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순이
요즘 갑자기 베이비붐 세대 얘기가 여기 저기서 튀어 나온다.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난것처럼 난리다.
하긴 발등에 불이 됐으니 호들갑을 떨만도 하겠다.
베이비붐 세대..
6,25 전후 국가에선 인구 장려책을 썼다.
사실 굳이 인구장려책을 쓰지 않아도 별다른 피임법이 없었던 당시로서는 도리없이 아이를 많이 낳을 수 밖에 없었다.
제 먹을건 타고난다하여 어느집 불문하고 보통 너댓씩 아이를 낳았다.
뭐..남 말 할것도 없이 우리집도 11남매였으니 당시의 상황은 물어보나 마나다.
게다가 질병이 많이돌아 낳은 아이가 자라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아서 다산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우리집 역시 내 위로 세사람이 병에걸려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고 사망했다.
남아선호 사상도 한몫을 했다.
아들이 없으면 집안이 망하는걸로 알았기에 아들을 낳을때까지 줄줄이 낳다보니 소위 말하는 딸 부짓집이 많이 생겨났다.
우리집도 딸 부잣집이다.
아들인 나 하나를 낳기위해 딸 7공주를 연이어 낳으신 우리 어머니..
나를 낳으시고 이제 그만 놓는다고 했는데 또 딸을 낳으셨다.
끝순이..
특별한 비책이었단다.
이름을 끝순이로 지으면 더이상 딸을 안놓는다고.
하지만 끝순이의 효험이 없었는지 다음에도 또 딸을 낳으셨다.
내 밑에동생 끝순이는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두고두고 원망을 한다.
하고많은 이름중에 끝순이라니..
해서 이름을 바꿨지만 끝순이의 귀신은 좀처럼 떠나질 않아서 지금도 끝순이로 더 빨리 통한다.
특히나 이름을 그리 지으신 어머님은 동생의 바뀐이름을 말씀드리면
정희가 누구고?
아..끝순이 말이예요.
근데 끝순이가 왜 정희가 됐노? 끝쑤이는 끝순이지..
헐..
끝순아~! 끝순아~
지금도 동생은 두주먹을 불끈쥐고 달겨든다.ㅎㅎ
동생 끝순이
1950년에서 60년도 사이에 태어난 지금 말하는 소위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예견된거였지만 수면밑에 가라앉아 있다가 막상 이들이 퇴직을 하는 나이가 되면서 없었던일이 새로 생겨난양 호들갑을 떠는 모양새가 되었다.
누구나 나이을 먹고 때가되면 현역에서 퇴직을 하는게 자연스런 현상인데 이게 문제가 되는건 이들의 층이 너무 두껍다는데 있다.
통계를 보면 이들의 수가 710만명을 웃돌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를 4000만명으로 볼때 거의 1/5을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올해 부터 몇년 사이에 300만명이 현역에서 물러나고 조만간 710만명 가까이가 직업전선에서 물러 난다는 얘기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게 된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부랴부랴 이들에 대한 대책을 세운다고 부산을 떨지만 이게 1~2년안에 해결책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그 수가 너무 많아서 해결책을 세운다 하더라도 그 효과가 얼마나 나려는지 심히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동안 이런 문제에 관하여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었던게 문제지만 그렇다고 국가를 나무랄 수 만은 없는 처지다.
근간에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여 정년을 더 늘리고 퇴직후의 삶에관해 교육을 한다는등의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정도의 발상에 그치고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고달픈 삶을 살았다.
사회적인 보장 제도가 전무했던 당시에 배운것과 가진것이 거의 없었던 이들은 맨몸으로 모든걸 해결했다.
근대화의 개발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산업전선의 최 일선에 있었고 사막의 나라 중동에서 돈을 벌기위해 갖은고생을 다했다.
거친 세파를 헤쳐 나오느라 자기의 앞날을 생각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로,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억척 세대로 남을 수 밖에 없었던것은 어찌보면 숙명과도 같았다.
더 넓게보면 이 시대의 마지막 농부로, 마지막 어부로,마지막 가장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제 이들이 직장을 떠나 가정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들을 반갑게 맞을곳이 별로 없다.
