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할아버지 이야기
시골 장모님이 사시는 곳에 가면 어쩌다 만나는 할아버지가 계시다.
봄에는 망태에 무언가를 담아 열심히 밭으로 나르시고 여름엔 뙤약볕 아래 김 매는 모습을 뵙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근방을 지나도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 그 근방을 지나다 소식이 궁금하여 일부러 들렀다.
털이 숭숭한 강아지는 멀건이 바라만 볼 뿐 짖지도 않는다.
"계세요."
큰소리로 불렀지만 인기척이 없다.
몇 번 노크를 하다가 슬며시 방문을 열어 보았다.
방안엔 아무도 없다.
어디선가 소리가 나기에 자세히 보니 작은 라디오가 제혼자 닐리리를 부르고 있다.
덩그런 방안엔 살림살이가 거의 없어서 휑하게 보였다.
"야,강아지..할아버지 어디 가셨는지 몰라?"
순순한 녀석은 슬며시 일어 나더니 멋적게 꼬리를 흔든다.
먹을것도 안주면서 물어보는 내가 글렀지.
언덕을 내려 오는데 경차 한대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지나가는 차안에 할아버지가 타고 계시는 듯 했다.
다시 할아버지 집으로 올라갔다.
뭐가 그리 급한지 경차는 먼지를 냅다 일으키며 내뺐다.
"할아버지 안녕 하세요.."
"어, 尹씨구만. 웬일이여.."
구부정한 모습으로 환한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는 얼굴이 초췌해 보였다.
"어디를 다녀 오세요?"
"응..병원에. 당췌 다리가 아파서.."
그동안 많이 아프셨단다.
재작년 봄 할머니 먼저 보내고 몸도 마음도 많이 쇠약해 지셨다고 했다.
강냉이 말린걸로 튀밥을 튀겨 왔는데 먹을 사람도 없으니 가져 가라며 주섬주섬 싸 주신다.
"봄에 부침이를 할거같지 않어.."
"왜요, 아직 정정 하신데요 뭐."
"아니여, 같이 할때는 그럭저럭 했는데. 뭐..때도 됐고.."
........
"아드님 한테 가시지요"
"올라 오라기는 하는데 걔들도 살기 벅벅하고. 여가 편치."
"날씨 풀리면 많이 좋아지실거예요.농사 또 하셔야지요."
빈손으로 간게 마음에 걸렸다.
올려다 본 1월 하늘은 코발트 빛이었다.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일이죠..
정말 오랜만에 새해에 인사드립니다
잘 지내고 계셨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언제나 행복 가득한 2012년 되셨으면 합니다 ^^
살아가시는 이야기 할아버지 고향이야기 를 느껴 봅니다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복많이 받으세요
할아버지 늘 건강했으면 좋겠네요.
지금 생각하면 어머님에 대한 제일 큰 불효는
늘 혼자 계시도록 했던 부분입니다. 얼마나 외로우셨을지 . . .
다음에 가면 꼭 드실거 사다 드리려고 합니다.
저의 어머님도 홀로 계시는 시간이 많습니다.
제가 출근하면 덩그런 방안에 종일 TV와 함께 계시는셈이지요.
집사람은 또 일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구요.
말씀처럼 대화 할 상대가 없다는게 가장 큰 외로움이 아닐까 합니다.
하여 퇴근후 함께 TV도 시청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지만 그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그나마 지금의 부모들은 자식들과 대화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앞으로는 그마저도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랫 사진은 할아버지 집 밑의 풍경 입니다.
- ★ 미다스 kan7ry
- 2012.01.08 15:58 신고
- 수정/삭제 답글
하루하루가 다른것이 또한 세상사이기 때문에
연로하신 분들에게는 그렇더라구요
자주 찾아뵙고, 얼굴도장 잘 찍어야해요..(ㅎㅎ)(ㅎ)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일주일전까지 멀쩡하신 할머니 돌아가신 후부터
달리보게 됩니다. (ㅎㅎ)(ㅎ) [비밀댓글]
위에 글을 읽으면서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사랑을 하면 알게되고
알게 되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고....
요즘 자기 부모도 들여다 보지 않는 세상에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위에 글이 열무김치님을 말하네요.
또한 우리들의 미래 모습이 아닐까 하는생각도
누가 그러더군요
나이가 들수록 혼자인 연습을 하라고...
자신의 편안함 보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겠지요..
건강이라도 좋으면 걱정이 없겠는데
건강이 여의치 않으면 시골살림 많이도 힘들던데
마음이 짠하셨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