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심야 영화관

*열무김치 2009. 6. 24. 17:14

영화를 좋아하지만 도무지 극장에 갈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그동안 사모은 영화 dvd가 꽤 되는데 언제인가부터 그마저도 잘 보게되지 않았다.

늦게 오면 피곤하고, 좀 보려고 하면 시끄럽다는 잔소리에 주눅이 들어서..

하지만 난 영화가 좋다.

그러다보니 알게 모르게 슬금슬금 영화에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기기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투자도 꽤 해야한다.

돌비 디지털 음향을 지원하는 리시버도 있어야하고 DVD 플레이어는 물론 5.1채널이나 7,1채널을 구현하는  컨텐츠물과 대용량의 스피커와 대형 TV도 있어야 한다.

요즘들어서는 HD 소스를 지원하는 블루레이 DVD 플레이어와 DVD 디스크도 나왔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대중화 되려면 갈길이 아직 멀어 보인다.

요즘은 이 모든걸 지원하는 세트품이 인기를 끌지만  아직은 기능이 한정된 세트품이 많고 제대로 된 안방극장을 만들려면 각기다른 단품을 직접 구매 하여야 하는데 많은 비용과 발품이 필요하다.

전에는 그저 사치품으로만 여겨지던 이런 안방극장용 품목들이 요즘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데는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영상 가전제품들의 공이 크다.

근레에는 프로젝터들이 발빠른 약진을 하고있다.

한때 공공기관이나 대형 교회,학교등에서 회의 자료나 학습용으로 간간히 쓰여졌지만 어느날인가부터 일반 가정으로 파고 들더니 각 메이커마다  성능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을 대폭 완화한 가정용 프로젝터를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들이 현실로 진행 중이다.

 비용이 다소 들기는하지만  안방에서 극장 못지않은 화질과 음향으로 영화를 즐기는 영화 매니아들이 늘어 나면서 극장이라는 오픈된 공간이 다소 위축된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컨텐츠가 아직은 이를 뒤따르지 못해 신작을 보기 어렵고 공간을 많이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대중화를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아직은 많다.

한때 비디오 대여점이 인기를 끌던때가 있었다.

지금도 영업을 하는곳이 있지만 DVD라는 매체가 나오면서 이제는 사양길에 접어 들었다.

하지만 이 dvd도 대용량의 하드 디스크의 출현에 슬그머니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파일이 큰 hd소스가 속속 나오면서 이를 수용하여 즐기기엔 dvd는 한계가 있었기때문이다.

아마 조만간에 인류는 손톱만한 크기의 메모리에 보통 4GB 정도를 필요로하는 영화를 수십편 내지는 수백편을 담는 기술을 이루어 낼것이라는 생각이다.

그 이전의 초창기 비디오 테이프는 간단하게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서민적인 매체였다.

 끊임없는 요구로 디지털 영화는 고화질과 첨단음향으로  진보했지만 고비용 이라는 단점 때문에 아직은 시간을 더 필요로 하고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왜 했지?

 

볼일이 있어 시내를 나갔다가 근래 개봉한 영화를 보고싶은 생각에 심야 영화관을 찾았다.

한데 너무 조용했다.

얼마전에 깨끗하게 지어서 개관한 곳이라 시설도 좋았다.

?

몇몇 오가는 사람도 다 학생들 뿐이고..

그냥 갈까,,

그래도 이왕 맘먹고 왔으니 보고 가자는 심산에 표를 끊었다.

7,000원..

시간이 좀 남아서 신문을 뒤적거리다 하도 조용해서 안내하는 사람에게 물었다.

매일 이래요?

대답대신 가벼운 미소가 돌아왔다.

상영시간이 다 되어서 입장을 하려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재차 물었다.

"지금 상영하는 영화 몇명이나 보지요?"

..........

안내인이 잠시 통화를 하더니

"저..아저씨 한 분 이랍니다."

.............

한 사람이 있어도 영화를 상영 한단다.

순간 망설여 졌다.

이런...

이건 아니다 싶어 양해를 구했다.

규정이야 그렇겠지만 나 한 사람을 위해 그 큰 영화관을 가동 한다는건 보통 낭비가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 말을 들은 안내인이 머뭇거리더니 전화를 걸고 환불을 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괜히 미안해 졌다.

하지만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시간 가까이 영사기를 돌려야 하고 꽝꽝 울리는 음향에 에어컨 가동까지..

나만을 위한 특별한 기회가 될 수도있겠지만 보고나면 죄를 지은것같은 느낌이 들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이렇게 영업이 안되면 어쩌나..

그것도 큰 도시의 11시 영화인데다 영화도 괜찮은 작품이고..

불황의 그늘이 깊어서일까?

뭘 이런 걱정까지..

환불을 받으면서도 괜히 미안하고 덩그러니 서있는 안내인들을 보기도 민망했다.

아마 내가 영업맨이라 그런걸 더 느껐었나보다.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설명이 안되는 묘한 기분은 처음이었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서로 먹고 살지.