준비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때문이다.
굳이 통계를 들추지 않더라도 이들에게 남은건 얼마의 퇴직금과 얼마나 보장 되려는지도 알수도없는 국민연금이 대부분이다.
괜찮은 직장에서 쓸만한 퇴직금과 향후 연금이 보장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 얼마간의 자금과 집 한채 정도의 부동산을 소유한걸로 나타나 있다.
표본조사에 따르면 중간정도의 직장과 남들보다 좀 낫다는 직군에서 괜찮은 년봉을 받던 10명정도의 표준을보면 1억정도의 여유자금과 아파트나 주택 한채 정도의 재산이 있는걸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에겐 아직도 대학 교육을 마치지 못한 자녀들이 있었고 부모님 부양 문제나 자녀의 결혼 문제등이 남아 있었다.
개인 연금을 든 사람도 있지만 향후 수령액이 적은경우가 태반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걸로 나타났다.
뭐..남 얘기 하지말고 본인의 경우를 보아도 비슷하니 실감이 가는 일이다.
모시고 있는 부모님 세대는 어찌되었건 형편대로 부양을 해 드렸지만 정작 자신들은 이런 도움을 기대하긴 힘들게 되었다.
알다시피 요즘 세대들은 자기들 살아가는 일도 빠듯하니 뭔가를 기대하는 일은 애시당초 글렀고 이미 시대적인 흐름이 완전히 달라졌다.
더이상 부모에게 손을 안벌리면 다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럽에선 캥거루족이 너무 많아져서 골칫거리라는데 이게 남의나라 이야기만은 아닌듯하다.
신세타령을 백날 해봐야 달라질건 없을것같다.
국가에서 계획을 세운다지만 그 수용능력이 금방 드러날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후 세대에게 짐을 지운다는것도 정도가 있는것이어서 한계가 있는일이고 지금 아이들 취업 문제나 결혼문제등을 돌아보면 한숨 나오는 일이 많아 기대는 그만두고 제 앞가림이나 제대로 해 주었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경들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스스로 알아서 가는 수 밖에 없다.
장담하건대 동해바다에서 석유가 펑펑 쏟아지지 않는한 베이비붐 세대가 국가나 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으며 노후를 즐길일은 거의 없을것같다.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할것도 없다.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앞으로 40년 가까이를 노후세대로 보내야하는 이들은 기대치를 확 낮추고 생활비가 비교적 적게드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해야한다.
노후를 좀 더 근사하게, 우아하게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것이다.
나이들면 돈이 필요 없을것 같지만 늙어서 돈쓸일은 더 많아 진다고 한다.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고 평생 살아온 반려자를 잃고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이들도 많기때문에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기때문이다.
굳이 먼 앞을 보지 않더라도 지금의 노령세대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도 간단한 답은 나오리라고 본다.
그동안 부모님을 모시면서 느낀거지만 사람들은 노인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은근이 기피한다.
그러니 요즘세대들에게 부모공양을 말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방법을 찾아야한다.
없는게 아니다.
요즘 농촌이나 산골은 빈곳이 아직 많다.
지금도 젊은이들이 귀농을 하는일이 없진 않지만 막상가서 보면 사정이 판이하다.
700여만명이 어디로 간단 말인가?
이건 고민만 해야하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갑자기 비대해진 한 시대의 노년층이 사회의 큰 짐이 되어 나라 전체의 고민거리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갑자기 농촌으로 가는 일이 말처럼 쉽진 않지만 마음먹기 달렸다.
도시에서 나이든 사람들이 할일이란게 한정되어 있는데다 수요가 별로 없기때문에 도시에만 남으려고 하지말고 지금까지의 생활 방식을 과감히 전환하여 생활의 근거지를 바꾸는 방법도 괜찮다고 본다.
농촌은 우선 생활비가 적게들고 건강을 지키는 일에있어 더 유리하다.
특히 교통이나 통신, 의료 인프라가 예전같지 않아서 비교적 잘 구비되어 있고, 처음엔 다소 적응하기 힘이 들겠지만 어느정도 지나면 나름의 생존 방법도 터득하기때문에 도시보다는 한결 부드러운 삶을 영위 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그런 방법으로 이주를 하여 잘 사는 사람들도 많다.
