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참외
장거리를 다녀 오다가 재미난 광고판을 보고 차를 세웠다.
지금 세대들은 개똥참외란 말이 생소 하겠지만 구 세대들에겐 낮익은 단어다.
사전적인 의미는 길가나 들 같은 곳에 저절로 자라서 열린 참외를 말한다.하지만 저절로 참외가 달릴리 만무다.
지금이야 화학비료가 넘쳐 나지만 화학비료를 제대로 쓰지 못하던 시절엔 가축 분뇨나 인분을 각종 농산물 부재료에 섞어 거름으로 사용했다.사람이 먹다버린 참외 조각이 개 밥그릇에 들어갈 수도 있어서 이를 먹은 개가 밭이나 들에 변을 보면 변속에 섞인 참외씨가 싹을 틔우고 자라나 애기 주먹만한 참외가 달리는데 이를 개똥참외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론 개의 변 말고도 사람의 변으로도 이런 과정이 있었는데 거름도 변변찮은 땅에서 성글게 자라난 참외 덩굴에서 실한 참외가 열릴 수는 없기에 알도 잘고 맛도 별로였다.
말 그대로 하면 듣기에 따라 거북하지만 식물이 다른 매개체를 이용해 후손을 퍼뜨린다는 관점에서 보면 별스러울것도 없다.
지금에 와서 개똥참외는 끈질긴 생명력이나 어린날의 추억과는 거리가 먼, 볼품 없거나 하찮은 대상을 비유하는 말로 쓰여지는 경우가 더 많다.
잡초가 수북한 밭 한쪽 귀퉁이나 들에서 우연하게 개똥참외를 발견하게 되면 당시의 어린이들에겐 횡재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무렵 어머니는 충청도 충주에서 목화농사를 조금 하셨는데 목화밭 사이에 참외 덩굴이 더러 있었다.
덩굴 길이도 짧고 형색도 초라한데도 참외는 대여섯개가 넘게 달려 있곤 했다.
그걸 좋다고 따 먹은 기억이 있는데 맛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개똥참외 20개에 만원이라는 문구에 홀라당 넘어가 들어서긴 했지만 만원에 20개를 준다는 참외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애기 주먹만한 크기의 초라한 모습이었다.
"에이...아저씨. 이게 만원에 20개예요?"
"어이구.. 이래 보여도 무농약 친환경으로 키운거라서 껍질채 그냥 먹어도 괜찮다니깐요."
하이고야...둘러대기는..
왜 하필 개똥 참외라고 써 붙여 놓았냐니까 친환경으로 키운거라는 의미가 담겨 있단다.
좀 먹을만한건 바로 위에 진열이 되어 있었는데 대여섯개에 만 오천원에서 이만원을 부르고 있었다.
말씀을 재미나게 하는 주인장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냥 나올 수 없어 만 오천원을 주고 애기 주먹보다 조금 큰 녀석을 샀다.
주인장은 인심 쓴다며 한개를 더 얹어 주었다.
오가는이 별로 없는 한적한 시골 도로변의 개똥참외 가게는 좀 쓸쓸해 보였다.
"이게 만 오천원이야?
할인마트에 가면 이거보다 더 좋은것도 이렇게 안간다니까"
봉지를 열어보던 아내가 역시나 잔소리가 나온다.
"그냥 먹어 둬.개똥참외라니깐."
*아래 사진 한컷은 옮겨온 사진 입니다
생각보다 무지 달아서...좋았거든요
이 참외를 보니..당장 인근 마트로 달려가고 싶어지네요...ㅎㅎ
그래서 개똥 참외구나
왜 하필 개똥 참외까 궁금했는데
하나 배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마트에 참외 많이 나오던데
요금은 과일이 때가 없지요..
- Captain Lee
- 2012.04.21 03:19 신고
- 수정/삭제 답글
그날은 복권 당첨 보다 더 신나고 멋진 날이지요
하나 들고 집에와서 동생과 나누어 먹던 생각
멋진 추억을 되살이어 주시는군요
고은 주말 되세요
남자들이 인심 쓴다고 사오면 대개는
마누라한데 한소리 듣지요.