 

 

 

 

 

어느 영화였나요??
재미있게 관람하셨으면 된거죠 ^^ㅋ

서울에는 영화관이 8천원은 기본이고 그것도 모자라서 만원까지 주말에 받는곳도 있던데..
항상 서울이라고 좋은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ㅋ
에고..보지 못했지요.
혼자서 볼 용기가 나지 않더라구요.
서울은 벌써 8,000원을 받는군요.
아마 조만간에 또 오를것 같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잘 대응을 하면 할인 받을 수 있는 폭이 꽤 되더군요.
자주 못보는게 탈이지만..
아웅... 아무리 심야영화라지만 사람이 그렇게 없다니...
말씀하신대로 불황은 불황인가봐요
저도 예전에 친구녀석이랑 단둘이서만 덩그라니 영화 본 적 있었는데, 마침 그때 본 영화가 공포영화라서 더욱 무서웠죠.. ^^
글 읽다보니 그때 생각이 나네요.
두사람이 그것도 공포 영화라..
스릴은 만점이었겠네요..
하지만 영화도 보는 관객이 많아야 그 느낌도 배가된다는 생각입니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니 사람이 문제네요.
상당히 놀라운 일이네요..
제가 있는 지역에는 제대로 된 영화관이 없어 맘먹고 보려면 멀리 나가야합니다만...
도시에서 이렇다니 놀랍네요...

예전에는 그래도 밤늦게까지 돌아다녀도 다음날 출근해도 좋았는데
저도 이제 11시정도만 되면 귀가를 서두르게 되는데...
그래서일까요? 아니면 모두가 술집에서 대포한잔을 하는 시간이라서 그럴까요?

... 하지만
열무김치님도 대단하시네요... ^^
하하~
정말 모처럼만에 마음먹고 갔는데...
영화라는 매체가 아직도 흥행을 몰고 다니는것만은 분명한데 영화의 내용이나 시간대에 따라 극심한 차이를 보이나 봅니다.
맞아요.
요즘 개인들의 주머니가 많이 가벼워진건 사실입니다.
제가 다녀보면 피부로 느낀답니다.
흠...
우리가 생각하는 여유라는게 어떤건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관객이 혼자라니...

그래도 올만에 찾으신 거 같은데 걍 보시지...

좀 썰렁하긴 하겠지만...
아마 제가 한 가정을 책임진 가장이라는점이 그렇게 만든것 같습니다.
사실 속으로는 보고가지 뭐..했거든요.
불황이 심해지다보니 영화관을 운영하는 사람의 심정을 열무김치님이 읽으신것 같습니다~ㅜㅜ
이런날이 계속되면 심야상영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오랜만에 가셨을텐데..많이 아쉬웠을듯 하네요..
타인을 배려하고 심정을 읽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열무님은 슈퍼맨?!~ㅋㅋ
반가워요.
하하~
수퍼맨이 들으면 서운 하겠습니다.
돌아 오면서 제게 물었습니다.
몇살인고?
밤늦게 쏘다니게..
영화관을 배려해주신 열무김치님 마음 씀씀이에 박수를 보냅니다.
작은 배려에 영화관도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제가 사는 근처에도 고릴라 영화관이랑 메가넥스가 있는데 모두 문을 닫았어요.
어쩌다 좋은 영화가 있어 영화관에 가면 관람하기가 무색할만큼 관람객이 없습니다.
구경하면서도 이렇게 한산하여 유지가 될까하는 걱정이 앞서곤 했지요,
요즘 집안에서도 훌륭하게 영화를 볼수 있다는것이 영화관을 피폐하게 만드는것 같습니다.
제가 나오면서 바로 문을 닫더군요.
하지만 마음이 씁쓸 했습니다.
분명 저 영화관에도 급여를 받고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요즘 싼것만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영업최일선에서 뛰다보니 피부로 절절이 느낍니다.
우리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걸까..가끔 자괴심이 들때도 있습니다.
좋아 진다는 믿음을 두어 봅니다.
잘하신거 맞는거 같아요
하지만 정말 영화를 좋아하신시나봐요
혼자서 영화보러가는거 쉽지않은데요
아무래도 불경기 이다보니 제일 많이 영향을 받는쪽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아내는 극장에 가는걸 별로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제가 사모은 영화판도 꽤 되네요.
아이들이 가끔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이거 빌려보면 되지 뭐하려 사셨어요?

요즘 아이들과 옛날사람들이 세대차이 난다는데 꼭 그런것만은 아닙디다.
열무김치님 말씀에 많은부분이 공감이 갑니다
저도 그런 경험 한적이있거든요 ..
그래도 그때는 다섯쌍정도가 보기는했지만 ..문제는 그시간대가 심야가 아닌 평일 오후시간이라는점입니다
오후에 영화보는 사람이 다섯쌍 ...아들아이랑 딸이랑 같이 보러갔었는데 아이들하고 그이야기를 한참 한 기억이 납니다 ..
정말 얼른 이 불황이 걷혀야할텐데 ..메인에 나오는 노래 추가열의 나같은건 없는건가요 제가 참 좋아하는 노래에요 ..끝까지 듣고 갈렵니다 ㅎㅎ*^^*
추가열씨 좋아 하시는군요.
사실 추가열씨를 잘 몰랐는데 그가 하는 공연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네요.

이곳 말고도 사정은 비슷한가 봅니다.
그래도 가끔은 아이들 손잡고 영화관에 가는것도 괜찮은 일입니다.
가서 대화를 나눌수 있음은 영화 이상의 의미가 있으니까요.
나 혼자만 입장한 극장이라 . . .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