이 없는 건 물으면 잔소리다.
명절을 구실로 모처럼 푸짐하니 즐기던 오일 대목장의 설레임도 서서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는 듯 하여 서운하다.
빳빳한 만원권을 얼마간 바꾸다.
두둑하니 세뱃돈이나 신경쓰는 아이들의 속내가 뻔히 보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담 밖으로 나가면 얼마나 활기가 도는가.
홀로 세대가 늘어나고 가족외 친지와 마주할 일이 거의 없는 요즘 아이들과 ,사는일에 바빠 소원해진 사람들이 설 이라는 핑계로라도 마주 앉음은 다행스런 일이다.
명절 후 이혼사례가 몇 배로 급증 한다는 통계가 있다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버릇처럼 고향으로 간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장소가 있다면 그래도 고향이 아닐까.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찹쌀 과즐이 먹고싶다.
시장에 나가면 얼마던지 구할 수 있는 그런 거 말고..
설 열흘 전부터 아랫목 떡하니 차지하고 노릇하니 말라가던 찹쌀반죽조각 냄새가 그립다.
지금 그런 거 먹고 싶다고 투정 부리다간 보따리 싸야한다.
에라..
떡이나 썰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책임지세요 열무김치님.
저 가래떡 때문에 죽을 지경입니다. ㅎㅎ
저도 엄마가 떡 썰 때
연탄 불 위에 올려 구울 가래떡을
행여 남기지 않고 다 썰어 버릴까봐 노심초사 했었습니다.
설을 하루 이틀 앞두고 우리 동네 떡 방앗간은
순번을 기다리는 큰 대야들이 줄지어 서 있었어요.
근처에 방앗간이 있었는데 엄마는 나에게
우리 차례가 얼마 남았나를 수시로 확인하러 저를 보내곤 했습니다.
드디어 우리 떡이 만들어지면
엄마한테 쫓아가 다 됐다고...
엄마가 머리에 대야를 이고 돌아오면 김이 오르는 떡을 손으로 끊어
조청에 찍어 먹었었지요.
그때가 그립습니다.
추억이 못내 그리워 가슴이 저립니다.
집앞 떡집엘 쫒아가 결국 사왔답니다.
오븐에 노릇노릇 구워 꿀 찍어서 맛있게 먹었답니다.
어찌나 맛있던지...최고였어요. ㅎㅎㅎ
설은 잘 쇠셨는지 인사 드리고 갑니다.
먹는게 장땡입니다 .ㅎㅎ
제가 떡을 썰었기에 상당량을 남겨 두었지요.
구워 먹으려구요.
글 보면서 저도 저런 심부름 했던 기억에 웃음이 납니다.
순번 기다리느라 쌀가루 바구니 앞에서 쪼그려 앉아 기다리던..
명절이면 조청을 고았는데 이제는 엣날 이야기가 되었네요.
이곳엔 황골이라는 동네가 엿으로 유명 합니다.
그곳에 가서 조청을 사오지요.
조청 먹고 싶네요.
먹는타령 하는 사람과 친하지 말랬는데.
저렇게 구워 먹고 싶어서
직화구이 냄비를 하나 장만 했는데
요는 떡을 자주 못빼 먹는다는 거지요
밥 해먹을 쌀도 넉넉하지 않는데 무슨 떡을 만들어 먹겠어요 ?
직장 언니 들이 가끔 떡을 해서 회사로 가지고 오면 전 그날
그떡 안먹고 집으로 가지고 와서 구워 먹지요
이젠 그것도 옛말 !!!! 에구 떡생각 간절합니다 .