역시 들으셨네요.
암튼 뜨거운 여름날 단 내나는 참외는 일품이지요.
모처럼 휴일 비로 죽 쑤고 . . . 이거 주말마다 비오면 안되는데 . . .
내주나 기다려야겠습니다. 대전에서 해병대 동기회가 있는데
만나면야 반갑지만 술 먹을 일이 걱정되는군요. ^^
울 엄마는 개똥밭에서 굴러도 저승보단 이승이 좋다고 하시던말씀 문뚝 떠오르네.
어렷을때 먹었던 개똥참외는 아닌것같고 정겹게 들리라고 이름만 무늬는 아닌데...
[비밀댓글]
작년에 텃밭에 열린 것 따서 먹었는데 잘 자란 놈은 일반참외와 같은 크기에 같은 맛이죠.
다시금 예전 기억을 떠 올려 보네요.
참외 농사 지은 분 센스있는 분이시네요.
개똥 참외란 미끼 상품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
꼭 짐승의 변으로 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먹고 버린 씨앗에서 나는수도 있으니까요.
거름이 많은곳에 자란것은 말씀처럼 크기나 당도도 비슷하겠지만 보통 아무곳에 버려진 씨앗이 환경이 좋은곳에서 자랄기회는 드믈지요.
개똥참외는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속담도 그래서 생겼나 봅니다.
오랫만에 오셨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어릴때 집앞 텃밭에 심지도 않은 참외가 자라면 엄마가 개똥참외란걸 가르쳐 주었어요.
뭐 그리 깔끔한 인상은 못되지만 작고 못생긴 참외는 왜 그리 맛있어 보였는지.
요즘은 사시사철 비닐 하우스에서 재배를 하여 흔하기도하고 당도도 좋지만
어릴때 원두막이 달린 참외밭으로 참외를 사러 가던 그림을 따라 갈 수는 없지요.
갑자기 참외....먹고싶다.ㅋ
그래도 그 단어가 다정하게 들리는건 묘 한 일입니다.
오늘 기온이 한여름처럼 올라 갔네요.
내일 비가 많이 온다는데 비 그치고 나면 녹음이 한층 더할것 같습니다.
온 가족이 소풍을 한번 떠나 보시지요.
저도 저런 광고판을 흔히 보곤 하거든요..
참외는 분명 우리가 흔히 먹는 그냥 참외인데 말이지요..
그런데 가운데 삽화를 어쩜 그렇게 글와 잘 매치되게 넣으셨는지요?
오랜만에 초등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삽화에 시선을 오래 빼앗겼습니다..ㅎㅎ
요즘 참외 디게 비싸더군요..
비싼만큼 달디 달구요..^^
아랫사진이 개똥 참외지요(^^);
저도 어린시절 고추밭 고랑에서 몰래 자라서
탐스럽게 익은 시커먼 개똥참외를 먹은적 있는데
그게 제겐 처음이자 마지막인 오리지날 개똥참외였지요(~)(~)
속이 주황색으로 잘익었고
맛이 어찌나 달던지 밤나무밑에서 혼자 숨어서 먹었습니다(><)(><)(><)
열무김치님 표현처럼 아마 두엄으로 퍼진 씨(앗)이 자란듯 싶습니다.
요즘 개똥참외는 그맛이 아닙니다.
먹거리가 귀했던 시절 제가 너무 맛있게 먹어설까요(?)
참외가 아직 제철이 아니라서 그런지 많이 비싸더군요
ㅎㅎ 잔소리 들으실일을 하셨네요 ㅎㅎ
하지만 비싼만큼 맛을 있었을테지요? ^^
개동참외는 우리 어릴 대만 해도
많이 보았고 집에서 직접 심어서 다 먹기도 했지요
고운 추억에 젖어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