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질근한 소나기를 뒤로하고 허름한 천막안으로 들어섰다.
"또 왔습니다. 장사는 잘 되나요?"
물어보는 내가 천치지.
이런 곳에서 장사가 잘 되면 돈 못버는 사람 없게?
팔리지도 않는 호떡을 이리저리 뒤집던 아주머니는 나를보자 얼굴색부터 바꾼다.
경기가 왜 이모양 이나요, 어쩜 이렇게 안 사 먹지요 어쩌구....
부아가 슬그머니 오르는걸 애써 참으며 비오는 밖에다 원망을 해댔다.
"이 빌어먹을 날은 뻑하면 비가 오네..에이 지긋지긋 해."
바깥을 멀거니 바라보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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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주머니의 가게에 대준 물건값이 간단한건 아니었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잘 입금되던것이 어느날부터 늘어 지더니 급기야는 야반도주를 해 버린것이다.
아직도 사람 잘 믿는 나는 가장 큰 금액을 물려 버렸다.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이리저리 찾아 헤맸지만 도무지 찾을길이 없었다.
하긴 금방 찾을거면 야반도주가 아니지.
그해 겨울.
그 아주머니를 만난건 뜻밖에도 아주머니가 운영하던 가게 바로 옆이었다.
기가 막혔지만 엄동설한에 호떡이라도 구어서 갚을테니 좀 기다려 달라고 하소연하는 그 얼굴에
사람 잘믿는 나는 또 속아 주기로 했다.
그러면 뭐하나.
찾아 갈때마다 돈통에는 동전 몇개만 달랑 있을 뿐이었다.
더 부아가 치민것은 배째라며 방바닥에 번드시 누어있는 그녀의 남편이라는 작자였다.
노동이라도 해서 갚는 시늉이라도 해야하지 않느냐고 따지자 허리가 아파서 못하겠단다.
사실 조금이라도 성의를 보이면 적당한 선에서 그만둘 요량 이었다.
하지만 그녀 남편의 꼴을보고 생각이 바뀌어 버렸다.
그러나 마음뿐 도무지 그녀의 빚은 줄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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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 .
다시 그 아주머니의 가게를 들렀을때 가게는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아주머니는 헝클어진 머리로 아이들과함께 울고 있었다.
남편이라는 작자는 어느날 어디로 가더니 소식도 없단다.
할수없이 멀거니 밖만 보다가 문을 나섰다.
손에는 애꿎은 호떡 봉지만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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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없던 더위탓일까.
도무지 호떡이랑 어묵을 잘 안사먹는단다.
나에게 할말없어 그러고 있는걸 난 등신처럼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눈물을 훔치고 난 아주머니가 주섬주섬 호떡을 봉지에 넣었다.
어차피 팔지도 못하는건데 가지고가서 드세요...
돈 가지고 가라는 아주머니의 맥빠진 소리를 뒤로하고 화물차에 올랐다.
에이고 이 등신아..
니가 영업사원 맞냐?
그 구멍난 자리를 뭘로 메울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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