새해엔 하시는일 더욱 번창 하시고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삽시다,. ㅎㅎㅎ
찍어 먹던 시절이 정말 그립습니다
안그래도 친정엄마와 통화하니 너무 추워서 장이고 뭐고
간단하게 해야겠다 이러시던데 엄청 추운가 봅니다
이곳은 영하 십도쯤밖에 되지는 않는데 이틀간 폭설이 내려서
눈이 사오십센티는 왔나 봅니다
전 딸네 집에 왔다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네요
차바퀴에 체인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눈이 많이 오면 스노우타이어도 별 소용이 없더라구요
즐거운 설날 보내십시오
일년에 새해 인사 두번 받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으려나요? ㅎ
맥반석 위에 구운 가래떡이 하도 관심이 가서 옆을 지나는 아내를 불러 "가래떡을 이렇게도 굽네? "하였더니
"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이렇게 구워 팔잖아 !"합니다 ^^*
떡에 관해서 별 관심이 없는 나와는 달리 아내는 떡을 좋아하니 유달리 관심있게 봤나 봅니다 ㅎ
정월 대보름이 되면 강냉이 뻥튀기 집앞에 설때는 떡 방아간 앞에 길게 늘어선 자루와 다라가 생각이 납니다
밥을 방금 먹었는데도 잘 구워진 가래떡을 보니 침 넘어갑니다 ^^*
아~~가래떡 넘 먹음직 스러운데요!
요즘에는 이렇게 방아간을 이용하는 집도 참 드문것 같아요!!
실은 우리집도 만들어져 있는 떡을 사다가 떡국을 이용했거든요!!
웬지 어린시절이 생각이 나서 참 좋네요!!
어느 고향이나 설날 방앗간 풍경은 두부모처럼
똑같았내요.
설날은 누구나 행복했던 시절이였지요
가래떡썰기 전에 떡가래하나 방앗간에서
주면 부러운것이 없을정도로 맛있고 행복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젊은 어머니는 아이들한테 먹지마라고 야단하고 연세드신
할머니는 자기가래떡을 아이들한테 먹으라고 내주시고 설명절 떡방앗간의 정겨운 풍경입니다.
고향에 가니 어머니가 다썰어놓으서셔
떡국만 가지고 왔습니다.
자식사랑이 무엇인지?
열무김치님도 올해는 건강하시고
사업번창하십시요.
가래떡의 의미있는글 잘읽고 갑니다.
철부지 새댁 시절..
때때산골 시댁에 가서 첨 보았던 과즐..
펑튀기 앞뒤로 노릇한 조청을 바르고 쌀튀긴걸 바르던 저 강박...
역시나 열무김치님의 둥지엔 아련한 고향에 정취와 내음이 있어 참으로 평온해집니다
걱정이 되어 잠시 들렸습니다.
부디,건강한 몸으로 얼른 호전되길 빕니다. [비밀댓글]
저는 시장 아는집에서 만원어치 떡 그리고 오천원어치 만두를 사면
실컸 먹어서 매년 사다 먹는답니다.
화롯불에 구어 먹는 가래떡맛은 기가막히죠.
어쩌면 그것이 사는맛이 아닐까요...
늘 (즐)겁고 행복하세요.(^^)*
열무김치님 글 읽으면서 저는..'맞어. 그랬었지..' 하네요.ㅎㅎ
저의 기억력은 거의 흐릿해져서 이런글을 읽어야만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답니다.
어찌나 글을 맛깔나게.. 잔잔하게 잘 쓰시는지 감동하며 읽었습니다.
이번에도 시골에 계신 엄마가 가래떡을 떨어서 보내주셔서 먹었는데..
두 노인네가 앉아서 밤새도록 떡을 썰으셨을 수고를 이 글을 읽고서야 알게 됩니다.
받는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그 감사함을 모르고 살고 있다니..
참 무심한 딸래미입니다.ㅜㅜ
그래도 덕이라도 썰어 주시니
참 다감하신 분이시군요
전 아예 방문을 닫아 버렸지요~~ㅎㅎㅎ
그렇습니다
요즘은 때때옷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도 없고
어머님이 해 주시던 조청도 없고~~~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우리도 나이 들어 간다는
증거이겠지요
늦은 새해 인사 올립니다
올해도 늘 건강 하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 하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산마을님을 보면 제 친구가 생각이 납니다.
그 친구는 중학교 다닐때부터 남다른 글재주로 많은 글을 썼지요.
당시 허름한 노트 수십권에 글을 쓴 걸 제가 밤새 읽었던 기억도 나는데요.
