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단지
우리집은 지금도 약간의 토종꿀을 단지에 담아 보관하고 있다.
물론 어머님이 그리 하신다.
초등학교 3학년때쯤으로 기억한다.
어머님은 토종꿀을 작은 단지에 넣어 희한하게도 천정에 꼭 매달아 놓으셨다.
무명실을 여러번 꼬아서 문종이를 감은 단지주둥이를 꽁꽁 맨다음 천정에 매달아 놓았는데 우리 남매는 그게 영 못미더웠다.
아무리 손을 뻗어 보아도 잡히진 않고 갖은 궁리를 다해도 저놈의 꿀단지를 끌어내릴 방도가 없었다.
당시 천정은 지금처럼 도배를 한게 아니라 지붕의 서까래가 훤히 보이는 상태였다.
하루는 베게를 있는대로 쌓아놓고 그위에 서서 허둥댔지만 헛수고였다.
이번에 동생을 엎드리게 하고 그 위에 올라가 빗자루로 휘저었지만 역시 헛수고였다.
동생은 밑에서 나 죽는다고 객객 소리를 질렀다.
재래식 변소간을 치는 거시기 바가지가 있었는데 그게 아주 적절한 도구로 보여서 그걸로 꿀단지를 어찌 해 보겠다는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긴 장대에 달린 거시기 바가지를 도랑물에 대충 씻고 방안으로 들고왔다.
하지만 바가지 무게가 간단한게 아니어서 어린 우리에겐 무리였다.
도끼로 긴 장대를 잘라내고 다시 시도를 했다.
얼마를 휘저었지만 꿀단지가 워낙 단단이 매달려서인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나보다 힘이 쎼었던 여동생이 나를 밀치고 달겨 들었다.
우악스럽게 바가지를 휘젓더니 드디어 꿀단지가 떨어 졌는데 바가지 안으로 들어 가야 할 꿀단지가 야속스럽게도 방바닥으로 사정없이 내동댕이 쳐졌다.
다행이 꿀이 솔아 있어서 덩어리는 남았지만 온 방바닥에 꿀이 널부러 졌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좋다고 그 꿀을 훑어 먹었다.
거시기 바가지를 멀리 갖다 버리고 증거 인멸을 시도 했지만 그날저녁 우리 남매는 빗자루 몽둥이로 흠씬 매타작을 당한뒤 뒷산으로 쫓겨났다.
지금도 그 꿀단지가 있으니 참으로 꿀단지의 생명이 모질다.
- ★ 미다스 kan7ry
- 2010.05.26 10:16 신고
- 수정/삭제 답글

불굴의 의지로 드시긴하셨군요
저는 숨겨 놓은 꿀단지병을 훔쳐먹었습니다.
독해서 한 술밖에 먹지를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조금씩 조금씩 몇번 훔쳐 먹었습니다.
쫓겨 났어도 그 꿀맛은 잊지 못할 듯 합니다.
지금 꿀을 먹어도 그 맛은 안난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비가 멎었습니다.
거리가 조금은 맑아진듯 하네여
활기찬 하루 되시길요
어느 가정이나 있었던 일 같습니다..
이 글을 보니 좀 맛있는 것 감추워 놓고 하면 그놈 찾아먹고 혼났던 생각이 나네요.
즐감합니다
재밌는 추억이네요.
어릴때는 왜 그리 꿀이 더 달았던지....
전 엄마 젖이 모자라서 당원 물을 많이 먹고 자랐다고 합니다.
그 시대는 꿀이 귀하여 어머님이 그리 매달아 놓으셨던가 봅니다.
어머님보다 그 꿀단지를 낚아챈 자식들의 승리였지만은....
아...맞다.
달달한 음식 만들때 넣던거..
그거 혹시 사카린 비슷한거 아닌가요?
지금도 시장에 가면 식혜나 수정과 만들때 넣는 달달한거 팔던데.
똥바가지로 꿀단지를...
애고...맞아도 싸지....캬캬캬
울집은 구경은 커녕 꿀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컸네요 ....
참 어릴적 추억들은 커서도 항상 가슴한쪽에 자리잡고 있느것을 보면
망각되어 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요 ,,,,,
전 지독히도 가난했던 기억만 남아 있네요 ,,,,
먹을것이 없던 시절이라 재미있는 기억들이 많이 있지요.
그림이 넘 재미있습니다.
열무김치님이 그리셨나요?
명절이라 수정가를 시어머님이 해 놓으셨는데
첫아이 임신을한 저는 수정가가 시원하고 맛이있어서 많이 퍼 먹었던기억이 납니다.
그때서야 시어머님이 임신한줄 아셨죠.
그래서 무사했지요.
하지만 아무리 시골이라도 토종꿀은 여전히 귀할텐데
매타작과 퇴출이었으면 선방인 것 같습니다.
도시에서는 꿀은 꿈도 못꾸었지요. 단지 좋은 세상에는 그런 것이 있달뿐 . . .
위 어느 님 말씀 ; 당원이 생각납니다.
당원, 신한당, 신원당 그러다가 뉴슈가가 나온 것 같습니다.
저 어릴 때도 과자는 귀했고 어느날 치약을 처음 보고
고 맵싸한 맛에 끌려서 럭키 치약을 다 빨아먹고서
혼나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이런양반 또 있었네.
당원의 역사를 한줄로 꿰시네요.세잎 클로버님이 보시면 밑줄치고 외우실것 같습니다.ㅎㅎ
저의집은 지금도 여전히 직은 단지에 토종꿀이 있는데 그게 진짜 토종꿀인지는 저도 확신을 못하지만 아마 어머님이 돌아 가셔야 토종꿀 이야기는 끝이 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