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김치 2010. 6. 16. 11:00

땀이 쏟아졌다.

하늘은 가림막 없이 그대로 쏟아지고.

실내로 들어와 선풍기를 틀었다.

 끝내지 못한 일들이 많아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뜨거운 땡볕으로 나와 제품 정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옆으로 다가 앉았다.

그리곤 주섬주섬 일을 거든다.

?

곁눈으로 보자 싱긋이 웃곤 별일 없다는듯 또 다가 앉는다.

"그거..그렇게 하면 안되는데..그냥 두세요.

도와 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들었는지 말았는지 하던일을 계속한다.

멀뚱이 보고 있다가 조금 더 큰소리로 말했다.

"누구신데..그냥 두시라니까요. 그거 그렇게 담는거 아니예요.

놔 두시고 ...안 도와 주셔도 됩니다."

그가 하던일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 보았다.

"아따, 그양반 정색을 하기는.. 거..담배나 한대 주쇼"

...........

아무 대꾸가 없자 그가 길바닥에 떨어진 꽁초를 주워 입에 물었다.

"만수무강 생각 하시는 양반 여기 또 있구만."

하늘로 담배 연기를 휘하니 뿜어내던 그가 손을 내밀었다.

"2,000원만 주쇼."

내가 멀뚱이 바라보자 그가 돌아서며 말했다.

"2,000원치 일은 한거 같은데... 빡빡 하구만.

싫으면 그만 두시고."

매장안에 있던 점주가 빙긋이 웃더니 나를 불렀다.

" 쟤 , 원래 저래.나쁜 사람은 아니니 개념치 말라고."

 

골목을 돌아 나오다 그를 만났다.

그가 빙긋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주차가 많이 되어 있어 몇차례 돌아 나오는데 백밀러로 그가 전봇대에 기대어 앉아 있는게 보였다.

잠시 주춤거리다 차를 세우고 그에게 갔다.

"여기..2,000원 있어요."

돈을 내밀자 그가 웃었다.

"괜히 해본거요. 안줘도 되니 가 보시우"

 

별...

화물차로 오더니 그가 농담처럼 말했다.

"돈은 됐고..저..형씨 나 며칠동안 일 좀 시켜 주시우.

나..보기보다 일 잘해"

황당한 표정을 하자 그가 큰소리로 웃었다.

"왜 빈대 붙을까봐? 그렇게 보였으면 할 수 없고.."

 

 

 그와 함께 다녔다.

그는 제대로 먹지를 못했는지 땀을 비오듯 쏟았다.

"거...생각보다 힘드네. 형씨 그나이에 대단하우."

그는 밥 먹는 시간  말고는 쉴새없이 떠들었다.

하지만 시키는 일은 꼼꼼하게 했다.

눈치도 빨라서 이틀정도 지나자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했다.

 일주일쯤 되는날 그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다른곳으로 가야 한다며 인사를 했다.

"왜?..일하고 싶다면서요?"

그는 뒷머리를 긁으며 모자를 벗었는데 머리숱이 너무 없어서 갑자기 나이들어 보였다.

"형씨..사람볼줄 알어. 나 인정해 줘서 고맙고.."
돈을 내밀자 받아든 돈을 두어번 세어보던 그가 그중 반 가까이를 불쑥 내밀었다.

"나..이거면 돼. 써준게 어딘데.."

그는 다짜고짜 돈을 차안으로 던지고 골목으로 총총이 사라졌다.

난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멍하니 그가 사라진 골목길을 바라다 보았다.

 

그가 건네준 전화 번호는 웬 여자가 받았는데 그런 사람 모른다며 야멸차게 전화를 끊었다.헛~ 거 참...

 

 

 

 

 

지난 인연이 되어 버렸네요.
좋은 인연이 될려면 다시 찾아 오시겠지요.
좋은 인연들로 웃을수 잇는 날이었으면 합니다.
좀 머엉하겠군요.

나쁜 사람도 아니고 일 할줄 도 알고 . . .
무리한 삯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 . .

여러사람 사는 세상이니까요.
여름이 끝날 때 까지 간간히 생각나겠군요
열무김치님의 일상에서 일어난 한 사건인데
한편의 꽁트를 읽은것 같네요..
읽으며 마음한구석이 짠 합니다...
아마 그 남자는 자존심이 엄청 강한사람 인가봐요..
저도 소설 한 대목을 읽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러다 두 내외분의 대화려니 했는데..
시골의 정감이 묻어나네요..
허..거참... 별일도 다 있습니다...
그래도 따뜻하네요
열무김치님 마음이 너무 감사하여 이밤에 하얗게 웃고 있습니다.
요즘세상에 사람을 믿고 인간적으로 대하는 열무김치님이 제 이웃인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감사하네요.
따스한 글에 마음이 빗물에 녹아 듭니다.
행복함은 이렇게 글을 통해서도 충분히 안을 수 있음이
오늘따라 더 고맙습니다.
그분,참 좋은 분 같은데....또 어디로 가셨을까
가끔은 선입견이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마치 세상을 초월한 듯한 분에게서 그런 면을 보네요.
사랑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