집안이 워낙 가난해 상급학교 진학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후보자 명단에 까지 올랐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글 쓰는 일을 못하고 홀로 살고 있습니다.
그의 글솜씨가 아깝고 빛을 보지 못함이 아깝고 그러네요.
늘 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아이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지내시다 다음날 바로 떠나서 휑하니 쓸쓸하셨겠어요.
공부 많이한 자식은 자기 자식 아니랍니다.
나라의 자식이지요.
열무김치님 사시는 모습을 보며는 우리네 살던 삶이 보입니다.
떡을 썰어야 명절이지요.
떡을 해오면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먼저 구어 먹는것 부터 생각을 했었습니다.
열무김치님댁은 석쇠위에 돌을 놓고 구우니 노릇노릇 맛있게 구어지고
저는 처음 보는데 좋은 방법이네요.
떡을 구어 남편은 간장, 며느리와 아이들은 꿀, 저는 반듯이 그냥먹지요.
그냥 먹어야 구운떡 제맛이 납니다.
사진을 보니 먹고 싶어집니다.
돌을 달구어 구우면 좀 낫더군요.
사실 가래떡은 화롯불 잿불에 묻어서 구워야 제맛 입니다.
저두요, 구운떡은 그냥 먹는게 더 좋습니다
조청을 발라 먹으면 떡맛을 잘 모르니까요.
하지만 조청 맛 보기도 여간 어려운게 아니니 가뭄에 콩나듯 구경 합니다.
아직 어머님이 게시고 하던 방식이 남아 있어 이렇게 합니다만 며느리를 보면 이렇게라도 못할것 같네요.
그거 좋아하지 않을테니 말입니다.
그냥 시장에 가서 사다가 먹어야겠지요.
설이라는 명절이 여자들에겐 그저 귀찮은 존재가 되어 가는것 같습니다.
하룻밤 자고 떠나 버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가래떡을 써는 모습을 보니 옛 추억에 젖습니다.
어쩜 떡을 저리도 예쁘게 썰었는지
한석봉 어머니 못지않습니다.
설날을 며칠 앞두고
엄마가 가래떡을 뽑으러 방앗간에 가는 날이면
새벽부터 일어나 기다렸던 기억이 납니다.
먹을거리가 지천인 세상이라 그런지
요즘은 유년에 먹던 그 가래떡 맛은 나질 않더군요.
설날 먹지 못했던 떡국을 내일 아침엔
꼭 끓여먹어야겠습니다.
구워도 먹고요.
찹쌀 과즐~~
튀밥이 묻은 유과를 과즐이라고 부르나요?
저는 처음 들어본 이름이라서요.
떡은 아내가 시범을 보이고 똑같이 썰으라고 엄명을 내렸지요.
원래 남자들이 더 잘합니다.
떡을 방앗간에서도 썰어 주는군요.
전 한번도 본적이 없어서 ..
시장에 가면 예쁘게 썰어서 봉투에 담긴게 많으니 굳이 집에서 썰 필요도 없지만 아직 어른이 계시는 저의 집에선 매년 이렇게 합니다.
떡국 꼭 끓여서 드십시요,
과즐이라는 말을 잘 사용하진 않지만 거의 표준말로 쓰입니다.
방언이 많지요,
보기는 간단해 보여도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손이 많이가는 까닭에 만들어 먹기 쉽지 않지요.
대신 맛은 좋습니다.
시장에서 사는건 너무 달아서 금방 질리지만 찹쌀 과즐은 많이 먹어도 담백해서 물리지 않습니다.
막걸리를 넣기도 해서 소화도 잘 되구요.
이젠 여간해서 얻어먹기 힘 든 음식이 되었습니다.
구워먹었답니다...^^
지금도 어쩌다가 떡집에서 모락모락 고운 김나는 가래떡이
기계에서 나오는 풍경을 만나면 말랑한 유혹을 느끼곤 하죠.
찹쌀과즐....
저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아 그렇구나
이렇게 늦은 안부를 전합니다.
설레는 봄소식도 기다리고 있지요.
평안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