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초
유난히 비가 잦았던탓에 올해 모든 농작물 작황이 예년같지 않다.
밥상에서 심드렁하게 보이던 배추 김치가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을줄 누가 알았겠는가.
등산로 주변에 밭을 일구어 고추를 조금 심었는데 오가면서 따온 고추를 그동안 말렸다.
하지만 이틀이 멀다하고 비가 내리다보니 저녀석이 마르는동안 햇볕을 며칠이나 봤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말리다 비에젖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 오기를 수차례..
그래도 햇볕에 고생해서 말렸다고 명색이 태양초다.
직접 가꾸어 고생을 해서 말린탓에 고추 모양새는 별로지만 아내는 일일이 닦고 문질러 비닐부대에 담았다.
거.. 시원찮은 녀석은 버리라고 했더니 말리느라 고생 했으니 그놈도 아깝다고 그냥 담는다.
농사용 비닐이 흔치 않았던 시절엔 맨땅에 그냥 고추를 파종 했는데 서리 내리기까지 기껏해야 두어번 고추를 딸 수 있었다.
방안에서 한시름 죽인 고추는 볕 좋은 마당 한켠에 멍석을 깔고 팔자 좋게 자리를 차지했다.
가을 햇볕은 금빛이라 했던가.
붉은 광택에 달그락 거리며 말라가는 고추는 말 그대로 태양초였다.
꼭지가 노랗게 마르면 당시 농촌에 많이 퍼졌던 밀가루 부대나 나이론 부대에 담겨 헛간이나 광 의 좋은 자리에 모셔졌던 태양초.
서울 큰아들, 어디 어디의 딸이 고향을 찾으면 어김없이 들려졌던 태양초는 이제 아스라한 추억으로 잊혀져 간다.
올해 같은해 태양초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듯 하다.
보통의 농가에서 많은량의 고추를 태양에 일일이 말리기가 여럽기 때문에 사실 진정한 태양초는 구경하기 힘들다.
해서 숨죽인 고추를 대형 비닐 하우스 안에서 수일간 볕에 말리는데 그나마 이런고추는 태양초 대접을 맏을만 하다.
농사를 크게 하는 농가는 건조기를 사용하여 고추를 말리는 수 밖에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언제 부터인가 우리들은 토종을 찾고 원시적인 방법으로 말린 고추나 곡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첨단으로 달려가는 과학 문명의 시대..
몸은 그리로 달려 가면서 가슴은 뒤돌아 본다.
투박하게 끓여내던 구수한 어머님표 된장찌게를 잊지 못하는 가슴 따스한 세대들의 비애다.
내가 태양초을 만들었다는 보람이 있은 것 같습니다..
즐감합니다
싸모님의 노고가 대단하시네요.
저도 몇번 해보았지만 장난이 아니지요.
아무나 태양초 먹는것이 아닙니다.
정말 소작으로 내 먹을것만 기르시는 사람들 빼고선요
문명이 발달해서 대량으로 고추를 말리고 생산한다 해도 어디 예전 자연의 바람과 햇볕으로 말린 그런맛을 따라갈수 있나요
부지런하신 사모님의 노고로 옛맛을 즐길수있으니 복인가 합니다 ^^
배추 시세가 저런데 농가에도 도움이 되는거야? 했더니
시세를 다른 해보다는 잘받았지만 이미 밭떼기로 계약이 되어서
시세와 농가 수익과는 별개랍니다.
여태까지 팔지않고 버틸 배짱을 가진 농부는 없을거라는군요.
유통업자만 돈 버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