시골에서 살아 본 일이 전혀 없어서 자신이 없는 사람들도 의외로 적응하며 잘 사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일각에서는 농촌에서 사는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데다 더구나 노인들이 지내기엔 함정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틀린말은 아니지만 예전과는 주거 환경이 너무 달라졌기때문에 시대적인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또한 우리가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는게 어디서 살고 안살고의 문제보다 더 크다는데 있다.
어끄제 사회면을 보자니 어느 퇴직자의 하소연이 눈이 띄였다.
"그동안 시간을 쪼개어 여러 자격증을 따고 직장 경력을 살려 이력서를 작성했지만 알고보니 자격증이나 경력등이 재 취업에 있어 나이 많다는 이유 하나로 모두 무시되어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 고..
국가가 국가 근대화에 앞장서온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복지혜택을 많이 주어서 언제 어디서든 먹고 사는일에 궁핍하지 않도록 보장을 해 준다면야 더이상 바랄게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걸로 봐서는 그럴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지금껏 말한마디 없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 져서야 난리를 치는것만 봐도 답이 나온다.
이런거 저런거 다 그만 두고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이들 세대를 떠받쳐 줄 후대들의 층이 너무 얇다는데 있다.
결국 자녀들에게 올인하고 부모님께 정성을 다한 샌드위치 베이비붐 세대들은 그 숫자가 너무 비대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소지가 다분해졌다.
공연히 회색빛 도심에서 거리를 배회하느니 좀 더 폭넓은곳으로 흩어지는게 본인들을 위해서도 나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 수건쓴 사람이 벌어 놓으면 갓 쓴 사람들이 한몫 하는게 세상 이치다.
좀 우울한 이야기지만 나중에 더 우울하게 되지 않으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을때 준비를 해야한다.
노후를 근사하게 보내려면 최소 4~5억은 있어야 한다는둥의 이야기는 들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그렇게 완벽하게 준비한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까.
이렇게 쓰고보니 무슨 큰 난리라도 날것같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만큼 국력이 커졌고 앞으로의 국력신장도 크게 기대가 되니만큼 희망을 둘 일이다.
다만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지 말아야 할것이다,
요즘은 무슨 일이든 즐기며 사는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노후 역시 다를게 없어 나이들어 가는일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노후에 여유있게 살겠다고 처해있는 현실을 너무 각박하게 살면 후일의 삶의질이 결코 여유로울 수 없다는 이론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끝순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 ★ 미다스 kan7ry
- 2010.01.14 21:37 신고
- 수정/삭제 답글
마지막 이름이 끝순이 였답니다..
하지만, 학교 갈때즈음해서 이름을 바꾸었답니다..
새롭게 다가오네요..
위로는 부모님을 모시고 아래로 자식들을 위하여 쓸어붓고..
이렇게 살다보니 주머니에 남은 것 은 별로 없고 ..
남의 일 같지 않은 말씀 입니다..
많이 동감되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열심히 벌고 시간과 돈을 적당히 쓰고 적당히 즐기면서
지금을 사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머리속에는 언제나 혹시가 두개 들어있습니다
혹시 오래 살지도 모르니까 조금 아껴가며 살고
혹시 갑자기 죽을지도 모르니까 조금씩 여유를 가지며 살고 ...
저는 우리 부모세대가 제일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글을 읽고 보니 우리가 불쌍한거 같네요
6.25동란 직 후 태어나...
가난한 것이 무엇인지...
민둥산이 무엇인지...]
국민학교에서 배급주는 옥수수빵과 우유가루가 무엇인지...
그러면서 부모님은 꼭 모셔야 했고...
그런데 정작 아이들에게는 바랄 수도 없고...
그렇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현재의 좋은 환경까지 살아 왔으니
나름대로의 은퇴대책을 세워 나가겠죠...
정부를 믿는 것 보다는 스스로...
좋은 하루 되세요^^


문제 제기에 명쾌한 답까지 주셔서 정말 도움이 되었네요.
막연히 두려운 생각만 했지 심각하게 생각을 않하고,
안일하게 살다가 큰일날 사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